SBS 밤 12시 40분
90년대 초반 인기를 끌던 헤비메탈 밴드의 내한 공연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은 2층 좌석이 가장 먼저 매진되고, 스탠딩 석의 매출은 그에 반해 지지부진하다는 것이다. 펄쩍펄쩍 뛰는 점핑도 좋고, 헤드뱅잉도 좋고, 떼창도 좋지만 관람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30대들에겐 조금 힘들다 싶으면 앉아서 편히 관람할 수 있는 좌석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2층 중간 파트에서 듣는 음질이 가장 좋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런 면에서 TV로 보는 는 제법 소중한 기회다. 비록 현장의 열기를 느낄 수는 없지만 편한 차림과 편한 자세로 킨, 나인 인치 네일스, 림프 비즈킷 같은 슈퍼 밴드의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건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물론 간만에 만난 가족들과의 채널 경쟁에서 승리했을 때의 이야기지만.

<여성 아이돌 그룹 서바이벌-달콤한 걸> MBC 저녁 6시 10분
가족과의 채널 경쟁을 말했지만 때로는 가족과 의를 상하면서까지 지켜야 할 채널이 있는 법이다. 간만에 이메일이 아닌 편지지에 또박또박 감사의 인사를 적어 MBC로 보내고픈 마음이 드는 특집 프로그램 <여성 아이돌 그룹 서바이벌-달콤한 걸>이 그렇다. 소녀시대의 수영, 제시카, 써니, 멤버 전원이 참여하는 브라운 아이드 걸스, 포미닛, 티아라, 그리고 유이가 빠진 애프터 스쿨과 니콜이 빠진 카라까지, 그야말로 <영웅문> 시리즈의 화산논검을 연상케 하는 최강의 아이돌 대결이 펼쳐진다. 여기에 미국 활동 때문에 참여하지 못하는 원더걸스의 영상 메시지는 ‘나 없는 곳에서의 넘버원 다툼은 없다’는 <슬램덩크>의 김수겸을 떠올리게 한다. 각 아이돌 그룹들이 다른 그룹의 대표 춤을 소화하는 모습을 비롯해 최고의 입술과 다리를 가리는 서바이벌은 단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추석 만세’

<추적 60분> KBS 밤 10시
민족의 명절. 나라의 명절, 한국의 명절이라는 말로는 품을 수 없는 이 어휘 안에서는 우리와 다른 체제를 가진 북한 역시 ‘우리’의 개념에 포함된다. 추석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짧지만 의미 있는 행사가 마련될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이번 <추적 60분>은 지난 9월 26일 몇 십 년 동안의 기다림 끝에 가족을 만난 이산가족 상봉의 현장을 취재했다. 상봉 직전 허리를 다쳐 아들을 대신 내보내야 했던 박양실 할머니와 세 살이었던 아들을 환갑이 다 되어서 만난 김상일 할아버지 등의 기구한 사연은 충분히 눈물샘을 자극할 만하다. 하지만 이처럼 당사자들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일이 그저 일회적 행사로만 끝나고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에 있어선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상황은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가족을 만나는 아주 기본적인 권리조차 누릴 수 없는 이 잔인한 상황의 책임은 누가 가지고 있는 것인가. 그저 감동의 눈물로만 이 프로그램을 볼 수 없는 이유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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