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처럼 했던 “교복 입은 애들이 제일 무섭다”는 말은 청소년 범죄가 증가하는 요즘 지극히 현실적인 문장이 되었다. 하지만 청소년 범죄의 심각성을 느끼면서도 그들을 위한 지침도, 그들을 보듬어주는 멘토도, 심지어 그들을 위한 청소년 드라마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최근 선보인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2차 성징을 계기로 아이들의 내면을 간접적으로 보여주었다면, 뮤지컬 <언약의 여정>은 좀 더 직접적인 방법으로 아이들의 문제를 다룬다. 25일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는 “숨쉬기도 힘들어”하던 아이들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명문 세인트 제임스 스쿨에 다니는 케린(문혜영)에게는 강도가 쏜 총에 맞아 하반신 마비가 된 아빠와 그런 아빠를 두고 떠나버린 엄마가 있다. 케린은 집과 학교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같은 처지의 친구들과 결성한 스쿨밴드를 통해 풀어낸다. 하지만 과거 음악을 했던 엄마의 가출로 피폐해진 아빠는 그녀에게 음악을 포기할 것을 명령한다. 그러던 중 학교에 새로 부임한 음악선생님 헤더(김찬례)가 들려준 요셉(윤선용)의 이야기를 통해 케린은 막막했던 현실을 뚫고 자아를 찾아간다. <언약의 여정>은 미션스쿨, ‘하위 1%’의 비행청소년,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음악, 자신과 비슷한 처지를 겪은 멘토 등 많은 부분에서 영화 <시스터 액트 2>를 떠올리기도 한다. 한국에서 제작된 창작뮤지컬로, 지난 8월 홍콩에서 선보이기도 했던 이 작품은 2010년 미국 동부에 위치한 4개 극장에서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청소년에게는 힘을, 기성세대에게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할 <언약의 여정>은 10월 5일까지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산재한 청소년 문제에 내성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뮤지컬 <언약의 여정> 연출을 맡은 최창열 연출가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종교적인 색채를 지닌 작품이고, 요셉의 이야기를 통해 케린이 자아를 찾아간다. 어떻게 기획된 작품인가.
최창열
: 기본적으로 교단에 있는 많은 아티스트들이 주축이 되어 제작된 작품이다. 특히 제작을 맡은 RWC는 한국의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가진 단체였는데, 그들의 문제를 성경 속 요셉의 이야기와 접목시켜보자 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부터 작업을 같이 한 것 같지 않은데, 어떻게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되었나.
최창열
: 4년 전 제작된 작품이지만, 2008년부터 연출을 시작했다. 보다시피 성경 속 인물에 대한 이야기의 비중이 크다보니 드라마적인 부분과 연출적인 그림을 강화하기 위해 참여하게 되었다.

초반에 비해 어떤 부분이 강화되었나.
최창열
: 원래는 케린이 보편성을 띄지 못했고, 기본적으로 신앙심을 가진 아이였다. 하지만 그런 캐릭터를 가지고는 대중화시키기가 어렵다고 느껴 문제를 가진 아이들로 확장해 변형을 했다. 그리고 케린이 영향을 받는 요셉은 너무 처음부터 성인군자로 설정되어 있었다. (웃음) 그럴 경우엔 요셉의 이야기가 관객에게 전혀 공감이 가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그의 고난을 좀 더 다뤘다.

신앙의 유무와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이라고 했지만, 요셉의 비중이 크다. 일반인들은 거부감을 많이 느낄 텐데.
최창열
: 이미 종교가 있는 분들에게는 재미있는 이야기일 테지만, 일반인들을 그렇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그것보다는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보자, 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좋겠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런 내용으로 공연을 하면 많은 이들이 선입견을 갖는다.

그렇다면 그 선입견을 뚫고 <언약의 여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나.
최창열
: 개인적으로 한국 청소년들이 가진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얘기하는 건 언제나 대학 밖에 없다. 대학서열화, 인성교육의 부재, 입시지옥.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한국에 살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내성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그런 것들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유치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대학에서 학생운동을 함께 했던 친구들이 당시에는 그런 상황에 대해 분명히 문제제기를 했지만, 자기 아이를 낳으면 영어학원에 보낸다. 머리로는 문제의식을 느끼지만 체감하지 못하는 건 이미 내성화가 됐다는 거다. 그래서 공연을 비롯한 많은 드라마 장르들이 그런 쪽을 거의 건드리지 않는다. 그런데 산업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공연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한쪽을 놓치고 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연을 보면서 20살 전의 아이들이 가진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기본적으로 누구의 책임인가를 따지기 전에 그런 문제에 대해 내성화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다.

사진제공_ R.W.C

글. 장경진 (three@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