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 설명: Edge
패션 피플들이 입에 달고 사는 단어 ‘엣지’. 엣지란 무엇이며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엣지있는 엣지 사용법.

1) 모서리. 다면체에서 각 면의 경계를 이루는 선분들.
2) (‘커팅-엣지’의 줄임말로서) 최첨단의 무언가. 날이 선 무언가.
3) 유희열의 썰렁한 농담에 의하면 ‘구석쟁이’.
4) 패션 포토그래퍼 이건호의 정의에 따르자면 ‘거시기’. “아 왜, 그거 있잖아, 그거” 할 때의 ‘그거’. 말로 딱히 꼬집어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어떤 대상을 멋지고 황홀하며 새로워보이게 하는 1퍼센트의 무엇.
5)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하고 풍만했던 1980년대 스타일에 염증을 느낀 디자이너들은 1990년대 장식을 극도로 배제하고 실루엣 또한 간결하기 그지없는 의상들(미니멀리즘)에 잠시 빠져들게 됨. 그렇게 화려함과 단순함의 양극을 오가는 동안 자극에 내성이 생긴 그들은 ‘그런데 뭐 재미있는 것 없을까?’를 고민하다 기존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충격적인 스타일의 의상과 패션쇼를 선보이기 시작함. 신문과 잡지에는 그런 현상을 두고 ‘After Fashion’, ‘Fashion at the Edge’ 등이라는 제목을 단 기사들이 실렸는데 그 무렵부터 엣지는 패션계의 용어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적어도 지금까지는) 21세기 패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됨.

1) 기본적인 제품 사양
① 엣지는 가벼운 충격을 동반해야 함. 이러한 충격은 일반 대중들이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깨뜨릴 때 발생함. 엣지가 관심의 대상이 되기 시작한 1990년대 중후반의 패션 디자이너와 사진가들은 무서운 것, 흉측한 것, 기괴한 것들을 하이패션과 결합해 엣지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았음. 난쟁이 모델을 패션쇼에 세운다거나 모델들을 커다란 유리관 속에 넣어 등을 곱추처럼 보이게 하는 드레스를 내놓는 게 그 예.
② 그러나 엣지의 기술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연마되면서 현재의 디자이너들은 과도한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도 엣지를 만들어내는 법, 즉 흉측하거나 기괴하지 않으면서도 새롭고 신선한 충격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세련된 엣지를 구사할 수 있게 되었음.

2) 일반인 사용법
① 옷 입기에서의 엣지 또한 가벼운 충격을 동반해야 함. 고로 하늘하늘한 레이스 원피스에 캔버스화나 조깅용 운동화를 매치한다거나 자기 몸보다 두 사이즈 큰 남성용 트위드 재킷을 입고 우아한 진주 목걸이를 여러 겹 목에 휘감는 식으로 상식을 깨는 스타일링을 시도해 볼 것.
② 다행히 충격을 주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음. 예상치 못한 부위를 노출하거나(앞면은 평범한데 등은 뻥 뚫린 티셔츠), 한쪽 어깨나 다리만 노출하거나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음. 멀쩡하게 차려 입은 뒤 머리는 금방 자고 일어난 것처럼 부스스하게 스타일링 하는 것,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많은 수의 액세서리를 착용하는 것도 엣지를 유발하는 방법이 됨.
③ 풍족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보다는 기괴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엣지의 특성상 말라비틀어진 몸일수록 “엣지있다”는 소리를 들을 확률이 높아짐. 살을 찌워 충격을 주는 것은 ‘코미디’, 살을 빼서 충격을 주는 것은 ‘엣지’.

3) 실제로 사용하기 전에 알아둘 것
① 엣지에서 중요한 건 과정보다는 결과임을 명심할 것. 다시 말해 ‘충격을 주는 데’ 목적을 두지 말고 ‘시각적으로 훌륭한 룩, 세련된 룩’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둘 것.
② 엣지와 ‘엔지(NG)’는 한끝 차이임을 기억할 것. 엣지가 너무 과하면 엔지, 부족해도 엔지. 엣지는 모서리. 모서리는 두 개의 다른 면이 만나는 부분. 엣지의 묘미는 그 경계선 위에서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있음을 알고 그 묘미를 즐길 것.
③ 그러나 모든 일에는 연습과 경험이 필요한 법. 엔지 혹은 ‘미친 X’ 소리를 두려워말고 배짱을 갖고 도전할 것.

글. 심정희 ( 패션디렉터)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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