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와 양현석이 심사를 본다는 이야기에도, 우승자 상금 1억이라는 말에도 Mnet <슈퍼스타 K>의 성공을 예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과거 MBC <목표달성 토요일>의 ‘악동클럽’이나 Mnet <배틀 신화>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우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그 끝이 미미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실력 있는 사람은 이미 기획사에 들어갔을 거란 이야기도 많았다. 하지만 응시자 70여만 명의 규모와 상향평준화된 노래 실력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선입관을 깰만한 것이었고, 그 만족감은 케이블로서는 기적적인 5%대의 시청률로 나타났다. 이제 최종 10인의 리얼타임 경쟁을 남겨둔 <슈퍼스타 K>의 연출자 김용범 PD와 신천지 PD를 만나 과연 어떤 차별화된 지점을 확보하려 했는지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번 주에 드디어 생방송이다. 영상을 편집해서 보여줄 때와 비교해 긴장되는 부분이 있을 거 같다.
신천지
: 사실 음악 쇼라는 게 시청률이 잘 나오는 장르는 아니다. 그전까지는 오디션 과정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쇼의 느낌으로 가면서 시청률도 잘 나오고 관심도 많이 받았지만 이제는 노래로만 승부해야 하니까 시청률에 대한 걱정이 있다.
김용범 : 톱 10으로 뽑힌 친구들의 컨디션도 좀 걱정이다. 생방송을 앞두고 너무 긴장했고, 그래서 쉬질 않는다. 자제를 시켜도 무리하게 연습해서 컨디션이 더 안 좋아진 친구들이 있다. 김주왕은 정말 잠을 안 자고, 정선국은 살 빼려고 운동하다가 쓰러져서 실려 가기까지 했다. 아마 이번 무대에선 목 상태가 안 좋고 긴장해서 실수 많이 하는 친구가 떨어질 거 같다.

“톱 10에 들어간 친구들은 다 꿈이 꺾였던 경험이 있다”

형식적으로도 많은 부분이 달라질 텐데.
김용범
: 역시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이 될 거다. 이번 주는 기존 곡을 리메이크 하면서 자기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미션이다. 하지만 가장 큰 포맷의 변화는 역시 심사위원의 비중이 100%에서 10%로 줄어든 반면 시청자 문자 투표가 70%, 인터넷 투표가 20%를 차지하게 된다는 거다.

사실 대국민 오디션이라는 타이틀을 걸었고, 실제로 70만 명이 넘는 응시자가 있었지만 진정한 대국민 프로젝트가 되려면 앞으로의 시청자 참여율이 중요하다.
김용범
: 그런 면에서 처음 시작할 때와 똑같이 원점으로 돌아온 거 같다. 솔직히 우리나라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이 성공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응시자가 별로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1차 접수부터 엄청난 인원이 몰리는 걸 보면서 의외로 관심이 많은 포맷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서야 과거 프로그램과 조금 다르게 접근하면 잘 될 수 있을 것 같았고. 이번의 시청자 투표 역시 마찬가지다. 성공사례가 없기 때문에 반신반의한다. 다만 지금까지 <슈퍼스타 K>에 보내준 관심과 시청률, 오디션 참여율을 생각하면 좀 많이 참여해줄 거라 작은 믿음을 가져본다.

말 한 것처럼 오디션 프로그램이 제대로 성공한 사례가 없다. 단도직입적으로 대체 왜 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김용범
: 회사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하라고 지시가 내려왔다. (웃음) 요즘 음반시장이 안 좋은데 Mnet이 음악 채널인 만큼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실력 있는 사람을 육성하자는 그런 의도였다.
신천지 : 대한민국의 축제를 만들고 싶었다. 참가자들이 노래 부르는 걸 들으면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된다. 그게 음악의 힘인 거 같다. 전 연령대가 노래라는 매개체를 가지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 축제를 만들고 싶었던 거 같다.
김용범 : 사실 개인적으로는 음악을 좋아해서 Mnet에 입사했는데 정작 들어오니 그토록 좋던 음악이 일로 다가왔다. 그런데 이번 프로그램을 하면서 음악이라는 소스를 가지고서 사람들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무적이다.

그 감정의 자극에 있어서 분명 응시자들의 다양한 사연이 큰 역할을 했다.
김용범
: 절실한 참가자가 많았다. 사실 과거 Mnet의 <배틀 신화>를 비롯해 오디션 프로그램은 10대 위주였기 때문에 절실함이 부족했다. 그 친구들은 그냥 앞으로 나아갈 것만 있는 친구들이니까. 그런데 20대 중후반 친구들은 꿈이 한 번 꺾였던 친구들이 많다. 톱 10에 들어간 친구들 봐도 2, 3년간 기획사에 노크했지만 나이 때문에 떨어졌던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까 더 절실하고 감정 전달이 잘 된 거 같다.

그런 사연 있는 참가자들에 대한 인터뷰와 실제 생활을 스케치해서 편집한 게 주효했는데 물리적으로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 같다.
김용범
: 지원서에 행복했던 순간과 고비의 순간을 쓰게 하는데 고비의 순간에 대해 구구절절하게 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걸 체크하고 인터뷰하면서 스케치까지 하는 거다.
신천지 : 우리가 한 주에 한 지역을 갔는데, 한 번 가면 거기서 심사하고 취재하고 리얼리티 스케치를 촬영하면서 동시에 다음지역 예선 준비까지 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스케줄이었지.

“참가자들의 사연은 심사위원들에게 절대 말하지 않는다”

그렇게 많은 걸 취재하고 분량을 확보하는 만큼 편집이 쉽지 않았을 텐데.
김용범
: 아쉬운 게 많다. 응시자 중 탈북자 할아버지도 계셨는데 두만강 넘고 중국에서 살다가 딸 버리고 오는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다 해줬는데도 프로그램의 흐름 때문에 못 넣었다.
신천지 : 그렇게 아까운 아이템을 못 버리고 있다 보니 거의 드라마 촬영처럼 급박하게 테이프를 보낸다. 편성팀에서 살려달라고 그런다. (웃음) 심지어는 테이프를 전해주는 퀵 아저씨도 이렇게 보내면 사고 난다고 할 정도로. 지난주에는 당일 오후 3시에 가편집이 끝났다. 결국 테이프를 못 보내고 1층에 있는 부조정실에서 방송을 송출했다.
김용범 : 방송 분량은 49분 정도인데 가편집은 항상 2시간씩 나온다. 그 와중에 노래 부르는 걸 자르면 시청자는 또 ‘왜 조금 듣고 떨어뜨리지?’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 대체 어딜 잘라야 할 지 모르겠다.

그래도 가장 많이 살리려는 건 어떤 부분인가.
신천지
: 심사위원 평을 충분히 넣으라는 얘기를 선배님께 많이 듣는다. 그런데 솔직히 그 평은 그냥 말하는 것이지 않나. 한정된 시간에서 그걸 줄이고 재밌는 장면, 못하는 응시자의 좀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넣으면 시청률이 더 오를 거 같은데 심사평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시청자가 납득한다고 해서 최대한 노래 뒤에 꼭 심사평을 넣으려 했다.
김용범 : 사실 어느 한 부분은 잘 불러도 노래 전체적인 기승전결은 잘 못 살리는 참가자도 있다. 그런 사람에 대해 키가 몇 번씩 바뀌는 걸 지적해준다고 해도 실제로 키가 바뀌는 모습을 보여주긴 어렵다. 분량이 너무 늘어나니까. 그래서 편집하는 입장에선 발을 동동 구를 때가 많다. 홈페이지에 노컷 영상을 올리는 것도 그런 이유다. 노래 부르는 걸 전체적으로 들어보고 하나하나 심사위원들이 납득할 만한 이유를 말해주는 걸 볼 수 있다.

결국 공정성의 획득이 중요한 문제다. 그런 면에서 시청자들이 지지했던 김현지나 김국환이 떨어지는 걸 보면서 아쉽기도 했지만 심사에 연출의 입김이 들어가지 않는 일종의 증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신천지
: 김현지의 인기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높아서 여기저기서 어떻게든 다시 넣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가 많았다.
김용범 : 불우한 개인사를 비롯해 소스는 참 좋았다. 노래까지 잘 부르고. 하지만 본선에서 노래 부를 땐 이효리나 이승철에게 어떤 개인 정보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들은 그냥 노래만 들은 거다. 잘 부르긴 했는데 가수들이 보기에 소위 ‘쿠세’, 즉 기교부리는 습관이 있어서 마이너스가 됐다. 솔직히 말해 노래 부르기 전에 심사위원들에게 본인의 불우한 사연을 얘기하라고 귀띔을 하고 싶은 유혹도 있었다. 그런데 콜라텍에서 이효리 본 이야기만 하더라. (웃음) 아쉬움은 있지만 한 번 공정성이 흔들리면 순식간에 무너질 거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잘 되면 숨어있던 고수들이 많이 나올 것”

그런데 지역 예선에서 지역마다 심사위원이 달라 그 공정함의 기준이라는 것이 좀 불균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김용범
: 일장일단이 있다. 한 심사위원단이 여러 지역을 돌면 한 가지 기준이 있으니까 시청자들이 납득하기 쉬울 수 있다. 하지만 지역적 특색도 있고 장르적인 차이도 있고 연령대도 다르기 때문에 그 모든 걸 커버하려면 다양한 심사위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트로트를 위해 장윤정을, 연세가 높은 분을 위해 현미 선생님이나 태진아 선생님을 부르는 거다. 또 본선에 올라올 실력이 된다면 인원수는 상관하지 않고 뽑았기 때문에 완벽하진 않아도 어느 정도 공정했다고 본다.
신천지 : 만약 이효리와 이승철이 모든 지역을 커버했다면 그것도 문제가 됐을 거다. 그들의 슈퍼스타지, 전 국민의 슈퍼스타가 되진 못할 테니까.

그래도 기본적으로 심사위원의 구성 방식에 대한 원칙은 있었을 거 같은데.
김용범
: 기본적으로 3인 체제가 가장 밸런스가 좋다고 봤다. 다수결도 가능하고. 기본적으로는 가창력을 보는 보컬과 스타성을 보는 프로듀서, 트렌드를 이끄는 슈퍼스타의 구도를 원했고, 그렇게 정해진 게 이승철, 양현석, 이효리다. 그런데 양현석은 이번 본선 심사 이후로 사정이 있어 빠지고 그 자리는 매주 특별 심사위원이 채울 거다. 출연하는 아이들은 그대로니까 한 명 정도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면 흥미로울 거 같다.

여러모로 많은 새로운 면이 많은데 앞으로의 <슈퍼스타 K>에서 가장 기대되는 점은 어떤 건가.
신천지
: 한 달의 훈련 기간 동안 아이들이 깜짝 놀랄 만큼 달라졌다. 실력에서도 외모에서도. 아직 사람들이 모르는 매력이 많이 있다.
김용범 : 그걸 생각하고 뽑은 게 아닌데도 정말 기구한 사연을 가진 친구들이 많다. 어머니가 폐지 줍는 일 하는 친구도 있고. 그들의 가정사나 열망 같은 것들이 조금씩 공개되면 저런 친구도 있구나, 싶을 거다. 양파처럼 까도 까도 새로운 게 나오는 재미가 있다.

마지막 에피소드까지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시즌 2를 할 생각은 없나. 이번 우승자가 성공적으로 데뷔하면 내년엔 정말 <아메리칸 아이돌> 같은 범국민적 축제가 될 수 있을 텐데.
김용범
: 좋은 선례가 되면 좋겠다. 처음이라 긴가민가하고 몸 사린 분들이 분명 있을 거다. 이번에 잘 되면 숨어있던 고수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신천지 : 하지만 우리 둘은 안 할 거다. 그건 공표한 상태다. (웃음)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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