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에서 만난 원더걸스는 한국에서 만나 왔던 원더걸스와는 조금 달랐다. 그건 한국보다 몇 배는 넓은 미국의 공연장에서 미국 관객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더 반짝거리는 ‘nobody’의 의상이나, 더욱 길어진 속눈썹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원더걸스가 정말 달라 보였던 건 한국에서보다 좀 더 힘차고, 좀 더 밝아진 그들의 표정이었다. 오전 9시부터 몇 시간 동안 인터뷰를 하느라 피곤해졌을 법도 했지만, 원더걸스는 환한 얼굴과 인사로 기자를 맞이했고, 모든 질문에 적극적으로 대답했다. 한국에서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쉽게 말문을 열지 않던 소희도 이 날 인터뷰에서는 굳이 따로 질문을 하지 않아도 먼저 말을 걸 정도였으니 말이다. 특히 떡 먹는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와 졸지에 ‘JYP 프로듀서’에서 ‘떡 먹는 고릴라’가 된 박진영의 이야기가 나올 때는 멤버들이 “떡 홍보 대사”, “고릴라”라며 박진영을 놀려댔다.

에너지가 완전히 충전된 것 같은 원더걸스의 모습은 미국에서 얻은 새로운 경험 때문이었을 것이다. 선예는 숙소에서 매주 한 번씩 대청소를 하는 이야기를 하며 흐뭇한 눈으로 선미와 소희를 바라봤고, 영어 공부를 위해 일기마저 영어로 쓴다는 예은은 주먹을 꼭 쥐며 마치 “파이팅!”이라도 외칠 것처럼 활짝 웃었다. 한국에서도 날씬한 몸매로 유명했던 선미가 ‘더’ 살이 빠져 보일 만큼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긴 하지만, 아직은 많은 사람이 그들을 알지 못하는 미국에서 그들은 자유롭게 거리를 걸어 다니기도 하고, 시간이 빌 때는 트위터나 유튜브로 자신들에 대한 미국 팬들의 반응을 살피며 리플을 달기도 한다. 바쁜 활동 때문에 온전히 경험하지 못한 학창 시절의 추억을, 그들은 미국에서 쌓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원더걸스가 미국에서 만난 그들의 팬들은 원더걸스에게 한국 팬의 존재를 새삼 크게 느끼게 만든 듯했다. 아직 미국에서 신인인 그들은 때론 하루에도 몇 번씩 미국의 팬들을 직접 만나는 자리를 갖는다. 때론 그들이 참여하는 조나스 브라더스의 공연 스폰서가 마련한 팬 사인회가 그 자리가 되기도 하고, 때론 공연장 뒤편에 마련된 작은 공간이 되기도 한다. 그런 모든 자리에서 원더걸스는 팬 한 사람 한 사람과 대화하고, 디지털 카메라로 함께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과 인사를 하며 먼저 포옹에 나선다. 인터뷰 도중 “하나씩 우리 편을 만들고 싶다”던 소희의 말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밤늦게까지 이어진 팬 미팅에서도 소희는 팬들에게 두 팔을 벌려 먼저 포옹했고, 선예는 팬들이 카메라를 들고 올 때마다 반갑게 웃으며 촬영에 응했다. “한국에 가면 팬 미팅을 열어서 한 명씩 모두 다 안아주고 싶다”던 선미의 마음이 전해지는 느낌.

데뷔 2년여 만에 한국 최고의 인기 아이돌 그룹이 되고, 다시 미국에 건너간 이 그룹의 ‘Wonder Years’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그들은 미국에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상업적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원더걸스를 만나고 난 뒤, 그들이 어떤 일을 겪든 한국에 돌아올 모습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에너지 가득 채우고, 한국에 있는 팬들에 대한 애정을 하나하나 되새긴 그들이라면, 한국 팬들은 언제나 그들과 포옹할 준비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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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L.A.=강명석 (two@10asia.co.kr)
사진. L.A.=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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