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미국시간) 밤, 원더걸스는 미국 LA의 스테이플스 센터의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서 있었다. 이 곳에서 열린 조나스 브라더스의 공연을 보고 나오는 관객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기 위해서다. 원더걸스는 조나스 브라더스의 공연에서 매번 오프닝을 장식하고, 공연이 끝나면 그들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이렇게 관객들을 만난다. 이 날 원더걸스의 이벤트에 참여한 관객은 300여명 정도. 스테이플스 센터를 찾은 관객이 3만여 명이었으니, 조나스 브라더스를 보러 온 100분의 1쯤 되는 관객들이 원더걸스를 찾아온 셈이다.

원더걸스의 두 번째 데뷔

100분의 1. 원더걸스에게 이런 ‘신인 시절’은 없었다. 2년 전, 그들은 ‘아이러니’로 데뷔 해 곧바로 주목받았고, ‘Tell me’를 발표한 뒤에는 전국민이 아는 그룹이 됐다. 예은이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며 감정이 울컥하고, 선미가 “한국 팬들을 만나면 모두 안아주고 싶다”고 말하는 건 단지 향수병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신인 그룹은 인기 가수의 오프닝으로 수십 번 무대에 서고, 아무리 많은 팬들을 만나 사인과 포옹을 반복해도 ‘100분의 1’ 정도의 인지도를 갖는 것도 쉽지 않은 곳. 한국에서의 원더걸스는 UCC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원더걸스는 몇 십 번의 공연을 마친 뒤에야 미국인들에게 자신들을 알릴 수 있는 준비가 끝난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톱스타가 아무런 사건도 없이 무명의 신인으로 돌아갔다. 박진영의 이런 선택에 모두 도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원더걸스에게는 이 도박의 성공 확률이 그다지 중요한 것 같지 않았다. “오빠 같기도 하고 삼촌 같기도 하고 원더걸스의 팬클럽 회장 같기도 한” 박진영의 선택은 원더걸스에게 또 한 번의 ‘신인 시절’을 안겨주고 있다. 아직 거리에서는 그들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팬들에게 다가서려면 공연장에서 손 한 번 흔드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언제나 팬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포옹을 하며 미국인들을 한 명씩 그들의 팬으로 만들어야 한다.

뉴욕의 숙소에서는 집안일을 멤버들이 직접 하고, 한국과 달리 거리에서는 아직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데뷔 2년 반 만에 만난 새로운 환경은 어쩌면 그들에게는 ‘바쁜 휴가’ 같은 것일는지도 모른다. 멤버들은 대화도, 일기쓰기도 영어로 하며 영어 공부를 하고, 트위터에 수시로 글을 올리며 자신들의 일상을 기록한다. 평소 인터뷰 앞에서 말이 많지 않았던 소희도 어느 때보다 활기차게 미국에서의 일들을 이야기한다. 그들의 미국 생활은 어른들이 보기에 미래를 알 수 없는 고난의 시기일 수도 있겠지만, 그들에게는 데뷔 후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결코 경험할 수 없었던 것들을 해볼 시간은 아닐까.

소녀들은 낯선 곳에서 여전히 자라고 있다

그리고 이 두 번째 신인 시절은 원더걸스가 처음으로 팬들과 직접 만나는 방법을 가르쳐줄 것이다. 한국에서 원더걸스는 미디어를 통해, UCC를 통해 순식간에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에 온 뒤로, 그들은 자연스럽게 팬들과 ‘사람과 사람’으로 만난다. 팬 미팅에서는 모든 사람과 일일이 포옹하고, 트위터를 통해서는 팬들과 직접 대화를 주고받는다. 얼마 전 선미는 인터넷을 통해 미국 활동의 어려움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다. ‘Tell me’와 ‘So hot’, ‘Nobody’를 지나는 동안, 원더걸스는 박진영이 만들어낸 콘셉트 안에서만 존재하는 소녀들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이제 그들의 팬들과 직접 대화를 하고, 감정을 표현한다.

물론, 다들 불안할지도 모른다. 그들이 정말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불안하고, 팬들은 그들이 미국 생활에서 상처라도 입지 않을지 걱정한다. 그러나 예은은 인터넷에 “미국에 오지 않고서는 절대로 알 수 없었던 것들을 알게 됐다”는 글을 남겼었다. 한국에서는, 혹은 너무 빠르게 톱스타가 돼 버린 가수들은 알 수 없었던 것. 예은의 마음처럼, 원더걸스는 지금 가수로서 뿐만 아니라,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여성들이 겪어야할 성장기를 치르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공연은 계속되고, 그들이 미국인에게 ‘Nobody’ 춤을 가르쳐주고, 팬들과 일일이 포옹하는 것도 계속된다. 그 사이, 그들을 알고 있는 조나스 브라더스의 관객들은 ‘100분의 1’에서 ‘100분의 2’로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원더걸스도 그만큼 성장하지 않을까.

*원더걸스와의 소소하고 즐거운 수다는 다음 주 수요일 [스타ON]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글. L.A.=강명석 (two@10asia.co.kr)
글. L.A.=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