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피쉬> KBS1 오후 2시 10분 KBS <학교>, MBC <사춘기> 등 청소년 성장물이 쏟아졌던 90년대에 비해 최근 몇 년 사이 십대들의 성장과 고민을 그린 드라마는 가뭄에 콩 나듯 나타났다 곧 사라진다. 2008년 5월 방송되었던 <정글피쉬>는 실화인 김포외고 입시시험 문제유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자신의 일상을 블로그 ‘정글피쉬’에 기록하며 친구들과 교류하는 감수성 예민한 소년 한재타(김수현)의 학교에서 특수 과외를 통한 시험지 유출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은 재타의 블로그를 통해 점점 증폭되고 재타와 친구들은 ‘우정’과 ‘성공’이라는 가치에 대한 회의를 품게 된다. <과속 스캔들>의 박보영이 부모의 과도한 관심으로 성적을 조작한 뒤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이은수 역을, 2PM의 이탈리안 노안 막내 황찬성이 인기에 집착하는 반장 박영삼 역을 맡았으니 방학을 맞은 학생 팬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여름 특선은 없을 듯하다.

<결혼 못하는 남자> 마지막회 KBS2 밤 9시 55분기대는 미약했지만 전개는 아름다웠다.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에 대한 거부감, 아베 히로시의 탁월한 연기로 인한 잔상 등 다양한 불안요소를 안고 시작한 데 비해 <결혼 못하는 남자>는 기대 이상의 퀄리티와 각색을 통한 즐거움을 충분히 보여준 작품이었다. 후반부에 ‘결못남’ 조재희가 ‘엄친아’로 변신하며 당황스러움을 안기긴 했지만 이제 남은 것은 우여곡절 끝에 연애를 시작한 재희(지진희)와 문정(엄정화)의 행복을 빌어주는 일 뿐이다. 물론 유진(김소은)과 현규(유아인), 기란(양정아)와 석환(유태웅), 그리고 상구(고도리)마저도 같은 하늘 아래서 행복하길. “심지어 조재희와 장문정도 연애를 하는데 나는?”이라며 소주병을 꺼내 들 시청자를 위해서는, 음, <10 아시아>가 있다.

MBC 밤 11시 15분쌍용자동차 노조원 부인들이 한나라당 당사를 찾아가 “저희 남편 좀 살려주세요”라며 울며 무릎을 꿇은 것은 1주일 전의 일이다. “민생을 해결하는 문제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던 박희태 대표는 모습을 비추지 않았고 여당의 중재를 간절히 부탁하던 이들의 남편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단전과 단수로 인해 생지옥이 된 공장에 갇혀 있다. 노사 협상은 대치 73일만에 결렬되었고 사측은 노동자들이 점거한 도장 공장에 대한 공권력 투입을 다시 요청한 지금, 경찰 헬리콥터가 투하하는 최루액에는 스티로폼을 녹이는 성분 뿐 아니라 발암물질마저 섞여 있다는 검사 결과가 나온 상태지만 노동자들에게는 최루액을 씻어낼 물조차 없는 상태다. 이것은 새총과 테이저건, 최루탄과 화염병으로 벌이는 전쟁 게임이 아니다. 누군가가 죽고 사는 진짜 생존의 문제, 그런데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올 여름 최대의 납량특집, 비극이고 호러다.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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