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석진 최원정의 여유만만> KBS2 오전 9시 30분 가능하다면, 등교를 미루고 출근을 늦추자. 사랑방 같은 오전 토크쇼 <지석진 최원정의 여유만만>의 세트장을 가득 메운 오늘의 주인공은 슈퍼주니어다. 프로그램 사상 최다 출연자인 이들은 ‘내조의 여왕’, ‘고령 아이돌’ 등 별명을 적은 이름표를 붙이고 나와 각자의 개성을 선보일 예정이다. 게다가 오늘 방송에서는 1, 2층으로 나누어진 이들의 숙소를 공개하고 일일 엄마를 자처한 전원주가 이들과 함께 부침개를 먹는 모습이 방송 된다. 그러나 고령의 주부에게 빙의하는 것도 잠시,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멤버들이 들려주는 각자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인중 마니아인 아들을 닮아 자고 있는 멤버들에게 불쑥 뽀뽀를 해주는 예성 어머님의 에피소드와 부모님께 만두 가게를 차려드린 한경의 사연, 그리고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동해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혹시 늦잠을 잤다면, 그래서 지금에서야 이 글을 읽었다면 너무 슬퍼 말자. KBS 드라마넷과 KBS JOY의 재방송 시간을 확인하면 되니까 말이다.

<2010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 대 사우디아라비아전> MBC 저녁 7시 45분
사실, 오늘 가장 여유만만한 사람들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들일 것이다. 지난 일요일 아랍에미레이트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후 사실상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진출을 결정지은 국가대표팀이 오늘 경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박지성의 말마따나 오늘의 승부는 한국 대표팀의 본선 진출 자격을 재확인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절체절명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 경기의 승패에 따라 조별 예선 순위에 영향을 받는 북한은 아마 지금쯤 오금이 저리고 얼어붙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오늘만큼은 느긋한 마음으로 너그럽게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독특한 경험을 해보자. 심지어 홈경기니 응원부터 기선을 제압할 것이 명약관화다. 누가 들으면 얄밉다고 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 그게 바로 분장실에서 우리가 배운 세상의 이치다.

KBS1 밤 11시 30분
바닷물이 시뻘겋게 피로 물든 학살의 사진을 본 적 있는가. 고래를 잡는다는 것은 바다에 어마어마한 피를 흘리는 일이다. 그러나 포경이 금지된 오늘날에도 어떤 지역의 사람들은 합법적으로 고래를 사냥한다. 인도네이사 룸바타 섬의 라마레라 마을은 화산으로 이루어진 지형 덕분에 경작이 불가능한 곳이다. 게다가 주변 바다는 수심이 깊고 조류가 세서 일반적인 낚시는 엄두도 낼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은 생계의 수단으로 포경을 허락 받았고, 작살로 고래를 잡는 작살잡이들은 마을 사람들의 영웅이다. 그러나 그나마의 포경도 엘니뇨 때문에 고래의 개체수가 급감해 점점 어려워지고, 마을 사람들은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 자연의 일부로 살기 위해 고래라는 거대한 생물과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는 피 냄새 대신 삶의 땀 냄새가 날 것 같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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