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스케이팅이라는 소재 때문인지 스포츠, 김연아와 관련한 질문이 빗발치자 이윤정 감독은 웃으며 대답했다. “저희 드라마는 스포츠 드라마가 아닌데… 사랑이야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많은 드라마들이 거대한 명분과 담론을 앞세우는 요즘, 사랑이라는 소재에 집중했다는 소박한 목표가 오히려 눈에 띄는 드라마 MBC <트리플>의 제작 발표회가 연출을 맡은 이윤정 감독과 이정재, 이선균, 윤계상, 이하나, 민효린, 김희 등의 출연 배우가 참석한 가운데 6월 2일, 강남 메리츠 타워에서 열렸다.

“남자 셋, 여자 셋이 만들어 가는 삼각관계들”

연기 베테랑인 스타들과 눈에 띄는 신인 배우들 사이에서도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윤정 감독. <태릉 선수촌>과 <커피 프린스 1호점>을 통해 많은 마니아들을 거느린 그는 집중되는 기대에 적잖은 괴로움을 토로했다. “나의 모든 상태는 부담이다. 배우 여섯 명도 부담이다. 없었다고 생각 했는데 욕심이 있었던 것 같다. 하나를 내려놓으면 새털처럼 가벼워진다는 말이 있는데, 잘 내려놓아지지가 않는다”는 그녀의 말은 전작의 감수성을 이어가면서도 시청률 역시 포기할 수 없다는 각오로 읽힌다. 전작과 달리 특별한 비밀이나 뚜렷한 스토리라인 없이 “2009년 서울의 단면을 가진 여섯 명에 대한 관심”을 드라마의 방향으로 설정한 <트리플>은 일견 소소한 에피소드를 모아놓은 순정만화책의 흐름을 연상시킨다. “남자 셋, 여자 셋이 만들어 가는 삼각관계들”로 요약될 정도로 자유로운 관계 맺음은 다양한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산만한 구성에 대한 우려를 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여섯 명의 배우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감독님 때문에 출연을 결정”했으며, 촬영장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적어도 진부하지 않은 청춘 드라마의 출현이 예고되는 지점이다.

뛰어난 능력, 그러나 냉정한 감성의 광고 기획인 신활, 이정재
이정재는 신활에 대해 “까칠남으로 설정이 되어 있지만, 까칠하지 않게 (연기하기 위해)노력하고 있다”고 설명 했다. 그러나 사실 활은 머리 좋고, 저돌적인 추진력을 갖추었지만 지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때때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타인에 대한 평가에 냉정해 종종 독설가로 보이기도 하는 영락없는 ‘까칠남’이다. 자존심 때문에 회사를 박차고 나와 독립 프로덕션을 차리고, 외도 이후 멀어진 아내(이하나)가 주변 사람들과 얽혀들고, 이복동생(민효린)이 갑자기 같이 살자고 찾아오는 와중에 유아독존의 그는 보다 멋진 사람으로 거듭나게 된다. “출연 배우들 중에서 내가 나이가 가장 많지만 현장에서 의식하지는 않는다. 동갑내기로 나오는 윤계상, 이선균은 물론 민효린과 있어도 동료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열정적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오지랖 넓은 순정파 조해윤, 이선균
광고 대행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해윤은 업무의 예술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인물답게 자신만의 취향과 감각을 가진 캐릭터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그는 덕분에 현실적인 성품과 달리 씀씀이가 헤프기도 하다. 성격적으로 늘 앞서나가는 활에게 열등감을 갖고 있던 그는 고등학생 시절의 첫사랑 상희(김희)가 활을 마음에 품게 되자 더더욱 친구인 그에게 미묘한 경쟁의식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우연히 상희와 하룻밤을 보내게 된 해윤은 드디어 그녀와 연인이 되고, 그때부터 두 사람의 관계에는 작은 문제들이 속출하기 시작한다. “배려심 많은 인물로 설정되어 있지만 연기를 하다보니까 해윤이 참견 많고, 투덜대고, 오지랖 넓은 옆집 아줌마 같은 인물이 되어 간다. <커피프린스 1호점>과 드라마의 톤은 비슷할지 모르지만, 캐릭터는 분명 다른 인물이다. 보다 동적이고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여 드릴 것 같다.”

친구의 별거중인 아내를 사랑하게 된 성격 좋은 카피라이터 장현태, 윤계상
나이 차이가 제법 나는 이정재, 이선균과 함께 고등학교 동창이자 동갑내기인 현태 역을 맡은 것에 대해 윤계상은 “세 친구 중에 가장 동안인 역할을 맡았다”고 능청스럽게 소감을 밝혔다. 사람 좋고 유쾌한 분위기 메이커인 현태는 어디서나 잘 먹고 잘 자는 둔감한 인물이지만, 카피라이터로서의 그는 누구보다 깊은 직관을 가진 인물이다. 그런 그도 사랑 앞에서는 눈이 멀어버렸는지, 그만 활의 아내 수인에게 반해버리고 만다. 다른 사람들의 고민은 잘 들어주면서 정작 자신의 고민은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그는 찾아 온 사랑 앞에서 속앓이를 하게 된다. “그동안 우울한 역할을 주로 맡았다. 연기를 잘하고 싶은 욕심을 부린 적도 있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 이번에 맡은 역할은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들만큼 자연스럽다. 다음 행보에 좋은 에너지를 받게 될 것 같아 기대가 크다.”

활과 해윤의 삼각관계를 만들어 가는 술고래 여자친구 강상희, 김희
“오랫동안 연기자로서 준비를 해 왔는데 너무 큰 키 때문에 늘 좌절하고는 했다. 그런데 이윤정 감독님은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봐 주시고 내 키마저도 나의 특징으로 생각해 주신 최초의 감독님이었다”고 감격적인 데뷔 소감을 밝힌 김희는 그 외모 덕분에 어디서나 눈에 띄는 상희와 잘 맞아 떨어진다. 이에 더해, 상희는 의리와 에너지, 유난한 사교성마저 가진 인물로 주변 사람들이 어려움에 처하면 언제든지 도움을 주는 인간관계의 달인이다. 그러나 술을 좋아하는 성격 때문에 회사 생활에 곤란을 겪게 된 그녀는 결국 퇴사를 하고 스스로 ‘2번 창고’라는 술집을 차리게 된다. 고등학교 동창이자 친구인 활을 좋아했으며, 지금도 그를 보면 설레기도 하지만 정작 그녀의 곁을 맴도는 것은 한결같은 해윤이다.

오빠의 사랑과 관심을 차지하고 싶은 피겨 스케이팅 선수 이하루, 민효린
전도유망한 피겨 스케이팅 선수였던 하루는 부상을 당해 빙상에서 멀어진다. 그러나 다시 피겨에 대한 투지를 불태우게 된 그녀는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기 위해 빙상 위에서 넘어지고 또 넘어지는 투혼을 발휘하며 꿈을 향해 돌진한다. 그런가 하면 그녀는 엄마의 재혼으로 이복 남매가 된 오빠 활을 짝사랑하고 있다. 오랫동안 떨어져 지냈던 오빠와 그의 친구들이 살고 있는 집에 얹혀 지내면서 점점 활을 좋아하게 되자 일편단심 자신을 바라보는 스케이트 선수 풍호(송중기)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감독님은 대사 한 줄에도 내가 평소에 쓰는 단어를 넣어 바꾸기를 원하는 스타일이시다. 신인으로서 대사 연기를 편하게 연기할 수 있다는 점은 정말 좋다. 그러나 어려움도 많아 매일 (이)하나언니에게 물어보고 있다.”

남편의 친구가 전하는 호감으로 혼란스러운 스케이팅 코치 최수인, 이하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세계선수권 대회 1위를 차지했던 수인은 현재 현역에서 물러나 안무코치로 활약하고 있다. 암 투병중인 어머니 때문에 오래간만에 캐나다에서 돌아온 그녀는 하루의 코치를 맡게 되고, 하루의 오빠이자 자신의 별거중인 남편 활과 재회하게 된다. 본인의 외도로 멀어져 버린 남편은 여전히 그녀를 용서해 주지 않으려 하고, 그럴수록 그녀는 남편의 자리가 절실하다. 그러나 정작 그녀에게 호감을 표하는 것은 엉뚱하고 유쾌한 남편의 친구 현태다. “4차원 말괄량이에서 벗어나 드디어 한 남자의 사랑을 갈구하는 인물을 연기하게 되었다. 사랑이야기를 꼭 해보고 싶었다. 감독님의 디렉션을 듣고만 있어도 마음을 찌르는 감정이 생겨 리허설 중에도 눈물을 흘리고는 한다. 외도 했다는 사실은 나쁘지만 수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관전 포인트
내용적으로 이윤정 감독의 성장과 감수성에 기대를 걸게 된다면, <트리플>의 시각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것은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출연하는 민효린의 리얼리티다. 캐스팅 이후 일 년 동안 ‘액션배우’가 된 각오로 스케이팅, 기계체조, 발레를 연습해오고 있다는 그녀는 누구보다 열심히 역할을 준비해 왔다고 한다. 선배 배우들이 “드라마가 끝난 후 꼭 그녀가 노력에 보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으는 것은 단지 그녀의 노력에 대한 칭찬일 뿐 아니라 실제 선수들의 십수년간의 연습량과 비교 당할 그녀에 대한 염려의 마음 역시 갖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쇼트트랙 선수인 풍호로 출연하는 송중기의 경우, 실제 쇼트트랙 선수 경력을 갖고 있다고 하니 그녀의 부담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관심을 빚으로 업고 출발하는 신인 배우는 과연 그 첫발을 어떻게 내딛게 될지, 6월 11일 목요일 첫 방송(2회 연속 방영)에서 확인할 수 있겠다.

사진제공_ MBC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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