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OCN 오후 2시지금으로부터 무려 7년 전, 열 살짜리 초등학생이었던 유승호는 요즘 같은 ‘국민 남동생’이 아니었지만 <집으로>는 4백만 명이 넘는 관객을 영화관으로 이끈 히트작이었다. 일하는 엄마 손에 이끌려 산골 깊은 곳 외할머니네 집에 맡겨 진 개구쟁이 손자 상우와 귀도 눈도 어두운 할머니의 좌충우돌 동거기를 잔잔하게 담아낸 이 영화는 이를테면 올해의 <워낭소리> 같은 정서로 가슴을 울렸던 것이다. 전문배우가 아닌 김을분 할머니의 ‘생활 그 자체’인 연기와, 지금처럼 눈빛만으로도 누나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지는 않지만 할머니에게 치킨을 내놓으라며 떼를 쓰고 머리가 밉게 잘렸다며 서럽게 우는 유승호의 조화는 다시 보아도 여전히 훈훈하고 가슴 찡한 모습이다. 혹시 잊었던 사람이 있을까 봐 말해 두자면, 이 영화는 어버이날 특집 편성이다.

<아메리카 베스트 댄스 크루>1회 MTV 밤 9시50분 가수, 모델, 디자이너에 이어 최고의 댄서를 뽑는 리얼리티쇼가 등장했다. <아메리카 베스트 댄스 크루>는 미국 전역에서 치열한 경합을 거쳐 올라온 9개의 팀이 매주 댄스 배틀을 벌여 한 팀씩 탈락하고 마지막까지 남은 팀이 10만 달러의 상금을 받게 되는 프로그램이다. <아메리칸 아이돌>의 심사위원이었던 랜디 잭슨이 제작을 맡았고 ‘You’ve got served’ 등 댄스 무비에서 안무가로 유명한 쉐인 스팍스, 힙합 뮤지션 릴 마마와 엔싱크 출신의 JC 샤세즈가 심사위원을 맡았다. 고난도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구사하는 팀들 가운데 아시아계 미국인 여섯 명으로 구성된 ‘카바 모던’의 리더이자 한국인 이민자 2세인 ‘유리 탁’이 참가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고 하니 그들을 응원하면서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휴먼다큐 사랑> MBC 밤 10시 55분 어버이날인 오늘은 매스컴이 1년 중 가족의 소중함을 지겨울 만큼 강조하는 날이다. 어차피 내일 되면 잊어버릴 거, 아무러면 어떠냐고 생각하는 사람에게조차 <휴먼다큐 사랑> ‘풀빵 엄마’는 결코 잊지 못할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아 한 쪽 다리를 저는 최정미 씨는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와의 사이에 두 아이를 두었지만 거듭되는 불화로 결국 싱글맘이 되고 말았다. 여덟 살 은서와 여섯 살 홍현이를 키우며 풀빵 장사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행복한 미래를 꿈꿨던 그에게는 2년 전 위암 2기 진단이 내려졌고, 지금 그는 말기 환자다. 그러나 은서는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하고 3년 기한이 있는 모자가정 수용시설에서는 올해 안에 나가야 하는 상황, 이렇게 거듭되는 불행에도 아이들을 끌어안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최정미 씨는 아이들에게 어떤 엄마로 남고 싶을까.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