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 1집 <The Waltz Style>
오전 7시 20분. 텅 빈 마포07번 마을버스에 오른다. 내리는 문 바로 뒤에 자리를 잡고 이어폰을 꼽는다. 약 5분 후 버스는 출발하고, 종점을 떠난 버스는 양쪽으로 녹음이 우거진 2차선 도로를 달린다. 상쾌한 바람이 창으로 넘실대며 들어오고, 그 바람과 귀에서 흐르는 음악에 몸을 맡긴 채 10여분의 시간을 버스에서 보낸다. 남들은 다 쉬던 근로자의 날, 출근길의 단상이다.

매번 ‘어린애를 죽이자’라는 살벌한 가사로 가득한 뮤지컬 OST만 듣다가, 우연히 친구가 전해준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이진욱의 1집을 들은 것이 바로 그 날이었다. 사실 지극히 개인적인 인간이라서 나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인물들(가족, 친구, 직장동료)이 아니고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무관심한 편인데, 그래서 내가 이 뮤지션에 대해서 아는 정보랍시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스타의 연인’ 이진욱이 아니라는 것뿐이다. 음악에 대해서, 그리고 피아노에 대해서, 왈츠라는 장르에 대해서 아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이진욱이 들려주는 이 감성은 온 마음으로,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앨범을 듣고 있으면, 어느새 녹음이 짙게 깔린 잔디밭에 누워 따스한 햇볕에 광합성을 하고 있는 듯 한 기분이 든다. 특히나 2번째로 흐르는 ‘하얀 구름’은 포커스 마감을 앞둔 목요일에도, 콩나물시루처럼 빡빡한 출근길 버스 안에서도 한껏 여유로움을 전해준다.

그런 여유로움을 직접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5월 16일 상수역에 위치한 벨라트릭스37에서 1집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이렇게 멋진 음악을 소개해준 친구 손잡고 같이 가야겠다. 뇌경색이 의심되는 두통은 여유로운 그의 피아노선율과 와인한잔이면 다 해결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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