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테마기행> EBS 밤 8시 50분 좋은 드라마는 기억에 남지 않고 가슴에 남는다. 그래서 장면을 꺼내 대사와 지문을 복기할 수 없을 만큼 시간이 흐른 뒤에도 어떤 단어, 어떤 이름만으로도 드라마를 보던 무렵의 느낌이 고스란히 되살아나는 법이다. 서희태. 그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몇 달 전의 감회에 빠지는 시청자들이라면 이번 주 <세계테마기행>을 놓치지 말자. MBC <베토벤 바이러스>의 음악 감독으로 잘 알려진 그가 젊은시절 유학하던 유럽, 그 중에서도 오스트리아를 여행했다. 예술의 중심지이자 음악의 도시인 빈을 다시 찾은 그는 유명 음악가들이 잠들어 있는 중앙 묘지를 찾아 그에게 음악적 영감을 주었던 역사 속의 작곡가들과 재회한다. 빈 소년 합창단에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물까지 서희태의 남다른 유럽 여행에 동행해 보자. 노래하듯 즐거운 이 여행이야말로 ‘서희태 칸타빌레’라고 할 수 있겠다.

<시티홀> 첫 방송 SBS 밤 9시 55분
분명 로맨틱한 드라마일 것이다. <파리의 연인> 이후로 불패의 호흡을 보여주고 있는 김은숙 작가와 신우철 감독의 신작 <시티홀>은 제작진만으로 큰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게다가 김선아와 차승원이라는 새롭지만 낯설지 않은 조합은 더더욱 이 드라마에 로맨틱 코미디로서 기대를 걸게 만든다. 그런데 여자 주인공이 시청의 시장 비서실 10급 공무원이라니, 그 전개가 좀처럼 그려지질 않는다. 심지어 그녀가 밴댕이 아가씨 대회에 출전을 하고, 부시장으로 부임한 남자 주인공은 대통령이 되려는 야심가라고 하니, 대체 이들이 어떻게 사랑에 빠지게 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판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라고는 <제○공화국> 밖에 없었던 한국에서 ‘시청에서 연애하는’ 이 드라마는 과연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오늘 첫 반응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바보>(그저 바라보다가) 첫 방송 KBS2 밤 9시 55분
유명한 스타와 평범하다 못해 남루한 남자의 사랑이야기가 수도 없이 변주되다 보니 이제 영화 <노팅힐>은 구전되는 옛날이야기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소재의 새로움이 이야기를 새롭게 하는 것이 아니듯, 몇 번이고 반복된 소재라 할지라도 참신한 재미를 줄 수 있는 법이다. 대한민국 최고 여배우와 우편배달부의 계약 연애를 그린 드라마 <그바보>는 익숙한 설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시트콤을 주로 집필하던 작가들과 KBS <굿바이 솔로>를 통해 리얼한 연출을 인정받은 기민수 감독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에 더해 오래간만에 모습을 드러낸 김아중과 처음으로 드라마에 도전하는 황정민의 조화도 시청자들에게는 중요한 시청 포인트. 드라마를 구성하고 있는 의외의 조합들이 급하게 바꾼 제목처럼 ‘바보’가 될지, 예상치 못한 시너지를 보여줄 수 있을지 오늘부터 레이스가 시작된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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