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솔직하니까요.” 다니엘 헤니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이 사람에게 다가서는 방법에 대해 한 순간의 망설임 없이, 사람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솔직함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건 우리가 지금까지 다니엘 헤니에게 기대해온 그 모습이기도 하다. MBC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정려원의 눈을 똑바로 보며 달콤한 표정을 짓던 그 때부터, 다니엘 헤니는 한국에서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은 남자의 모든 상상에 대한 실현이었다. 잘 생기고, 매너 좋고, 배려가 몸에 배어있다. 그래서 그에 대한 표현은 이 한 마디면 충분했다. ‘천상의 피조물’

다니엘 헤니의 제스처가 아닌 진심에 대해

하지만 다니엘 헤니가 흥미로워지는 순간은 그런 천상의 존재 같은 시선을 거두고, 좀 더 그에게 가까워질 때부터다. 다니엘 헤니가 찜질방의 존재를 알고, 하나 둘 씩 한국어를 배워가고, 슈퍼주니어 같은 아이돌 그룹에 대해서도 알기 시작할 때 쯤, 다니엘 헤니는 조금씩 자신이 ‘Are you gentle?’의 그 매너 이상의 모습이 있음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영화 <미스터 로빈 꼬시기>에서는 그가 차가운 인상으로 여자를 몰아붙일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줬고, SBS <일요일이 좋다>의 ‘패밀리가 떴다’에서는 게임에서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물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물론, 다니엘 헤니는 한국에 오던 그 순간부터 자신에 대한 것들을 솔직하게 말했다. 자신은 어린 시절 마을의 유일한 아시아 소년으로 자라면서 힘든 일도 겪었고, 어린 시절부터 < Saturday Night Live >같은 코미디 프로그램을 즐겨 봤다고. 하지만 그것이 다니엘 헤니의 미소와 함께 말로만 표현됐을 때는 완벽한 남자가 갖춰야할 또 다른 조건들로만 느껴졌다. ‘지금 내 모습은 그냥 얻어진 게 아니에요, 나도 코미디를 좋아해요’ 같은 제스처.

하지만 다니엘 헤니는 한결 나아진 한국어 능력을 보여준 ‘패밀리가 떴다’를 통해, 부모에게 버림받았던 입양아의 슬픔을 거칠게 드러낸 <마이 파더>를 통해 조금씩 자신의 여러 표정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마이 파더>가 그에게 의미 있는 작품인 것은 그 작품을 본 게빈 후드 감독이 다니엘 헤니를 <울버린>의 에이전트 제로로 캐스팅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에 온지 3년여 만에야, 다니엘 헤니는 한국인에게 완벽한 남자의 아이콘이 아니라, 희로애락을 가진 인간의 얼굴을 보여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할리우드에서 <울버린>을 찍으며 한국인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비열한’ 표정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뉴 할리우드’ 시대에 이 남자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지금부터 다니엘 헤니에 대한 물음표를 갖게 될지도 모른다. 그가 <울버린>의 주연 휴 잭맨에게 “Be nice”라고 말한 것처럼, 그의 “Be nice”한 모습은 그가 친절하고, 배려 넘치고, 모든 일을 여유롭게 즐기는 사람일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도록 했다. 물론 인터뷰를 하는 와중에도 자신이 키우는 개 이야기를 하는 것에 즐거워하고, 흐름에 따라 대화의 시간까지 여유 있게 늘리는 그는 정말 일을 즐기는 체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자연스러운 미소를 뺀다면, 그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놀라울 정도로 과감한 선택을 해왔다. CF 촬영을 마치고 돌아가는 공항에서 <내 이름은 김삼순>의 출연을 망설임 없이 선택했고, 모든 사람이 한국에서 언어의 문제 때문에 진지한 연기를 하기 힘들 거라는 얘기를 할 때 <마이 파더>를 선택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배우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그 순간에 할리우드에 도전했다. 다니엘 헤니는 이 모든 것을 “도전하길 좋아 한다”는 말로 간단하게 설명했지만, 그의 행보는 마치 야심만만한 아시아계 스타의 할리우드 입성기를 연상시킨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그는 야망으로 이글대는 눈빛 대신 친절한 미소와 함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그 과정을 밟아 나갈 뿐이다. 자신에게는 중요한 결정이었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다니엘 헤니가 <울버린>에 출연하는 게 당연하게 느껴질 만큼.

그는 할리우드 스타가 되는 것에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단지 기분 좋게 웃기만 할 줄 알았던 그 남자가 사실은 “전 세계는 5~10년 내에 급격하게 변화”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뉴 헐리웃 시대’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 것은 놀랍고, 흥미로운 일이다. 그리고 그건 우리가 이제부터 알게 될 다니엘 헤니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애초에 그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남자가 아니라 서구권에서 익힌 매너를 가지고 한국에 왔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일하는 것의 긴장을 즐길 줄 아는 프로페셔널한 모델이었다. 그리고 <울버린>과 CBS의 새 드라마 파일럿 출연을 통해 자신이 가장 잘 말할 수 있는 언어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기회를 얻었다. 이제 우리는 라디오헤드의 ‘Creep’을 즐겨 부르고, CF에서 젠틀한 모습을 보여주며 모든 이의 꿈 속에 있을 것 같았던 남자 대신, 자신의 일에 욕심을 부리고, 새로운 작품을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준비된 스타’로서의 다니엘 헤니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다니엘 헤니는 더 이상 ‘천상의 피조물’이 아니다. 그는 더 이상 한국인에게 미소만 날리지도, 한국 안의 외국인이란 제한적인 역할에만 머무르지도 않는다. 그리고 그럴수록 자신이 더 괜찮은 사람이란 걸 증명하고 있다. 이런, 정말 치명적이군.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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