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나 이상적인 정치인을 꿈꾼다. 현실 속 정치가 부정부패와 폭력으로 얼룩질수록 더욱 그렇다. 이러한 바람을 담아 4월 29일 첫 방송되는 SBS 수목 미니시리즈 <시티홀>은 ‘인주시’라는 가상의 지방 소도시를 배경으로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와 맞닿아 있는 인간 군상들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16일 오후 인천 하얏트에서 열린 <시티홀> 제작발표회에는 차승원, 김선아 등 주연 배우들과 김은숙 작가, 신우철 감독이 참석했다.

“지금까지의 김은숙표 드라마 중 가장 ‘웃긴’ 드라마”

드라마는 천재 관료 조국(차승원)이 인주시 부시장으로 내려오고 인주시청 10급 공무원 신미래(김선아)가 카드빚을 갚기 위해 ‘밴댕이 아가씨 선발대회’에 출전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인주시에서의 시정 활동에 대해 “제발 부탁인데 너무 열심히 하지 맙시다”라며 귀찮아하던 조국은 “불의를 보고 참지 말기엔 난 너무 늙었다”가 인생 모토인 신미래와 점점 얽히게 되고, 신미래 역시 의도치 않았던 사건에 휘말리며 인주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게 된다. 신우철 감독과 함께 <파리의 연인>부터 <온에어>까지 흥행불패의 기록을 이어 온 김은숙 작가는 이번 작품에 대해 “<시티홀>은 정치 드라마가 아니다. 주된 공간이 시청이고 공무원들이 등장하며 정치와 맞닿은 이야기가 진행되긴 하지만 여기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우리가 꿈꾸는 이상향이다. ‘이런 시장이 있으면 좋겠다, 이렇게 멋진 국회의원이 있으면 좋겠다, 이런 아름다운 공무원들이 있으면 좋겠다’ 하는 바램들을 담았다. 그리고 <시티홀>은 지금까지의 내 드라마 가운데 가장 ‘웃긴’ 드라마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을 꿈꾸는 남자 조국, 차승원
아버지도 모르는 미혼모의 자식이지만 행정고시와 사법고시를 동시에 패스하고 재벌 회장 딸 고고해(윤세아)와 정략적 약혼까지 해 국회의원을 거쳐 훗날 대통령이 되겠다는 그의 야망은 착착 진행 중이다. “정치는 빽과 머리와 돈으로 하는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으며 정치색과 상관없이 언제나 여당과만 뜻을 같이 한다. 하지만 오로지 자신의 커리어에 발판으로 삼으려 정치적으로 낙후한 인주시 부시장 자리를 맡으면서 그의 인생은 예상과 달라지기 시작한다. “강남에서 잘 살던 이십대 청년이 갑자기 시골 산골짜기에 들어가 살면서 겪는 해프닝 같은 느낌이 재미있다. 그 과정을 통해 신미래는 조국에게 정치를 배우고, 조국은 새로운 정치관을 배우게 될 거다”

어느·날 갑자기 시장이 되는 여자 신미래, 김선아
기나긴 백수 생활을 거쳐 인주시청 10급 공무원이 되었지만 7년째 직급은 그대로, 평생의 꿈은 9급 공무원이다. 서른여섯의 나이에 카드빚 때문에 밴댕이 아가씨 선발대회에 참가했다가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인주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해 덜컥 당선까지 되어 버린다. “신미래는 정치가 뭔지 잘 모르지만 자신을 믿고 남에게 베풀 줄 아는 사람이다. 조국을 만나면서 정치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고 시야가 넓어지는 모습이 등장하게 된다. MBC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순이와 비슷해 보일 수도 있지만 삼순이가 좀 더 현실적이고 욱 하는 성격이 있다면 미래는 좀 더 판타지가 섞여 있는 인물이고 많이 웃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상대역이 연하에서 연상으로 바뀌었고, 훨씬 멋있다는 거? (웃음)”

한국판 힐러리를 꿈꾸는 여자 민주화, 추상미
꿈은 힐러리지만 현실은 ‘화장빨 정치’의 대명사로 불리는 인주시 시의회 시의원에 멈춰 있다. 부잣집에서 자랐고 공부도 잘 하는 편이어서 초중고 동창이었던 미래와는 학기 초마다 반장 자리를 놓고 치열한 접전을 벌였으나 떡볶이 회식, 아이스크림 접대 등 선거법 위반을 통해 12년 내내 반장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서민처럼 살기는 싫지만 서민의 표를 얻기 위해 재래시장을 다니며 눈에 빤히 보이는 립서비스를 펼치며 더 높은 꿈을 향한 야망을 놓지 못한다. “민주화는 똑똑해 보이지만 빈 구석이 많고, 항상 음모를 짜지만 실패한다. 이렇게 코믹한 캐릭터를 처음 맡아서 처음에는 고민했지만 지금은 정말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

인주시 문화관광국 국장에 만족하던 남자 이정도, 이형철
행정고시 스터디에서 만난 민주화와 결혼했다. 공무원의 직분에 충실하고 평범한 삶을 꿈꾸는 중도주의자로 큰 욕심 없이 자기 그릇에 맞는 삶을 원하지만 야심가인 부인과 점점 갈등을 빚게 된다. 극 초반 사건에 휘말려 시청에 사직서를 내게 되지만 미래의 시장 당선 후 복직되면서 미래의 오른팔인 부시장 자리에 앉으면서 그의 인생은 찻잔을 벗어나게 된다. “이정도는 이름 그대로 정도를 걷는 인물이고 옛날에 태어났으면 선비로 살았을 것 같은 성품의 소유자다. 조용하지만 원칙에 어긋나는 일에 대해서는 남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말도 거침없이 하는 사람이다”

관전 포인트
“고수들이 힘 빼고 만든 진정한 대박 드라마”라는 SBS 드라마국 이현직 책임 프로듀서의 말대로 <시티홀>은 베테랑 작가와 감독, 배우들이 뭉친 작품이다. 제작발표회에서 15분 가량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에서도 카리스마와 코믹함이 절묘하게 조화된 차승원의 연기와 김선아의 몸 사리지 않는 연기가 훌륭한 호흡으로 펼쳐졌다. ‘밴댕이 아가씨 선발대회에서 국산과 중국산을 가리는 파이널 라운드’ 등 소소한 에피소드는 물론 오가는 대사들도 맛깔나는 편이다. 수목 드라마 삼파전에서 4월 15일 한 발 앞서 시작된 MBC <신데렐라맨>은 물론 <시티홀>과 같은 날인 4월 29일 시작되는 KBS <그 바보> 역시 긴장을 늦출 수 없을 듯하다.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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