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가 노래 따라 간다는 말이 맞나 봐요.” 자꾸 자꾸 힘들다는 말을 되풀이한다. 새로 활동도 시작해야 되고 이런저런 부담감 때문이겠지 짐작하다가,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을 찍으면서 그 ‘힘듦’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디지털 싱글 ‘힘들어’로 돌아온 가수 리치를 만났다.

얼마 전 화이트데이 콘서트는 어땠나?
리치
: 관객도 꽉 차고 주변사람들이 반응도 좋았다고 하더라. 스탠딩인데도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셔서 팬들께 너무 감사했고 좋은 콘서트였다. 긴장을 많이 한 탓인지 약간의 공연후유증도 있고 좀 힘들기도 했지만 이젠 괜찮다.

이번 디지털 싱글은?
리치
: 디지털 싱글 ‘힘들어’는 팝과 R&B가 접목된 장르를 어쿠스틱 사운드로 풀어낸 ‘빈티지 얼반’ 스타일의 곡이고, 힘들어하는 연인의 사랑이야기다.

재킷 사진이 반라에 날개를 달고 앉아 있는 사진이다.
리치
: 날개 달린 천사가 음악과 사랑에 빠져서 떠나지 못하는 그런 느낌. 하하

몸이 상당하다. 이거 포토샵 아닌가?
리치
: 전혀 아니다. 40일 동안 밥 한 그릇 안 먹고 닭가슴살, 고구마, 배추만으로 버텼다. 너무 힘들었다. 가수가 노래만 잘하면 되지 왜 이래야 되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촬영 4일전부터 물과 음식섭취를 못하고 찍은 사진이라 몸이 좀 비현실적으로 보일수도 있겠다.

왠지 ‘사랑해 이말 밖에’이후로 뜸한 느낌이다. 그 전엔 예능에도 얼굴을 많이 비췄는데 특별히 이유가 있나?
리치
: 안 불러주시더라 하하. 사실 거기에 대한 답변을 못 드려서 오해를 하시는 분들이 꽤 있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개인작업도 하고 다른 일들도 하다 보니 정신없이 지냈다. 뭐 불러만 주시면 당장 나간다.

하하. 뜸한 느낌을 없애야 되지 않을까?
리치
: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꾸준히 음악작업도 계속 발표해왔고 뮤지컬도 하고 여러 가지 일을 해왔다. 방송이나 언론매체에 보이지 않는다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리치월드엔터테인먼트를 만들었다는데?
리치
: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때문에 제재도 많이 받았고, 하고 싶은 걸 못 했기 때문에 내가 만들어서 하는 수밖에 없었다. 멋진 음악레이블을 만들어서 좋은 친구들도 발굴하고 부담 없이 음악을 즐길 수 있게 그런 곳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동네> 등 뮤지컬 무대에도 올랐다. 뮤지컬 출연은 어땠나?
리치
: 무대에 서는 것을 좋아한다. 우연찮게 시작했었지만 뮤지컬 무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그렇다면 뮤지컬 <돈주앙> 캐스팅이 좋은 기회였을 텐데 왜 출연하지 않았나?
리치
: 아쉽지만 이번 디지털 싱글작업과 시기가 겹치게 되어서 어쩔 수 없이 포기하게 됐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못하는 스타일이라서 그랬지만 다시 기회가 된다면 그때는 꼭하고 싶다.

2002년도엔 연말 가요 시상식에서 프로듀서상을 받았다.
리치
: ‘사랑해 이말 밖에’가 수록된 앨범이었는데 그때가 18살이었다. 지금 받았으면 펑펑 울었을 텐데 그때는 정말 정신없이 했는데 그냥 상을 받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 당시는 고민이 많았다. 그냥 이대로 엔터테이너로서 길을 갈 것인지 아니면 아티스트의 길을 가야되는지 뭐 그런…

이글파이브의 ‘오징어 외계인’은 아직도 너무나 인기가 많다.
리치
: 이번 콘서트 때도 놀랐다. 그 어떤 곡보다 호응이 대단하더라. 종종 신곡을 발표하고 포털을 검색하면 신곡은 순위 밑인데, 오징어 외계인이 검색어 1위에 등극해 놀랄 때가 많다. 12년 전 13살 땐 사실 그런 가사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게 부끄러웠다. 하지만 요즘은 지금 나를 있게 해준 곡은 결국 그 곡이 아닌가 하며 감사한다.

아이돌로 살아온 본인의 지난 청춘은 어땠나?
리치
: 내년이면 지금껏 산 날의 반을 음악을 한 셈이 된다. 십 년 이상 이일을 하면서 쉽지는 않았다. 아이돌을 하면서 몰라야 될 걸 일찍 알게 되었고, 지금 내 또래 친구들이 하는 걱정을 그때 다한 것 같다. 힘든 점도 많았지만 알게 된 것도 많다. 십대는 반항과 성장, 이십대는 자제. 하하

마지막 질문이다. 리치에게 외계인이란?
리치
: 팽순이.

글ㆍ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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