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 다가가기
세상 편하게 살려면 이렇게 살아야 한다. 아래서 치고 올라오는 후배는 “너 일루 와봐. 진짜 어이없어가지고 말도 안 나온다. 야, 우리 땐 상상도 못할 일이야. 내가 우스워? 너 우니? 내가 때렸니?”라며 쥐 잡듯 밟은 뒤 ‘권력의 핵심’인 선배가 나타나면 “선생님…저 진짜 못하겠습니다. 저희 땐 안 그랬잖아요 선뱃니임…”이라며 안면을 바꾼다. 선배가 누구랑 무슨 일 있었냐고 물으면 눈물을 닦으며 괜찮다고 수습하되 “XX야 나중에 따로 얘기하자”라며 콕 집어 이름을 불러주는 센스는 기본이다. 분위기를 파악한 후배가 알아서 기기 시작했다고 풀어주면 안 된다. 콜라를 갖다 주면 “나 다이어트 콜라 아니면 안 먹는 거 몰라?”, 향수를 뿌려주면 “나 넘버 파이브 아니면 안 뿌리는 거 몰라? 이 애매모호한 냄새는 뭐야?”라고 까탈을 부리고 무슨 일이 있을 때 “우리 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야~”라며 호들갑을 떨어주는 것도 뛰어난 중간관리자의 능력이다.

이러한 ‘진상 리더십’이라는 새 장르를 개척한 안영미 선배 따라잡기 노하우는 대략 이렇다. 첫째, 입을 항상 좀 벌리고 있다가 둘째,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셋째, 교정기를 낀 듯 부정확한 발음으로 넷째, 취했는데 안 취했다고 우기는 느낌을 살려서 다음 예문을 매일 열 번 이상 소리 내어 읽어 보자. “똑! 바로해 이거뜌라~ 나아, 마끼↗아또 아리면 안 먹는 거 믈라↗? 이게 므야↗? 밀크커피라니 미친 거 아냐↗? 나 삼년차 때 선배들 커피 드실 때 되면 과테말라 가서 원두 갈아왔어 이거뜌라~” 어느 순간 주위에 사람들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성공이다.

갈래 : 비드라마, 희비극, 처세술

[1점 문제]Q. 안영미의 “우리 땐 상상도 못할 일이야~”에 이어지는 대사가 아닌 것을 고르시오.

1) 나 삼년차 됐을 때 간신히 콧물 그렸어. 허락받고.
2) 우리 땐 남자 만나지 말라고 해서 개도 암컷만 키웠다.
3) 나 5년차 때 선배님들 떡볶이 드실 때 나 간신히 파 한 조각 얻어먹었다.
4) 우리 땐 한 번씩 다 팔려갔어 이것들아~
5) 우리 땐 다 철거 한 번씩 당해봤어 이것들아~

[2점 문제]Q. 다음 중 후배를 위하는 선배 안영미의 마음이 요만큼도 드러나지 않는 대사를 고르시오.

1) 야, 니가 하니까 완전 싼 티나. 빨리 내놔. 진짜 안 어울려서 그래.
2) 애들이 연기로 웃길 생각 안 하고 분장으로 웃길라고 그러잖아요…
3) 나 얘 소개시켜줘. 뭐? 너네 사귀어? 헤어져. 진짜 안 어울려서 그래. 진짜로.
4) 애들이 벌써부터 헝그리 정신이 부족해서 공연 도중에 도너츠를 처먹고 있잖아요.
5) 언니, 가, 자기, 보다, 나이, 어리, 다고, 무시, 하잖, 아요…저, 못, 하겠, 습니, 다…흑…

[3점 문제]Q. 다음 가사의 사이사이 들어갈 안영미의 추임새로 적절하지 않은 것을 고르시오.

“…sorry sorry sorry sorry 내가 내가 내가 먼저 네게 네게 네게 빠져 빠져 빠져 버려 baby 1) ㉠(내가 먼저라니까 이것들아~) shawty shawty shawty shawty 눈이 부셔 부셔 부셔 숨이 막혀 막혀 막혀 내가 미쳐 미쳐 baby 2) ㉡(너 미쳤니? 죄송해요 선생님~ 애들이 개념이 없어요~) 바라보는 눈빛 속에 눈빛 속에 나는 마치 나는 마치 뭐에 홀린 놈 걸어오는 너의 모습 너의 모습 너는 마치 내 심장을 밟고 왔나 봐 3) ㉢(우리 땐 다 한 번씩 밟혀 봤어 이것들아~) 어딜 가나 당당하게 웃는 너는 매력적 착한여자 일색이란 생각들은 보편적 4) ㉣(하긴 니들이 뭐 여자한테 돈을 떼여 봤겠니 생일날 채여 보길 했겠니) 도도하게 당당하게 정말 너는 환상적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네게 빠져 버렸어 5) ㉤(이것들이 빠져 갖구 진짜~!)” – 슈퍼주니어 ‘쏘리쏘리’

* 정답은 다음 주에 발표됩니다.

* 지난 주 정답
1점 문제 – 1
2점 문제 – 5
3점 문제 – 3

오답 꼼꼼 체크!
1점 문제 – 같은 처지를 겪은 사람끼리 서로 이해하고 동정하는 ‘동병상련(同病相憐)’에 관한 문제입니다. <하얀 거탑> 노민국은 이선우와 존스 홉킨스 동문이고 <태양의 여자> 신도영은 양부모의 애정을 독차지하기 위해 동생을 버렸습니다. <내 이름은 김삼순> 유희진은 외국에서 투병 생활 끝에 돌아오니 애인이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고, <처용 설화> 처용 역시 밤에 놀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부인이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우고 있는 것을 목격합니다. 즉 정답은 <카인과 아벨>의 이선우와 얼굴만 똑같은 <천국의 계단> 한태화입니다. 그것만으로도 동정이 간다구요? 기분 탓이겠죠.

[실전! 고난도 말하기 전략]
* 후배가 회사에서 화이트 데이 선물을 받았을 때
너 미쳤니? 나 진짜 완전 어이없다. 야, 우리 땐 상상을 못할 일이야~ 기자가 책상 위에 사탕 나부랭이 올려놓는 거 봤어? 우리 땐 십 년차 됐을 때 간신히 소개팅 한번 했어. 편집장님 손잡고 가서. 죄송해요 편집장님~ 요즘 애들이 개념이 없어요~

* 얼굴 전면공사 후 만난 후배가 “예뻐지셨어요 언니~”라고 칭찬할 때
뭐? 예뻐져? 원랜 안 예뻤다는 거야 뭐야? 야 똑바로 말해 이것들아~

* 월급쟁이가 회의 시간에 농땡이 칠 때
야 뭐 본 거야. 봐봐. 압수압수압수압수. 내놔. 미친 거 아냐? 이것들이 빠져 갖구 진짜!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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