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허어엉, 이번 MBC <무한도전> 봤어? 완전 감동이야. 진짜 이번 도전도 최고인 거 같아.
아아, 봅슬레이 편 말이지? 완주하고 나서 다들 부여잡고 눈물 흘리는데 나도 좀 시큰하더라. 특히 정형돈 우는 게 정말 찡하더라.

그치?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부상 때문에 지켜보기만 해야 하니까 얼마나 아쉬웠을까. 그래도 경기에 안 나간 게 잘 한 거겠지?
물론이지. 운동 경기에서 부상을 입고 참가하는 건 건 타이어 펑크 난 차를 몰고 경주를 속행하는 거랑 다름없는 거야. 후자에 대해서는 누구라도 미친 짓이라고 말할 거면서 이상하게 우리나라에선 부상 투혼을 왜 그리 좋아하는 건지…

그 정도로 심각한 거야? 전스틴은 어깨를 아예 벽에 부딪힌 거니까 확실히 다친 거 같긴 하던데, 정형돈도 그렇게 심하게 다친 거야? 설마 척추까지 다친 건 아니겠지?
그랬으면 들것에 실려 나갔어야지. 척추 안의 신경은 우리 몸 전체에 신호를 보내는 부위니까 그 정돈 아닐 거야. 하지만 방심할 수도 없어. 정밀한 검사 결과를 모르니까 정확히 얼마나 다쳤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우선 허리를 다친 거잖아. 이번 <무한도전> 보면 알겠지만 중력의 압박을 버티는 건 허리 부위거든. 그리고 당연히 그렇게 힘을 내는 건 허리의 근육이고. 그 근육이 삐끗했으니 다시 봅슬레이를 타며 중력을 이겨내긴 어렵지.

원래 봅슬레이가 그렇게 다치기 쉬운 운동인 거야?
시속 130㎞로 빙벽을 타고 내려오는데 당연히 위험하지. 그래도 파일럿인 강광배 감독이 앞에서 잘 조절해주니까 코스 밖으로 넘어가는 불상사가 안 생겼던 거겠지.

참, 그분은 대체 뭐하시는 분인데 혼자 앞에서 파일럿을 하는 거야?
우리나라가 봅슬레이 불모지인 건 알지? 몰라? 쇼트트랙이랑 피겨 스케이팅 빼면 동계 올림픽 때 생각나는 운동 있어? 없지? 강광배 감독은 그런 우리나라에서 스켈레톤이랑 봅슬레이를 개척한 사람이야. 원래는 스키를 타던 분인데 무릎 십자인대가 끊기는 부상 때문에 5급 장애 판정까지 받았었어. 그런데 올림픽에 나가겠다는 일념으로 루지랑 스켈레톤, 봅슬레이에 도전한 거지. 영화 보면 하계 올림픽 육상에 도전하려던 주인공이 예선에서 넘어져서 출전 못하니까 동계 올림픽 봅슬레이에 도전하잖아. 그거랑도 좀 비슷한 경우지. 아무튼 그렇게 강광배 감독이 먼저 도전하면서 우리나라에 없던 봅슬레이 파일럿이 생겨난 거야. 아쉽지만 아직 그 분 뒤를 이어 파일럿을 할 만한 후배는 없는 상황이고. 이번에 자막 보면 육상이나 역도 선수들이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왔다고 하잖아. 그만큼 열악한 게 한국 봅슬레이야.

그럼 성적도 별로겠네?
이상하게, 참 이상하게 우리나라는 핸드볼 국가대표나 피겨계의 김연아처럼 지원이 좋지 않은 비인기 종목에서도 기적 같은 일을 벌이는 선수들이 나온단 말이지. 한국 봅슬레이 국가대표도 그래. 작년 1월에는 세계대회인 아메리카컵에서 강광배 감독을 비롯한 국가대표 선수들이 썰매가 없어서 500달러 주고 ‘솔트레이크 2002’라고 적힌 중고 4인승 썰매를 빌려서 동메달을 따는 기적을 만들었지. 그건 뭐… 기적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거 같아.

그럼 이번 으로 봅슬레이 인기가 좀 올라가지 않을까?
아무래도 태호 PD도 그런 걸 염두에 두고 봅슬레이에 도전했겠지? 과연 얼마나 꾸준히 관심이 이어질진 모르는 거지만 그래도 성과도 있고 의의도 있었다고 생각해. 위험한 도전이라고 누굴 위한 봅슬레이냐는 얘기도 들었지만 사실 부상이란 건 앞서 도전했던 스포츠 댄스나 에어로빅에서도 생길 수 있단 걸 떠올리면 그건 좀 과민한 반응 같기도 하고.

아깐 봅슬레이가 위험한 경기라며. 딱 봐도 봅슬레이랑 스포츠 댄스, 에어로빅은 비교하기 어려울 거 같은데?
물론 초보자가 아무런 준비 없이 도전한다고 가정하면 바로 황천길로 가는 스포츠겠지. 하지만 적어도 제대로 된 코치의 도움을 받아 기초부터 연습한다면 그 다음부터 부상의 위험은 거의 운의 영향을 받게 되는 거지.

그게 무슨 소리야? 운이 좋고 나쁜 것 때문에 부상을 당한다고?
좋은 예가 될지는 모르겠는데 멤버 중에서 에이스 전진이랑 웃기는 거 빼고 다 잘하는 정형돈이 부상을 당하고 가장 불안불안했던 박명수는 무사히 완주했잖아. 부상이란 건 그만큼 운이 중요해. 물론 운동을 하기 전에 스트레칭을 하고, 몸을 충분히 덥혀주는 게 부상의 확률을 낮춰주긴 하지. 하지만 그게 부상의 위험을 완전히 줄여주는 건 아니야. 워밍업을 충분히 해주고 가볍게 조깅을 하다가도 살짝 튀어나온 보도블록을 밟아서 발목을 심하게 삐끗할 수도 있어. 그에 반해 아무 준비 없이 전력질주를 해도 안 다치는 사람이 있는 거고. 그만큼 운동에 있어서 부상이 일어날 변수는 무궁무진해. 그러니 비슷하게 준비를 하는 입장에서는 운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밖에. 정확히 말하면 아무리 준비를 잘해도 부상을 당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절대 방심하지 않는 게 중요하겠지.

그러면 여태 했던 모든 도전들이 부상의 위험이 있었다는 거야?
응, 맞아. 항상 멤버들이 조심하고 좋은 선생님들께 교육을 받아서 이번 봅슬레이 편까지 포함해서 큰 부상을 당한 적은 없지만 어떤 도전도 부상의 위험으로부터 아주 안전하진 않아. 아니, 정확히 말해 우리의 모든 생활이 부상과 위험의 연속이라고 봐도 될 거 같아. 헬스클럽에서 무거운 바벨을 어깨에 걸치고 스쿼트를 몇 세트씩 하던 사람이 이삿짐 박스 들다가 허리를 다치는 것처럼. 아니, 굳이 힘쓰는 일이 아니더라도 마우스 오래 잡고 있다가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돌릴 때 스티븐 시걸이 목을 비트는 듯한 고통을 느끼는 경우도 있잖아. 그래서 오히려 절대 방심할 수 없는 봅슬레이 같은 종목에서 부상이 적을 수도 있는 거고. 그걸 깨달은 사람들이 처럼 이것저것 도전을 많이 하는 거 같아.

얘기 들으니까 멤버들이 더 대단해보이기도 하고, 앞으로의 도전이 걱정되기도 하고 그러네.
앞으로도 스포츠 댄스나 에어로빅, 봅슬레이 같은 걸 할 때마다 오랜 훈련 기간을 두고 A to Z를 익혀나간다면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구느님처럼 수영부터 댄스까지 뭐든지 속성으로 끝내시는 분들이 나중에 무슨 일이 생겨도 생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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