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식_ 독특한 춤과 노래로 인터넷 상에서 유명세를 탄 UCC스타. 김작이 존경하는 순결한 댄스 머신

발라드를 싫어하고 댄스가요를 좋아하는 나에게 지난 몇 달간은 정말 가요프로그램을 볼 맛이 나는 날들이었다. 빅뱅과 동방신기, 2PM과 원더걸스, 비와 손담비 그리고 연말엔 수줍은 오덕들의 천사로 다시 태어난 카라와 짧고 굵은 특별무대를 선보였던 보아까지 등장하여 마치 90년대의 댄스가요 황금기로 돌아간 듯한 희열을 맛보게 해주었었다. 그렇게 그들의 멋진 무대를 넋 놓고 바라보며 나는 또 얼마나 많은 댄스에의 욕망을 참아내야만 했는지.

난 춤추고 싶을 뿐이고!!!!

그렇다, 나는 서른두 살을 먹은 지금도 댄스가수들의 안무와 노래를 따라 하고픈 미련을 버리지 못한 그런 철없는 어른인 것이다. 피곤한 하루 일과에 지쳐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누운 채로 TV를 시청하다가도 동영배군이나 보아 같은 절정의 댄스가수들이 등장하면 나도 모르게 온 몸을 꿈틀거리고 있기가 일쑤이다. 하지만 오호 통재라, 나의 관절들은 이미 박남정의 로보트 춤 이외의 다른 춤은 소화해내지 못 할 정도로 뻑뻑하게 굳어 버린 지 오래고 툭하면 시큰거리곤 하는 허리는 전신 웨이브를 상체에서만 끝내야만 하는 아픔을 지니고 있는 상태이니 누가 보면 이건 댄스라기보다는 위경련에 가까운 몸부림일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사람들한테는 어떤지 몰라도 나에게는 꽤 우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댄서를 꿈꾸며 브레이크 댄스를 배운답시고 시멘트 바닥에서 어설픈 몸부림을 치던 어린 시절의 그 즐거웠던 추억들이 내 몸 안에서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아 너무나 아쉬운 것이다. 게다가 주위의 사람들은 요새 들어 니가 부쩍 더 흉해 보인다고, 몸 개그 좀 그만하라고 구박을 한다. 쩝, 그건 개그가 아니라 진짜 춤을 추는 거였는데…

세월에 주눅이 들고 주위의 시선들에 쫄고 있다. 이제 정말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몸으로 신나게 놀 수 있었던 그런 시절은 다 가버린 것일까? 이렇게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아 우울할 때, 주위의 시선이 두려워 춤에 대한 욕망을 참아야만 할 때 나는 인터넷에 접속한다. 그리고 나의 오랜 UCC스타 김유식 군의 춤과 노래를 한바탕 감상하곤 한다.
김유식. 그는 올해로 30살이 된 평범한 청년으로써 서울시 마포구 홍대 근처 어딘가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그가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그만의 독특한 FEEL로 재해석한 춤과 노래가 담긴 동영상이 인터넷 상에서 퍼져가면서부터.

난 정말 그 매력에 빠져버렸어~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의 춤과 노래 실력은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니다. 절도 있게 끊어줘야 할 안무는 꼴뚜기 별 왕자의 춤사위처럼 힘없이 흐느적거리고 늘 납작하게 엎드린 목소리는 듣는 이의 가슴마저도 답답하게 만들 지경이라 곧잘 인터넷 악플러들의 비웃음을 사기도 한다. 솔직히 나도 그의 춤이 담긴 동영상을 처음 보았을 때는 멋지다기 보다는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뭐야 이 친구는? 이건 용감해도 너무 용감하잖아!’ 하지만 유승준에서부터 시작하여 세븐을 거쳐 비에까지 도달하는 그의 방구석 라이브 영상들을 모두 보고나니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언제나 진지한 그의 눈빛이 멋있어 보이기 시작했다. 춤을 추고 싶고 노래를 부르고 싶은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그 모습, 남이야 뭐라고 하던 간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그 모습이 부러웠다. 나이가 많다고, 남이 흉본다고 해서 내가 잃어버릴 뻔 했던 그 즐거움을 그는 아주 잘 알고 또 즐기면서 사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또한 김유식 군은 대인배의 마음가짐을 가진 청년이기도 하다.

그의 미니홈피에 들어가 보면 그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별 이유 없이 악의적인 댓글을 다는 사람들에게도 화 한번 내는 일 없이 성실하게 답변하는 그 모습이 키보드만 잡으면 워리어가 되어 버리는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자신의 홈피를 방문한 사람들에게 늘 ‘행복해지세요’라는 축복을 내리는 천사 같은 청년, 춤과 노래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그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눠주는 청년. 그가 바로 나의 UCC스타이자 순결한 댄스 머신인 김유식 군인 것이다. 안무를 좀 완벽하게 소화해내지 못한다고 해서 그게 무슨 문제인가? 또 패션센스가 좀 특이하다고 해서 그게 무슨 문제인가? 웹 카메라를 켜고 문을 닫은 그 작은 골방 안에서 노래가 흐르는 그 짧은 시간만큼은 그는 월드스타 비도, 간지만점 빅뱅도 부럽지 않은 우리들만의 스타인 것을. 앞으로도 그가 계속 춤과 노래를 즐기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그를 보면서 나도 남의 눈을 신경 쓰지 않고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을 배워나가고 싶다. 멈추지 않는 유식니즘! 난 정말 그 매력에 빠져버렸어~

김종민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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