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하고도 반이 더 흘렀습니다. ‘다사다난’이라는 진부한 표현이 이보다 더 어울릴 수 없는 2008년도 이제 보름만 지나면 지난해가 되어버리는 군요. 경제가 바닥을 쳐도 나라꼴이 말이 아니라도, 매년 우리는 ‘12월’이라는 거대한 핑계거리를 빌려 또 다시 술잔을 기울이고 거리를 배회합니다.

12월 12일 <10 매거진>은 10명의 멤버들과 외부의 필자 분들이 모인, 조촐하지만 즐거운 송년회를 가졌습니다. 홍대의 작은 카페에 모여 늘 그렇듯 필요 이상으로 다정하지도, 한 순간도 지루하지도 않게 흘러간 그 날의 10시간은 이 잡지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그저 내부의 기자들만은 아니라는 것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느끼게 해준 시간이었습니다.
사람얼굴을 한 올드독, 상의 하의 다 갖춰 입은 이크종, 기름기라고는 전혀 없는 담백미녀 십자매, 패러디가 아닌 오리지널 신선생, 종이도 벨 오뚝한 코의 홍유라님이 함께 모여 술잔을 부딪치는 풍경이 상상이 되시나요? 자신들의 카툰을 완벽히 배신한 이들의 모습은 동영상으로 보여드리고 싶을 정도예요. 손수 만드신 귀걸이와 목걸이를 선물로 들고 나타난 정석희씨는 ‘자유부인’보다는 ‘신사임당’에 가까웠고, ‘日파만파’의 김희주씨는 ‘동경소녀’라는 칼럼 명에서 벗어난 덕인지 그 어느 때 보다 여성미를 풍기더군요. 조지영, 김선영, 김은영, 정진아, 윤이나, 김교석 6명의 TV평론가들은 ‘신화창조’를 외치던 90년대 아이돌처럼 함께 어울려서 좋은 그림을 만들기도 했지만 한 명 한 명 어찌나 다른 개성의 사람들이던지요. 한편 뒷골목 ‘히파퍼’같은 북실북실 털옷을 입고 나타난 김종민 작가와 시크한 검은 퍼를 두른 심정희 기자는 한 쌍의 우아한 강아지들 같았고, 김도훈 기자는 <어바웃 어 보이>의 니콜라스 홀트도 울고 갈 깜찍한 털모자로 주변의 귀여움을 독차지 했습니다. 그들과 함께 건배를 외치며 뉴욕에 계신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의 양지현씨를 15분 정도 사무치게 그리워하기도 했습니다.

동이 터오는 순간까지 함께해 주신 보석 같은 필자 분들에게 이 글을 빌어 다시 한 번 사랑을 전합니다. 그들의 더운 손이 있기에 <10 매거진>의 2008년은 그렇게 따뜻하게 저물어갑니다. 지나친 음주가무로 감기에 걸려 콜록거리는 주제에 가슴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요. 함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요. 아, 모두들 감기 조심하세요. 아직 보름이나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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