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 나도. 브래드 피트가 우월한 존재라는 건. 그건 우리 어머니, 아버지도 아는 거니까. 타고난 얼굴 잘생겼지, 노력해서 만든 몸 훌륭하지, 섹시 어쩌고 하는 순위에선 항상 상위권 말뚝이에 개런티도 높아, 같이 사는 건 안젤리나 졸리야. 하지만 말이야, 곰곰이 따져보면 따져볼 수록 과연 브래드 피트를 우리가 부러워해야 할 이유가 있는 걸까 싶어. 사실 이 사람 인생, 굉장히 피곤하지 않을까?

우선 얼굴 말이야, 어떻게 된 게 18년 전 <델마와 루이스>에서 나왔던 얼굴이랑 몇 년 차이밖에 안 나 보이는 얼굴이잖아. 이게 배우로서 얼마나 불리해? 지나간 시간이 얼만데 만날 똑같은 얼굴이면 보는 사람도 식상하잖아. 이건 뭐 얼굴에 니스칠 해놓은 것처럼 피부도 그대로니… 또 그렇게 익숙해진 얼굴이니 혹 나중에 주름에 손 좀 댈라치면 얼마나 사람들이 빠르게 눈치 채겠어. 몸매도 그래. 나이 마흔 여섯에 그런 군살 하나 없는 몸매를 가지다니, 이건 좀 아니다 싶어. 서른 넘어가면 군것질 안 하고 하루 세 끼만 정량으로 먹어도 인품만큼 허리 둘레가 늘어나는 게 정상이잖아. 그런데 아직도 그런 선명한 식스팩을 유지하려면, 아이고… 그건 배때기가 끊어지는 느낌이 들 때까지 복근 운동하고 잔뜩 땀 흘리고 나서 맥주 한 잔 제대로 마시지 못한다는 얘기야. 완전 속 퍽퍽해 죽겠는데 삶은 계란 같은 거 입에 넣어야 되고, 우웩.

영화 출연 개런티도 엄청 높지? 그런데 몸값 높으면 항상 언론에 공개되잖아. 이번 영화는 2000만 달러에 계약했네, 사상 최고 개런티가 어쩌네, 그렇게. 저번에 <미션 임파서블 4> 계약 얘기 나올 때 3900만 달러까지 제의 받은 거, 여기 한국까지 다 퍼졌어. 그런 얘기가 파다하게 나오면 어디 세금 조금 잘라 먹는 시도라도 해볼 수 있겠어? 집도 마찬가지야. 그렇게 모은 돈으로 집도 좋은 거 사니까 좋을 거 같지? 그런데 워낙 비싼 집에서 사니까 최근에 판 말리부 저택 건처럼 1000만 달러 이익을 봤다는 얘기도 바로 나오는 거야. 그럼 부동산 거래세도 곧이곧대로 물어야지. 이건 뭐 일등 납세자의 길을 걷겠다는 것도 아니고, 원. 집 얘기 나온 김에 더 얘기하면 이번에 영화 촬영 때문에 롱아일랜드에 있는 6000만 달러짜리 집을 임대했다며. 부모야 그렇다 쳐도 애들은 그렇게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니 얼마나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겠어. 아이들이 그렇게 자라면서 겪는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부모에게 어떻게든 돌아오게 되어 있다고.

그런데 브래드 피트의 정말 문제는 연기력이 좋아 상까지 제법 받는다는 거야. 예전에 <12 몽키즈>로 오스카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고,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탔지? <겁쟁이 로버트 포드의 제세 제임스 암살>로 베니스 국제 영화제 남우주연상 탔지? 이번에는 또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때문에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 올랐지. 이렇게 연기파 배우 소리 듣기 시작하면 이거 맞춰주느라 개런티 높은 블록버스터 말고 <바벨>처럼 심각한 분위기 영화도 가끔씩 찍어줘야 하거든. 내일 모레면 오십에, 동거녀는 아이들 계속 입양하는데 벌 수 있을 때 바짝 벌어야하는데 이게 무슨 답답한 경우야.

그래, 알아. 그래도 같이 사는 안젤리나 졸리가 많이 벌어다 줄 수 있다는 거. 세계에서 자기만큼 섹시하고, 돈도 잘 버는 여자가 같이 사니 참 부러워 보일 수 있겠지. 하지만 어쩌면 그거야 말로 브래드 피트의 인생을 피 말리게 하는 일일 수 있어. 밖에선 천하의 브래드 피트야. 완전 막 사인 해주고 사진 찍히고 최고야. 근데 집에 들어오면 안젤리나 졸리가 떡하니 있네? 밖에서 왕 노릇 하다가 집에서 부인 눈치보고 잘해주려면 얼마나 힘들겠어. 그리고 <툼레이더>랑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 봤지? 브래드 피트랑 졸리랑 맞짱 뜨면 졸리가 이긴다는 거에 내 왼손모가지를 걸겠어. 그렇게 맞고 있으면 애들은 아빠 위로해 줄 거 같아? 애들이 얼마나 영악한데. 자기들 입양해준 사람이 누군지, 생사여탈권 있는 사람이 누군지 바로 바로 알아본다고. 아… 생각만 해도 브래드 피트가 불쌍해지지 않아? 난 벌써 눈물이 앞을 가리려고 그래.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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