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손들어보자. ‘누난 너무 예뻐’라는 노래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푸훗!”하고 코웃음 치지 않았던 누나가 있었는지. 이미 한 물 간 것 같았던 연하남 시장, 게다가 열여섯에서 스무 살 사이의 다섯 소년들이라니 이건 너무 어리고, 너무 뻔했다. 게다가 지난 세월 동안 H.O.T부터 빅뱅까지 두루 섭렵한 관록의 누나들을 상대로 이렇게 서투른 프로포즈가 쉽게 먹힐 리 없었다. 하지만 반전은 이들이 무대에 올라 ‘누난 너무 예뻐’를 들려주기 시작하면서 일어났다. 미드템포의 스탠더드한 팝을 R&B 창법으로 무리 없이 소화해 내는 동시에 완성도 높고 정교한 안무를 함께 보여 준 샤이니는 지난 해 신인상을 휩쓸며 빠르게 자리를 잡았고 “누난 너무 예뻐서 남자들이 가만 안 둬. 흔들리는 그녀의 맘 사실 알고 있어”라는 직설화법은 결국 누나들의 마음을 제대로 흔들어놓는 데 성공했다.

시스템에서 태어나고, 의지로 자란 아이들

‘리더 온유, 블링블링 종현, 만능열쇠 Key, 불꽃 카리스마 민호, 막둥이 태민’으로 이루어진 샤이니는 H.O.T와 신화, 동방신기와 슈퍼 주니어에 이어 등장한 ‘SM의 아이들’이자 3세대 아이돌이다. 올해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태민이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SM 엔터테인먼트에서 트레이닝을 받은 것처럼 모두 3년 정도 연습생으로서의 준비 기간을 거쳤다. 남들이 학교와 집, 학원을 오갈 때 이들은 회사에 와서 노래와 춤은 물론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외국어까지 배웠다. “연습생들은 서로 조언자이자 경쟁자이지만 그보다는 좋은 친구”라는 종현의 말처럼 회사가 또 하나의 학교였던 셈이다. 무엇보다 윗세대의 아이돌들이 지나치게 서둘렀거나 미처 내다보지 못해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바로잡아가며 만들어진 체계적인 시스템은 이들에게 기본기와 프로다운 마인드를 가르치며 어리고 귀엽지만 어설프지 않은 아이돌을 탄생시켰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분명히 알고 꾸준히 그 길을 걸어온 이들에게는 나이를 뛰어넘는 의지가 있고, 어른들의 생각보다 훨씬 날카롭게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 유치원 때부터 가수가 꿈이었다는 Key는 “중학교 3학년 때 자기 길을 선택해서 가는 게 쉽지만은 않아요. 하지만 어차피 누구나 언젠가는 자기가 할 일을 찾게 되잖아요? 우리는 그걸 좀 일찍 한 것뿐이에요”라고 말한다. 스타, 혹은 연예인이 되는 순간부터 인생이 쉽지만은 않아 진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정말 단순한 건데, 너무 하고 싶으니까 이 일을 하기로 한 거예요. 정말 좋으니까”라고 입을 모은다. 그래서 매사에 진중한 태도의 온유는 스티비 원더나 존 레전드처럼 좋아하는 뮤지션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그 분” 혹은 “그 선생님”이라는 극존칭을 사용해 웃음을 자아내고,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마이클 잭슨을 첫손에 꼽는 태민은 지난 해 연말 시상식에서 혼자 퍼포먼스 무대를 가졌던 경험에 대해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벅차게 회상한다. 말수가 적은 민호가 모처럼 입을 여는 것도 “어셔나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무대를 좋아한다”고 털어놓을 때 정도다.

자신이 결정한 길을 똑바로 걸어가는 빛나는 소년들

물론 지금도 학교에서 방송국으로 달려가 교복 차림으로 리허설을 해야 할 만큼 바쁜 아이돌이면서 서로 교복을 다려 주고 수행평가를 도와주는 ‘아이들’이기도 한 샤이니는 아직 어리다. 상을 받으면 “기쁜 일인데 왜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냥 막 눈물이 나고” 가족과 떨어져 지내다 보니 “부모님께 하루 한 번 안부 전화를 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되질 않아서” 고민할 때도 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세상에서 이미 10대 초반에 제 손으로 인생을 결정한 아이들은 뒤를 돌아보거나 앞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로지 현재 마주하고 있는 기회를 사랑하고 즐기는 소년들, 그래서 이들은 지금 가장 빛나는 샤이니다.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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