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허민희 CJ ENM 대표이사가 30일 오후 서울 상암동 CJ ENM센터 멀티스튜디오에서  ‘프로듀스X101’ 투표 조작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허민희 CJ ENM 대표이사가 30일 오후 서울 상암동 CJ ENM센터 멀티스튜디오에서 ‘프로듀스X101’ 투표 조작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CJ ENM이 산하 채널 엠넷(Mnet) ‘프로듀스’ 시리즈 조작 사태가 터진 후 처음으로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CJ ENM은 순위 조작으로 피해를 입은 연습생들에게 보상하고 향후 활동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프로듀스’로 엠넷이 얻은 이익을 반환하는 펀드를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그룹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활동 재개를 논의 중인 사실도 알렸다.

30일 오후 2시 서울 상암동 CJ ENM센터에서 엠넷 ‘프로듀스X101(이하 ‘프듀’)’ 투표 조작 사과 기자회견이 열렸다. 허민회 CJ ENM 대표이사가 사과문을 읽은 후 신윤용 CJ ENM 커뮤니케이션 담당 상무와 하용수 CJ ENM 경영지원실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허 대표는 순위 조작으로 피해를 입은 연습생들에 대해 “금전적 보상은 물론 향후 활동 지원에 대해 관계자들과 필요한 모든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프듀’로 발생한 이익과 향후 발생할 이익까지 모두 반환하는 300억원 규모의 기금 및 펀드를 조성할 것”이라며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은 CJ ENM에게 있다”고 거듭 사과했다.

특히 CJ ENM은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활동을 재개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조작 논란이 일어난 이후 해체나 재정비에 관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흘러 나왔기 때문이다. 신 상무는 “올해가 지나가게 되면 아티스트들의 공백이 길어지게 된다. 이로 인한 아티스트들의 심적 고통이 클 것이라고 판단돼 추가 피해가 없도록 하는 것이 엠넷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엑스원 멤버들, 소속사들이 원하는 방향을 충분히 고려해 협의 중”이라고 했다. 아이즈원의 계약 단축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충분히 검토하고 반영할 부분이 있으면 할 것”이라고 말했다.

CJ ENM은 ‘조작’으로 인한 피해자와 수혜자에 관한 보상을 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라 피해자와 수혜자가 정확히 가려지지 않아서다. 신 상무는 “데뷔를 했어야 하는데 못한 연습생이 피해자가 되고, 데뷔를 한 연습생이 수혜자가 될 것”이라며 “피해자와 수혜자가 확인이 되면 그에 따라 적극적으로 피해 보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질문들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답은 나오지 않았다. CJ ENM 입장에서는 허 대표가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자리해 사과문을 발표 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듯 했다. 신 상무 또한 “오늘 이 자리는 대표이사가 그래도 전반적으로 책임을 지고, (조작은) 저희 책임이라는 자세로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올해 유난히 늦어지던 CJ 그룹의 인사가 발표된 후 긴급하게 개최가 결정된 것이라 엠넷 ‘윗선’ 관계자에 대한 관심도 쏠렸다. 수사 대상자인 신모 엠넷 부사장은 이날 참석하지 않았다. 그의 거취에 대해 신 상무는 “재판을 받고 나서 그 이후에 판단을 해야할 것 같다.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답변을 못 드린다”고 말을 아꼈다. 고위 관계자의 조작 연루 가능성에 대해선 “저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수사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CJ ENM은 ‘프듀’ 시즌 1~4 원데이터는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 상무는 “(연습생)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순위가 밝혀지는 건 피해 보상에 전혀 도움이 되는 부분이 아닌 것 같다.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와 수혜자가 확인되더라도 밝히는 것이 또 다른 피해를 야기할 수 있어서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집계된 순위 자료를 갖고 있지 않고 내용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엠넷은 ‘프듀’ 시리즈 뿐만 아니라 ‘아이돌학교’ 조작 논란에도 휩싸였다. 이에 관해 신 상무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아이돌학교’의 피해 보상과 관련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 수사가 어느정도 진행된 후에 말씀드릴 것”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하 실장은 펀드에 투입될 이익에 대해서는 “과거 발생 이익은 영업상 기밀이다. 향후 발생 금액도 추정이라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한다. 다만 이익이라 함은 관련 기획사에서 분배받은 이익을 제외한 CJ ENM의 이익이다. 때문에 CJ ENM에서 이익을 포기한다고 해서 기획사에게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펀드 규모는 300억 플러스 알파다. CJ ENM은 운용에 일절 관여를 안할 것이라 외부 운용사를 알아보고 있다. 해외 진출 기획사 자금을 지원하거나 작곡가, 언더그라운드 창작가 지원, 중소 기획사의 신인 발굴 및 육성, K팝 발전 연구소 창설 등에 펀드를 운용할 계획이다. 공공성이나 신뢰성이 있는 정부 산하 기관과 협력하거나 해당 단체를 지원하는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CJ ENM은 유료 문자 투표를 한 시청자들에 대한 피해 보상안도 구상 중이다. 신 상무는 “환불을 해드리거나 (시청자들이) 기부를 원하면 기부하는 방법도 다양하게 생각 중”이라며 “조만간 피해 보상 및 재발 방지안을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