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호텔 델루나’ 스틸. /사진제공=tvN
‘호텔 델루나’ 스틸. /사진제공=tvN
tvN ‘호텔 델루나’의 이지은과 여진구가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안방극장에 신드롬을 일으켰다.

‘호텔 델루나’에서 이지은은 아름답지만 괴팍한 호텔 사장 장만월을 연기했고, 여진구는 엘리트 호텔리어 구찬성으로 분했다. 첫 방송 이후 출연자 화제성 순위 1·2위에 오르며 화제의 중심에 섰던 두 배우는 때론 사랑스럽고, 때론 절절한 섬세한 감정 연기로 시청자들의 여름밤을 애틋한 호로맨스로 물들였다.

월령수에 묶여 생과 사의 흐름이 멈춘 만월. 1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존재해왔던 그녀는 세상과 인간에 대한 연민도 흥미도 없었다. 그런 그녀가 찬성으로 인해 조금씩 달라졌다. 고목 같은 마음에 잎이 나고, 꽃이 피며 강한 겉모습 속에 감춰진 연약함을 드러냈고 사랑에 빠진 여자가 됐다. 과거의 만월은 또 달랐다. 그에겐 청명(이도현)과 연우(이태선)와 함께 행복했던 시간부터 모든 것을 잃고 원념으로 가득 찬 달이 되기까지의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다.

만월은 존재해온 세월만큼이나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다. 서늘한 무표정에 언뜻 비치는 씁쓸함과 외로움부터 찬성에게 느낀 설렘, 질투, 미안함, 그런 그가 자신이 그토록 원망했던 사람일 수도 있다는 불안함, 분노, 슬픔까지. 이지은은 철저한 대본 분석과 끝없는 연기 고민으로 만월이 가진 깊은 서사와 수많은 감정을 모두 표현해냈고, 장만월을 자신만의 캐릭터로 구축했다.

만월의 시간을 흐르게 한 남자 구찬성은 귀신 호텔리어와 손님이 있는 령빈 전용 호텔 델루나, 이 비밀스러운 세상에 그저 평범한 인간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의 따뜻한 심성은 델루나와 만월에게 변화를 일으켰다. 마른 나무에 잎이 났으니 꽃이 필 수 있도록 잘 돌보겠다더니 결국 월령수를 꽃을 피웠다. 이처럼 만월을 향한 아름다운 직진 로맨스는 설렘 지수를 최고조로 상승시켰다. 만월이 무너질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던 그가 처음으로 터트린 눈물은 시청자들도 함께 울렸다.

여진구는 매력적인 목소리와 여심을 흔드는 눈빛으로 새로운 인생 캐릭터의 만들어냈다. 하버드 MBA 과정을 거친 수재지만 귀신은 무서워하는 허술하고 귀여운 모습부터 만월을 향한 흔들림 없는 사랑을 보여주며 호평을 이끌었다. 판타지 세계에서 유일한 인간 남자인 찬성은 어쩌면 평면적일 수도 있는 캐릭터지만 여진구의 안정적이고 깊이 있는 연기로 찬성의 말과 행동, 표정, 눈빛에 집중하게 했다.

만월과 찬성의 여정이 단 2회분의 방송만을 남겨두고 있다. 지난 14회에서 만월은 청명과 함께 저승 가는 길을 따라나섰고, 찬성은 델루나에 남아 그녀를 기다렸다. 그렇게 월령수의 모든 꽃이 져버린 어느 날, 참아왔던 불안함을 터트리며 눈물을 흘린 찬성과 유도교의 끝에서 돌아선 만월. 이들 앞엔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

‘호텔 델루나’는 오는 31일 오후 9시 방송된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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