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영화 ‘염력’에서 초능력을 갖게 된 석헌 역으로 열연한 배우 류승룡. / 사진=NEW
영화 ‘염력’에서 초능력을 갖게 된 석헌 역으로 열연한 배우 류승룡. / 사진=NEW
배우 류승룡이 한국형 히어로로 돌아왔다. 그는 최근 개봉한 영화 ‘염력’에서 평범한 삶을 살던 중 신비한 물을 마시고 초능력을 갖게 된 석헌을 연기했다. 영화는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이 생긴 아빠 석헌과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빠진 딸 루미가 세상에 맞서 능력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류승룡이 연기한 석헌은 가족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아내와 딸을 두고 집을 나가 평범한 경비원으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초능력을 갖게 되면서 10년 만에 딸 앞에 나타나게 된다. 석헌의 매력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데에 있다. 필요할 땐 제 잇속도 챙길 줄 알던 인물이 딸을 위해, 나아가 동네 사람들을 위해 애쓰는 모습은 묘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류승룡은 특유의 친근한 이미지와 능청스러운 연기를 살려 석헌 역을 소화했다. 소시민 캐릭터에 동화되려고 무려 12kg이나 체중을 불렸다.

“‘염력’ 촬영 전에 행사장에서 연상호 감독님 만났는데 살을 빼고 수트를 입은 모습을 보더니 고개를 흔들며 ‘이건 아니야, 내가 원하는 게 아니야’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곧바로 살찌우기에 돌입했죠. 감독님은 ‘관리 안 한 몸’을 만들어달라고 했습니다. 촬영을 마치고 지금은 다시 빼는 중입니다.”

‘염력’에는 1차원적인 몸개그부터 독특한 캐릭터 성향이 불러오는 웃음, 블랙코미디 요소까지 담겨 다채로운 웃음을 유발한다. 특히 류승룡은 초능력이 생겼지만 이를 제대로 다루지 못해 실수를 연발하며 재미를 더한다.

“정말 염력을 갖게 됐다고 믿으며 사력을 다해 연기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스꽝스러운 몸짓이 나오더라고요. 혼자 힘을 주는 연기가 생각보다 힘들었어요. 동네의 물건들을 한 군데에 모으는 장면에선 무릎을 돌리고 혀까지 날름거리며 정말 힘들었는데 감독님이 ‘오케이 사인’을 안 하는 거예요. 나중에 보니 웃겨서 쓰러져 있더라고요. 이건 ‘최종병기 활’을 촬영할 때보다 힘들다고 토로하곤 했답니다. 하하.”

영화에는 류승룡과 심은경의 부녀 케미가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두 사람은 ‘불신지옥’(2009) ‘퀴즈왕’(2010)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서울역’(2016) 등에서 호흡을 맞췄다. ‘염력’에서는 애증의 부녀를 연기하며 더 끈끈한 정을 보여준다.

“은경이를 중학생 때부터 쭉 봐서 그런지 제가 정말 아빠 같아요. 나이를 떠나 동료배우로서 훌륭한 연기력을 가졌잖아요. 연기 호흡은 말할 것도 없이 편하고요.(웃음) 현장에서 연기 외적으로 배우라는 직업을 가졌으니 우리는 더 겸허하고 겸손해야 한다는 얘기를 나누곤 했죠.”

류승룡은 심은경을 상대로 짙은 부성애 연기를 보여주며 ‘염력’에 무게감을 더한다. 그는 조심스럽게 두 아들을 언급하며 “나무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고 했다.

“나무, 좋잖아요. 어렸을 땐 올라 탈 수 있는 장난감이고, 커서는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그늘을 제공해주죠. 나중엔 집을 지을 수 있게 재료도 주고 열매도 주고 싶어요. 그렇게 든든하게 서있는 아빠가 되려고 노력 중입니다.”

배우 류승룡이 연기 호흡을 맞춘 심은경에 대해 “오래 봐서 그런지 내가 정말 아빠 같다”라며 웃었다. / 사진=NEW
배우 류승룡이 연기 호흡을 맞춘 심은경에 대해 “오래 봐서 그런지 내가 정말 아빠 같다”라며 웃었다. / 사진=NEW
류승룡은 ‘염력’에서 물건을 띄우고 날리다가 결국 날아오르는 모습까지 보여주며 활약한다. 악당을 제압하는 모습에 ‘한국형 히어로’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한국판 ‘어벤저스’가 제작되면 어떨까 묻자 그는 “내가 아시아 대표로 ‘어벤저스’에 들어간다면 어떨까”라며 반색했다.

“석헌이 서양의 히어로들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타이즈를 안 입는 거죠. 제가 입으면 보기 불편하지 않았을까요. 큰 머리에 맞는 헬멧도 찾기 힘들 걸요. 하하. 헐렁한 일상복을 입은 히어로라 관객들이 더 공감해주는 것 같아요.”

류승룡은 30대 중반에 영화 ‘아는 여자’(2004)로 데뷔했다. 다소 늦게 연예계에 발을 들였지만 존재감은 빛났다. ‘7번방의 선물’(2013)부터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명량’(2014)까지 연이어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력은 물론 연기력으로도 이견이 없는 배우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슬럼프도 겪었다. 흥행작들 이후 선보였던 ‘손님’(2015) ‘도리화가’(2015)가 아쉬운 성적을 남겼고 그는 불안해졌다. 초심을 되찾고자 선택한 작품은 ‘7년의 밤’이었다. 후반 작업 등으로 개봉이 미뤄졌고 ‘염력’을 먼저 선보이게 됐다. ‘7년의 밤’은 제작 2년 만에 오는 3월 개봉이 확정돼 류승룡의 욕심과 열정이 빛을 보게 됐다.

올해에도 류승룡의 ‘열일’은 계속될 예정이다. ‘7년의 밤’ 개봉과 동시에 이병헌 감독의 ‘극한직업’ 촬영을 앞두고 있다.

“항상 도전이에요. 어떤 캐릭터가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는 사람도 있지만 뭐든 쉽지 않아요. 시나리오를 처음 볼 땐 항상 긴장되더라고요. 목욕재계를 하고 읽는 이유기도 하죠. 하하. 아직도 어떤 작품과 캐릭터를 만날지, 어떤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게 될지 설레요.”

배우 류승룡이 “시나리오를 볼 땐 아직도 긴장된다. 작품마다 도전이라 설렌다”고 말했다. / 사진=NEW
배우 류승룡이 “시나리오를 볼 땐 아직도 긴장된다. 작품마다 도전이라 설렌다”고 말했다. / 사진=NEW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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