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지난 29일 방영된 tvN ‘크로스’ 방송화면 캡처
지난 29일 방영된 tvN ‘크로스’ 방송화면 캡처
의사 가운을 입은 고경표와 조재현의 명품 연기와 ‘장기 이식’이라는 소재의 조합은 새 드라마의 이야기 속으로 금세 빠져들게 했다. 지난 29일 tvN 새 월화 드라마 ‘크로스’가 처음 방송됐다.

‘크로스’의 첫 장면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교도소에 의무사무관 면접을 보러 간 강인규(고경표)의 등장과 함께 시작됐다.

전문의를 코앞에 둔 외과 레지던트 4년 차에 명문 의대를 나온 강인규의 이력을 본 교도관들은 왜 그가 교도소에서 일하려고 하는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는 전공과 병원의 도제 시스템이 자신과 맞지 않았다며,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해 지원했다고 밝혔다.

강인규의 채용을 놓고 면접관들이 고민하는 순간, 교도소에서 재소자가 다른 재소자를 유리로 찌르는 사건이 일어났다. 피를 흘린 재소자를 본 강인규는 대동맥 파열이라고 진단,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피해자가 죽는다고 경고했다.

결국 강인규가 응급 수술에 들어갔다. 위기의 순간, 강인규는 간에 숨어있던 유리조각을 매의 눈으로 찾아내 선림병원으로 이송시켰다.

환자를 넘겨받은 선림병원의 장기이식센터장은 고정훈(조재현)이었다. 고정훈은 환자의 응급 처치 부위에서 꿰맨 자국을 보고 바로 강인규를 떠올렸다.

강인규는 고정훈이 입양했던 아이였다. 하지만 희귀혈액형이었던 강인규의 여동생이 뇌사상태에 빠지자 또다른 생명을 위해 장기를 이식한 뒤 둘의 사이가 갈라졌다.

강인규는 과거 자신의 아버지가 장기 매매 조직에게 장기를 모두 적출당해 살해된 것을 목격한 이후, 당시 살인범인 김형범(허성태)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가 있는 교도소의 의무사무관으로 지원했다.

강인규가 근무하는 교도소의 환자가 선림병원에서 장기를 이식하게 돼 둘은 재회했다. 다시 자신의 밑에서 공부하라는 고정훈의 말에 강인규는 완강히 거절했다.

고정훈이 김형범 때문이냐고 묻자 강인규는 “전 다른 의사들과 다릅니다. 사람 살리려고 의사 된 거 아니에요. 죽이려고 된 거에요. 복수하려고”라고 답했다.

강인규는 이어 “아버지를 죽인 김형범도 용서 못하지만 우리 인주(강인규의 여동생)를 그렇게 만든 아저씨도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가장 고통스럽게 복수할 거에요. 이 손으로”라며 살의가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크로스’의 첫 회는 두 사람이 수술실 안에서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이 팽팽했던 이 장면에서 끝났다.

고경표가 연기한 강인규는 교도소 내 캐비넷에 장기 매매 조직도를 자세하게 그려놓고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흉악범에게 먹일 알약을 매일 기록하며 속내를 숨기는 캐릭터다. 기존 드라마에서 의사가 보여줬던 평면적인 역할을 비틀어 내면에 원망과 복수심을 품었다. 이 캐릭터를 고경표는 그간 쌓아온 연기 실력으로 시종일관 안정감 있게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명불허전인 조재현 선 굵은 연기는 극에 몰입도를 더했다. 고경표와 단둘이 대사를 주고 받는 마지막 장면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인 듯 묵직하게 그려냈다.

전소민은 국회의원의 부인의 진상 갑질에도 당차게 맞서고, 환자만 챙기는 아버지 고정훈에게도 할 말은 다 하는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고지인을 맡았다. 그간 드라마 ‘1%의 어떤 것”오로라 공주’ 등에서 보여왔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앞으로의 연기에 기대감을 높였다.

‘장기이식’과 장기 매매를 당한 피해자의 이야기도 ‘크로스’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요소다. 그간 드라마에서는 잘 다루지 않았던 소재여서 의학극이라는 장르와 만나 어떤 시너지를 발휘할 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크로스’는 매주 월, 화요일 오후 9시 30분 tvN에서 방영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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