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배낭여행에서 만난 가이드에게 매력을 느껴 언젠가 꼭 드라마에서 가이드 역할을 맡아보고 싶었다는 이연희. 지난 18일 종영한 JTBC 드라마 ‘더 패키지’로 그 바람을 4년 만에 이뤘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낭여행에서 만난 가이드에게 매력을 느껴 언젠가 꼭 드라마에서 가이드 역할을 맡아보고 싶었다는 이연희. 지난 18일 종영한 JTBC 드라마 ‘더 패키지’로 그 바람을 4년 만에 이뤘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천사의 발밑에서 영원한 사랑을 만난다.” 지난 18일 종영한 JTBC ‘더 패키지’에서 프랑스 패지키여행 가이드 윤소소(이연희)가 들은 타로 점괘다. 이 점괘대로 윤소소는 패키지여행에서 만난 관광객 산마루(정용화)와 사랑에 빠졌고, 한국에서 운명적으로 재회했다.

이연희에게 ‘더 패키지’는 운명이었다. 4년 전, 홀로 떠난 배낭여행에서 여행 가이드의 매력에 푹 빠진 이연희는 가이드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다고 꿈을 키웠고, 운명처럼 ‘더 패키지’가 찾아왔다. ‘더 패키지’는 배우로서 ‘사춘기’를 겪고 있던 이연희의 시야를 넓혀줬고, 그의 내면을 더욱 깊게 만들어줬다. 사춘기 끝에 ‘더 패키지’를 만나 이연희는 “나를 사랑하는 줄 아는” 배우가 됐다.

10. 작년 가을 프랑스에서 촬영을 했다. 약 1년 만에 TV를 통해 ‘더 패키지’를 다시 만난 느낌은?
이연희: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정말 오래 기다린 작품이었다. 너무 떨렸고, 오래 기다렸다. 기다린 만큼 작품이 잘 나올지도 궁금했다. 기대 이상으로 작품이 잘 나와서 시청자의 마음으로 ‘더 패키지’를 봤다. 사전제작이라 완성도가 높았던 것 같다. 편집과 음악 작업에 시간을 투자한 이유가 있다는 걸 느꼈다.

10. 공개가 늦어져 걱정이 컸을 것 같은데.
이연희: 정말 많이 걱정했다. 프랑스에서 촬영할 때 PD님이 어떤 장면이든 한 번에 무조건 OK를 했는데, 다들 우리가 제대로 찍고 있는 것 맞느냐고 얘기할 정도였다. 현지에서 모니터하기도 힘들었고. 본방을 보고 촬영감독님과 전창근 PD님에게 존경심이 생겼다. 화면과 내레이션과 음악의 조화가 정말 괜찮았다. 촬영 당시의 추억도 떠올랐다. 여러 모로 ‘더 패키지’를 통해 얘기할 거리가 많아져서 좋다.

10. 연기력 칭찬을 많이 받았는데?
이연희: 정말 잘하고 싶었다. 4년 전 혼자 배낭여행을 가서 벨기에 당일 투어에 참여했는데 그때 만난 가이드의 열정에 반했다.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고, 관광객들의 질문에 일일이 대답하며 이야기보따리도 술술 풀어내는 것이 꼭 배우 같았다. 그래서 나중에 가이드 역할을 맡게 되면 정말 잘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더 패키지’를 통해 가이드 역을 제안 받은 다음 프랑스 패키지여행을 떠났다. 코스를 연구하고, 가이드의 제스처나 각각의 개성들을 공부했다. 그리고 의상이나 액세서리를 통해 가이드의 개성을 보여주고 싶어 연구를 많이 했다.

10. 정용화와의 케미가 의외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연희: 앞서 말했듯이 현장에선 거의 한 번에 OK컷이 나오니까 촬영할 때는 정용화와 내가 어떤 케미가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웃음) 나중에 방송을 보니 정말 예쁘게 나왔더라. OST와도 정말 잘 아울려서 한동안 ‘더 패키지’ OST만 들었다. 아무래도 케미는 감독님께서 후반 작업으로 만들어 준 것 같다.

10. 파트너였던 정용화는 어떤 배우였나?
이연희: 정용화가 작품을 아직까지 많이 했던 편은 아니라서 내겐 배우 정용화보다 씨엔블루 정용화의 이미지가 강했다. 어떤 연기 호흡을 가지고 있는지 몰라 프랑스에 가기 전에 자주 만나서 대본을 많이 맞춰보고 얘기도 많이 했다. 직접 경험해 보니 정용화는 굉장히 재능이 많다. 가지고 있는 건 많지만 그걸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은 드문데 정용화는 자기만의 밝은 에너지가 있다. 무궁무진한 그 에너지가 정말 부러웠다. 긍정적인 마인드뿐만 아니라 생각도 올바르고 굉장히 좋은 친구다. 촬영 내내 정말 재미있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친구다.

‘더 패키지’는 운명처럼 이연희를 찾아왔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더 패키지’는 운명처럼 이연희를 찾아왔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극 중 윤소소는 운명처럼 산마루와 연인이 된다. 본인은 운명을 믿는 편인가?
이연희: 4년 전 배낭여행을 통해 가이드란 직업을 꼭 한번 연기하고 싶었고,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여행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면 재미있겠다고 상상했는데 꿈에 그려왔던 시나리오가 눈앞에 들어왔다. 꿈꿔왔던 작품인 만큼 정말 놓치기 싫었다. 또 천성일 작가님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자문을 구했던 가이드가 내가 여행을 통해 알게 된 가이드 오빠였다. 그야말로 운명적인 작품이었다.

10. 그만큼 열심히 준비하고 캐릭터에 몰입했을 것 같은데.
이연희: 프랑스에 있을 때만큼은 내가 우리 팀의 진짜 가이드라고 생각했다. 모든 정보를 다 알아야 하고, 관광객들의 질문에 다 대답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모든 질문에 다 대답을 했다. 절대 모른다고 안 했다. 며칠 지나니까 갑수(정규수) 선배님이 진짜 궁금한 걸 물어보기 시작하는 거다.(웃음) 나현 역을 맡은 박유나는 프랑스를 처음 와봤다면서 내가 설명할 때마다 ‘우와’라고 하는데 그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정말 좋았다.

10. ‘더 패키지’ 출연 후 달라진 점은?
이연희: ‘더 패키지’의 이야기들이 주변에서 누구나 한 번 겪을 법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지 않나. 이번 작품을 하고 나니 사람들 각각이 가진 이야기들이 이해가 됐다. 사람을 대하고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다. 20대에는 시야가 좁아서 그런지 나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다. ‘나는 왜 이렇지’라는 생각에 빠질 때가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게 다 즐겁고, 주변과 부드럽게 어우러지는 것이 더 좋다.

10. 자신의 진짜 모습과 ‘배우 이연희’ 이미지의 괴리가 컸나?
이연희: 어릴 때는 사람들이 나를 보고 새침하고 연약하다고 느끼니까 그 이미지에 맞게 평소에도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었던 거다. 지금까지도 진짜 이연희를 보여준 적이 없어서 아쉽고 안타깝다. 조금씩 보여주려고 하는데 또 두렵기도 하다.(웃음)

10. 얼마 전 JTBC ‘한끼줍쇼’에도 출연했을 때도 굉장히 매력적이었는데.
이연희: 그것도 고민 많이 하고 출연한 거다. 예능은 내 모습을 보여주는 건데 내 진짜 모습을 보고 ‘배우 이연희’의 이미지를 상상하는 사람들이 실망할 것 같았다. 나는 말하는 것보다 주로 듣는 편이다. 그런데 예능에서는 나한테 질문을 안 해도 계속해서 말을 해줘야 하는데 그게 자신이 없었다. ‘한끼줍쇼’ 출연 결정 후에도 다시보기로 열심히 모니터하고, 준비한 뒤에 나갔다.

“이전보다 더 나를 사랑하게 됐다”는 이연희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이전보다 더 나를 사랑하게 됐다”는 이연희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시즌2를 기대하는지?
이연희: 배우들도 ‘시즌2가 제작 되면 우리가 출연할 수 있을까’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했다. 우리의 출연 여부는 둘째 치고 ‘더 패키지’ 시즌2가 제작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좋은 반응이 있었기 때문에 시즌2가 제작되는 거니까.

10. 시즌2가 만들어진다면 배경은 어디가 좋을까?
이연희: 똑같은 프랑스에 똑같은 패턴이면 좀 그러니까 윤소소가 관광객이 돼 다른 나라를 가면 좋을 것 같다. ‘더 패키지’의 장점 중 하나가 영상미였다. 화면에 예쁘게 담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다 좋을 것 같다. 도시와 문화가 발달돼 있고 역사가 깊은 도시라면 어떤 내용이더라도 출연하고 싶다.

10.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윤소소만큼은 시즌2에 나올 거라고 굳게 믿고 있는 것 같다.(웃음)
이연희: 아니다.(웃음)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다 카메오로 한 번씩 출연하면 좋을 것 같다. 하와이에서 산마루가 해변가 바를 하고 있다든지… 결국에는 작가님이 알아서 하지 않을까.(웃음)

10. 윤소소는 20대 초에 사랑하는 남자를 따라 프랑스로 건너가 가이드가 됐다. 자신도 그렇게 사랑을 따라 외국으로 떠날 수 있나?
이연희: 난 그렇게는 못할 것 같다. 두렵다. 이건 소소와 나의 다른 점이다. 소소란 캐릭터에 공감을 했던 건 “나는 나를 더 사랑해야 한다. 나를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한테 결국 그걸 더 채우려고 할 거다”는 대사였다. 마음은 사랑하고 싶지만 좀 더 멋진 여자가 된 다음 사랑을 만들고 싶단 생각을 20대 후반에 한 적이 있었다.

10. 지금은 준비가 됐나?
이연희: 지금은 준비가 된 것 같다.(웃음) 전에는 내가 노력했는데도 작품이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고, 관계에 있어서 계속 서툰 모습을 보일 때마다 나는 왜 그럴까 자책했다. 나를 아끼지 못하고 남들을 먼저 생각하느라 내가 나약해지는 거란 걸 뒤늦게 알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말이다. 여행을 하면서 보는 눈도 넓어졌고, 조금씩 나에 대한 애정도 커졌다. 나이에 맞게 점점 성숙해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10. 의외다. 연애를 할 때 관계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데.
이연희: 연애를 할 때 감정을 잘 감추지 못한다. 사랑하면 모두 표현하고, 느끼는 걸 그대로 드러내는 편이다. 대신 서운함을 느끼면 한 번에 돌아선다. 한 번 화가 나면 불 같이 화를 내면서 상대에게 변명할 틈을 안 주고 돌아섰다. 그러다 나란 사람이 너무 무섭다고 느껴졌다. 왜 그러는 걸까 생각해봤는데 내가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해서 사랑 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확 돌아서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10. 어릴 때부터 연예계 생활을 해서 그런 거 아닐까?
이연희: 너무 어린 나이에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다보니까 사람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하는 습관이 생겼다. 마음은 유머와 센스를 발휘하는 사람이 되고 싶고, 평소에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데 자꾸 공식석상이나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경직된다.(웃음)

배우가 되지 않았더라면 프랑스에서 민박집을 운영했을 것 같다는 이연희.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가 되지 않았더라면 프랑스에서 민박집을 운영했을 것 같다는 이연희.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여배우로서 자신은 몇 점인가?
이연희: 100점 만점에 50점? 직업적인 면에 있어선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사람을 만날 때도 그렇고, 연기도 그렇고 부족한 점이 많다. 많은 부분에서 노력해야 한다.

10. 배우가 안 됐더라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연희: 무작정 프랑스로 떠나 민박집을 운영했을 것 같다.(웃음) 어릴 때 처음 혼자 간 곳이 파리였다. 그때 만난 프랑스의 모든 것이 좋았다. 완전 자유를 만끽하고 왔다. 그래서 언젠가는 꼭 프랑스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도 6개월은 한국에서 일하고 6개월은 프랑스 가서 사는 삶을 꿈꾸고 있다.

10. 새 작품을 할 때마다 많은 시청자들이 ‘얼마나 잘하나 보자’ 하는 느낌인데, 부담스럽지 않나?
이연희: 어릴 때는 그 기대가 정말 부담됐다. 목표 시청률을 자꾸 물어보는데 도망치고 싶었다. 난 시청률 책임지고 싶지 않았으니까.(웃음) 어릴 때 그 기대를 즐기지 못해 아쉽다. 이제는 나를 냉정하게 보는 그 시선들마저 감사하다. 질타를 해도 상관없다. 그 사람들의 시선을 긍정적으로 돌리는 거 또한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

10. 이렇게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는?
이연희: 내가 노력한 만큼 대중에게 전달이 잘 안 되는데 배우를 하는 게 맞나 고민했던 적이 있다. 이 직업을 놓으려고 했다. 그런데 나를 찾는 사람들이 있는 거다. 어떤 배우들은 배역을 잡기 위해 헝그리 정신으로 수도 없이 오디션을 보고 노력하는데 내가 그들만큼 열심히 노력을 했는지 돌아보게 됐다. 그게 ‘더 패키지’ 출연 제의를 받기 직전이었다. 모든 생각이 확 바뀌고, 내가 배우란 직업을 갖고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동안 지쳐있었는데 그때를 계기로 배우라는 직업을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다시 열심히 일하게 됐다.

10. 욕심나는 역할들이 있는지?
이연희: 세련되고 강한 여성, 흔히들 말하는 ‘사이다’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

10. ‘더 패키지’는 여러 의미로 특별한 작품일 것 같은데.
이연희: 드라마를 가끔 다시 봐도 프랑스에서 촬영하던 것이 다 기억난다. 나는 고민이 있으면 주변에 말하지 않는 편이다. 가족들은 걱정할 것 같고, 어릴 때처럼 꽁꽁 싸매고 앓고 있자니 버겁다. 공감할 수 있는 연예인 친구들이 있다면 좋을 텐데 사실 다른 배우들을 사귄다는 게 쉽지 않다. 그런데 ‘더 패키지’의 배우들은 두 달 간 프랑스에 있으면서 너무 좋고 편한 친구들이 됐다. 하시은 언니와는 믿음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유나는 어릴 때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치 소속사 직원이 된 것처럼 고민도 들어주고 조언도 해주는 사이가 됐다. 함께 출연한 배우들이 소중한 친구들이 돼서 더 의미가 깊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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