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8집 ‘모든 삶은, 작고 크다’를 발매한 루시드폴 / 사진제공=안테나뮤직
8집 ‘모든 삶은, 작고 크다’를 발매한 루시드폴 / 사진제공=안테나뮤직
귀를 기울이면 기쁨이 커지는 앨범이 있다. 루시드폴의 ‘모든 삶은, 작고 크다’와 같은 앨범이다. 아티스트가 소리의 질감까지 세밀하게 신경 써 음 하나도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앨범이다.

루시드폴은 8집을 위한 작업 공간을 손수 짓는 것부터 시작했다. 악기의 울림과 귤밭의 소리를 온전하고 자연스럽게 담기 위해 기타를 만들 때 쓰는 음향목으로 오두막을 지었다.

그가 ‘노래하는 집’이라고 부르는 이 오두막에서 그는 글을 쓰고, 노래를 만들고, 녹음과 믹싱을 했다. 꼭 담고 싶었던 베이스 음을 구현하기 위해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 스티브 스왈로우가 초기에 쓰던 68년형 깁슨 베이스를 구했다. 그렇게 2년 간의 여정을 거쳐 ‘모든 삶은, 작고 크다’가 세상에 나왔다. 제주의 음악 장인이자 농부 루시드폴을 만났다.

10. CD에만 수록된 보너스 트랙 ‘밤의 오스티나토’ 속 풀벌레 소리가 청명하다. 제주의 여름에 와 있는 것 같은데.

루시드폴: 친환경으로 농사를 하다 보니 밭이 풀벌레들의 천국이 됐다. 7~8월에는 풀벌레 소리가 24시간 들릴 정도다. 소리가 예뻐서 오두막의 창문을 열어놓고 마이크로 녹음했다. 앨범을 사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선물이 될 것 같아 풀벌레 소리와 내 목소리, 피아노 소리로만 구성된 곡을 만든 것이 9번 트랙이다.

10. 농사와 음악 작업을 어떻게 병행했나?

루시드폴: 새벽 세 시에 일어나 오두막으로 가서 곡 작업을 하다가 해가 떠서 9~10시 되면 돌아오곤 했다. 전부 그 오두막에서 작업을 끝내고 드럼이나 피아노 녹음만 서울에 올라와서 했다. 내가 원하는 음을 꼭 구현해내기 위해서였다. 뉴욕에서 팬더로즈라는 아날로그 건반 악기도 공수해왔다.

10. 타이틀곡 ‘안녕’에 안테나의 또다른 싱어송라더이터 이진아가 피아노 연주로 참여했던데.

루시드폴: 샘 김의 앨범 속 ‘SEATTLE(시애틀)’이라는 곡을 너무 좋아해서 듣고 있는데 피아노 톤이 딱 내가 원하는 거였다. 연주자가 누군지 하고 봤더니 진아였다.(웃음) 30초 정도 고민하다가 진아에게 전화했다. 대뜸 “진짜 미안한데 피아노 하나만 부탁해도 될까. 그런데 못치는 것처럼, 저렴하게 쳐주라”라고 부탁했는데 진아는 그것도 해냈다.

10. ‘안녕’에는 기타리스트 이상순도 참여한 것이 눈에 띈다.

루시드폴: 상순이는 친구라는 죄로 기타를 쳐주게 됐다.(웃음) ‘안녕’이라는 곡을 작업하다가 일렉트로닉 기타가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상순이네 집에 빈티지 기타 앰프가 있다는 것이 생각나서 빌리러 갔다. 원래는 집으로 가지고 와서 내가 치려고 했는데 앰프가 너무 컸다. 그래서 상순이에게 “네가 좀 쳐주면 안되냐”라고 했더니 “내가 칠게”라고 답했다.(웃음)

10. 그때는 ‘효리네민박’이 끝난 후였나?

루시드폴: 상순이가 보내준 소리를 좀 더 보완하러 다시 상순이네 집을 찾았는데 그때는 ‘효리네민박’이 끝난 후였다. 그런데 그때도 집 앞에 관광객들이 있었다. 나는 트럭 타고 가서 아마 청소부나 집사로 알았을 거다. 상순이와 (이)효리씨의 보디가드로 보기에는 몸이 부실하니까.(웃음)

루시드폴 / 사진제공=안테나뮤직
루시드폴 / 사진제공=안테나뮤직
10. ‘안녕’에는 ‘사람이 더 좋아졌어요’라는 가사가 나온다. 왜 사람이 좋아졌나?

루시드폴: 나는 내가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과거 안테나뮤직의 콘서트 때 유희열 대표가 ‘하이터치회’를 하자고 했다.(웃음) 안테나뮤직 소속 뮤지션들끼리 가위바위보를 해서 걸리는 사람들이 관객들과 악수를 하는 형식이었는데 내가 마지막에 하게 됐다. 처음에는 눈 앞이 깜깜했다.

10. 1000명 정도 되는 사람들과 말그대로 손을 ‘터치’해야 되는 일이었을텐데.

루시드폴: 좀 어지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래서 이상했다. 아내도 내게 “당신은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데 그래서 상처를 잘 받나봐”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나도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런 생각을 어렴풋이 하면서 써내려갔던 기억이 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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