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서현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정려원, 류화영, 배수지./ 사진=텐아시아DB
서현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정려원, 류화영, 배수지./ 사진=텐아시아DB


서현진-정려원-배수지-류화영

“가수가 무슨 연기야?”라곤 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그랬다. 특히 아이돌 그룹 활동을 겸하거나, 탈퇴 후 연기자로 전향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더욱 말이 많았다. 1990년대 까지만 해도 노래와 연기를 둘 다 잘하면 ‘만능 엔터테이너’ 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아이돌 출신에 대해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 일쑤였다. 그저 비주얼이 좋겠거니, 인기가 좋아 캐스팅 됐겠거니 하며 편견을 깔았다.

지금은 상황이 확 달라졌다. 아이돌 멤버가 연기를 병행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아예 노래와 연기 겸업이 연예계의 관행처럼 됐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소속사들은 아이돌 그룹을 만들 때부터 음악 실력 만이 아니라 방송, 영화 등에서의 활약을 목표로 멤버들을 키운다. 때문에 이른바 ‘얼굴빨’ ‘인기빨’ 같은 ‘~빨’로만 연기자 생활을 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월화·수목·금토·주말 드라마 등 요일별 드라마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평일 10시~11시에 방영되는 드라마의 경쟁은 지상파, 케이블, 종편을 불문하고 전쟁 수준이다. 이 드라마 전쟁의 전면에 아이돌 출신 주인공들이 있다. 인기와 비주얼은 물론 연기력까지 갖춰서다. 특히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여주인공(여주)의 대부분은 걸그룹 멤버 출신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SBS 월화드라마 ‘사랑의 온도’ 서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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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극 대전에서는 SBS ‘사랑의 온도’가 시청률 우위를 점하고 있다. 김수현과 송중기를 잇는 ‘만인의 남자’로 올라선 양세종과 일찌감치 ‘로맨틱 퀸’으로 자리잡은 서현진의 달달하면서도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극 중 드라마 작가 이현수로 출연하는 서현진은 걸그룹 밀크 출신이다. 2001년 1집 앨범 ‘With Freshness’로 데뷔한 밀크(서현진, 김보미, 박희본, 배유미)는 당시 SM엔터테인먼트에서 ‘제2의 SES’라며 야심차게 내놓았던 그룹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1집 활동 이후 돌연 해체됐고, 멤버 대부분이 배우로 전향했다.

서현진은 밀크 해체 이후 2005년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에 출연하면서 연기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이듬해 KBS 드라마 ‘황진이’에 단역으로 처음 출연한 데 이어 배우 구혜선의 영화감독 데뷔작인 ‘유쾌한 도우미’(2008)에서 수녀 역으로 열연하며 충무로 기대주로 떠올랐다. 이후 혹독한 연기 수업을 받은 서현진은 MBC 드라마 ‘짝패’ ‘신들의 만찬’ ‘오자룡이 간다’ ‘불의 여신 정이’ 등 다수의 작품에서 주·조연으로 활약하며 연기자로서 입지를 굳혔다.

지난해 방송된 드라마 ‘또 오해영’은 서현진 연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제 옷을 입은 듯 완벽하게 캐릭터를 소화, 시청률 10%를 기록하며 tvN 월화극 역사를 새로 썼다. 이어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도 한석규, 유연석 등과 완벽한 호흡으로 극을 이끌며 이른바 잘나가는 ‘여주’로 자리 잡았다.

KBS2 월화드라마 ‘마녀의 법정’ 정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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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법정’에서 7년 차 에이스 검사 마이듬 역을 맡아 실감 나는 독종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정려원은 4인조 여성그룹 샤크라 출신이다. 2000년 데뷔한 샤크라는 이상민이 만든 팀이다. 샤크라는 여린 감성의 걸그룹이 넘치던 시절 파격적인 콘셉트로 차별화를 꾀하며 단숨에 인기 가수 대열에 올랐다. ‘한’ ‘Hey U’ ‘끝’ 등의 히트 곡으로 남성은 물론 여성 팬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어릴 때 호주로 이민했던 정려원은 1999년 잠시 여행을 왔다가 호기심 때문에 본 오디션에서 합격해 걸그룹으로 데뷔했다. 이국적인 외모와 남다른 몸매로 주목 받았던 정려원은 2004년 샤크라에서 탈퇴한 뒤 이듬해 MBC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개성 넘치는 연기로 다니엘 헤니와 호흡하며 연기 데뷔에 성공했다. 그해 ‘MBC 연기대상’ 여자우수상을 받는 등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받았고, 이제는 부동의 여주인공으로 자리잡았다.

SBS 수목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 배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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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서 예지몽을 꾸는 소녀 남홍주 역으로 열연 중인 배수지는 JYP 소속 걸그룹 미쓰에이 출신이다. 어린 시절부터 가수를 꿈꿨던 그는 중3이던 2009년 Mnet ‘슈퍼스타k1′ 광주 지역 예선에서 합격한 후 JYP에 캐스팅돼 이듬해 4인조 여성 그룹 미쓰에이로 데뷔했다. 미쓰에이는 박진영 특유의 음악으로 원더걸스를 잇는 JYP 대표 걸그룹으로 사랑 받았다.

돋보이는 외모로 수많은 남성 팬을 보유한 배수지는 2011년 KBS2 드라마 ‘드림하이’로 연기를 시작했다. 김수현, 옥택연, 아이유 등이 출연한 ‘드림하이’에서 여주인공 고혜미 역을 맡았지만 적잖은 연기 논란으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하지만 같은 해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날개를 달았다. 한가인의 스무 살 대학시절을 연기한 그는 한층 안정적인 연기와 캐릭터 싱크로율로 ‘국민 여동생’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으며 충무로 최고 기대주로 떠올랐다.

KBS2 수목드라마 ‘매드독’ 류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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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KBS2 ‘매드독’에서 여주인공 장하리 역으로 출연해 첫 회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긴 류화영은 걸그룹 티아라 출신이다. 티아라는 데뷔 첫 해인 2009년 ‘Bo Peep Bo Peep’으로 1위를 차지하며 최고 신인 그룹으로 떠올랐다. 티아라는 2010년 류화영의 합류 이후 ‘롤리폴리(Roly-Poly)’로 각종 차트를 휩쓸었으나 불미스런 일로 팀이 위기를 겪었고, 류화영은 2012년 7월 팀을 탈퇴했다.

2014년 SBS 단막극 ‘엄마의 선택’으로 연기에 데뷔한 류화영은 단역, 조연을 가리지 않고 연기 스펙트럼을 쌓았다. 지난해 KBS2 ‘태양의 후예’에서 서대영(진구 분)의 전 여자친구 역할로 존재감을 알린 그는 JTBC ‘청춘시대’의 강이나 역부터 KBS2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 변라영 역까지 한층 성숙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매드독’을 통해 여주인공 자리를 꿰 찬 그의 활약이 기대된다.

월~목요일 황금시간대의 드라마 뿐만 아니다. 종영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MBC 주말드라마 ‘도둑놈 도둑님’에서는 소녀시대 서현이 강소주 역을 맡아 액션과 로맨스를 아우르고 있고, 이번 주 토요일 종영하는 SBS ‘언니는 살아있다’에서는 씨스타 출신 다솜이 악역 연기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견인하고 있다. 그야말로 일주일 내내 걸그룹 출신 여주인공들이 연기 향연을 펼치고 있는 게 요즘 드라마 세상이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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