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슬기 기자]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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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배우 김선아는 약 5개월 간 박복자로 살았다. 박복자라는 인물이 되기까지 고민이 많았지만 김윤철 PD와 백미경 작가에 대한 굳은 믿음이 있었기에 해 낼 수 있었다. 믿음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시청자들은 “삼순이 이후 인생캐릭터 탄생” “역시 김선아” 등의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김선아는 연이은 호평에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박복자로 살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밝혔다.

김선아는 지난 21일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서 JTBC 금토드라마 ‘품위있는 그녀’(극본 백미경, 연출 김윤철)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극 중 순박한 간병인에서 상류층 사모님으로 변신한 박복자 역을 맡아 흥행을 이끌었다.

“사실 김윤철 PD가 박복자 캐릭터를 제안했을 때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 캐릭터의 인생사가 납득이 되지 않았거든요. ‘굳이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죠. 다양한 삶이 있으니까요. 박복자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동화 ‘백설공주’ 이야기 속 여왕을 떠올린 겁니다. 여왕은 늘 거울이 자신에게 예쁘다고 했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백설공주에게 질투심을 느끼죠. 평생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환경의 영향이 컸던 거예요. 그 때부터 박복자로 살았죠.”

박복자 역은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캐릭터의 외모와 성격 변화는 물론 감정의 진폭이 컸다. 외모는 촌스러운 간병인과 도회적인 상류층 여인을 오가야 했고 충청도 사투리와 표준말을 수시로 바꿔가며 써야 했다 . 또한 박복자가 가진 욕망을 표정과 눈빛, 온 몸으로 표현해야 했다. 70대 노인을 유혹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이를 위해 김선아가 기울인 노력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촬영 내내 누구와 대화할 여유조차 없었어요. 대사가 워낙 많았기 때문에 외우기 급급했죠. 출연 배우들과 대화를 많이 못나눈 건 지금도 아쉬워요. 혼자 찍는 신이 많았는데 캐릭터도 외로웠고 실제 저도 외로웠던 것 같아요. 하지만 박복자로 살고 난 지금은 이런 작품에 출연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요. 이런 작품을 또 하려면 ‘더 열심히 살아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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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있는 그녀’는 여느 작품과 달리 김선아와 김희선, 투톱 여배우를 내세웠다. 다소 도전적 시도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JTBC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 12.065% 기록했다.

“여배우 드라마라는 생각보다는 남녀배우 할 것 없이 모두가 잘했다고 생각해요. 오죽하면 저도 드라마를 보면서 감정이입이 됐을 정도니까요. 제 캐릭터를 보고도 화가 난 적이 많았죠. ‘품위있는 그녀’는 여자들이 수다로 풀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은 드라마여서 인기가 많았다고 생각해요. 영화 ‘친구’가 남자들의 영화로 떠올랐듯이 여자들도 이처럼 살아가는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공감하고 좋아한 거죠.”

김선아는 KBS2 드라마 ‘복면검사’ 이후 3년 만에 이 드라마로 컴백했다. 1년에 두 작품씩은 하던 그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3년 간의 공백. 이유가 있었을까.

“사실 저는 하나에만 몰두하는 스타일입니다. 다양한 걸 동시에 못하죠. 데뷔한 지 20년이 넘었는데 작품 수가 그리 많지 않아요. 작품을 고르거나 하진 않아요. 꽂히는 드라마를 한 것 같은데 그동안 그런 작품이 없었던 겁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품위있는 그녀’의 박복자는 과거 삼순이의 영광을 떠올릴 만큼 배우 김선아를 다시 한 번 주목하게 만들었다. 그에게 ‘품위있는 그녀’는 어떤 의미일까.

“누구의 삶을 잠깐 살아보는 게 저의 직업이잖아요. 복자로 살 수 있게 만들어준 많은 분들에게 정말 감사해요. 이 작품을 통해 제가 ‘잘 살아왔나’를 되돌아보게 됐어요. 앞으로도 열심히 많은 것들을 하면서 살고 싶어요. 아직 못 즐긴 게 너무나 많거든요.”

박슬기 기자 ps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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