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 사진=SBS ‘초인가족 2017’ 방송화면 캡처
/ 사진=SBS ‘초인가족 2017’ 방송화면 캡처
‘초인가족 2017’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바치는 월요일 밤의 헌사였다.

지난 3일 SBS 월요 미니드라마 ‘초인가족 2017′(극본 진영, 연출 최문석 이광영, 이하 ‘초인가족’)이 40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2월 20일부터 월요일 저녁마다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초인가족’ 주인공들은 조금씩 성장했고, 인생의 2막을 여는 데 도전했다.

15년간 다녔던 회사에 사직서를 낸 나천일(박혁권)은 최석문(엄효섭)과 초인 호프를 열었다. 조여사(김혜옥)와 마도로스 김(남경읍)은 다섯 딸들의 동의를 얻어 혼인 신고를 올렸다.

소년 소녀들의 로맨스에도 훈풍이 불었다. 강보람(정유안)이 특목고에서 일반고로 전학해 나익희(김지민)와 함께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있게 됐다. 배민서(강은아)는 반 1등을 하는 데 성공해 짝사랑하는 국어 선생님에게 5년 후 커피 한잔 약속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안정민 대리(박희본)는 이귀남(호야) 맥주 농장의 농장주이자 연인으로 남았다. 박원균 대리(김기리) 또한 ‘박대리 주니어’ 출산을 앞두게 됐다.

보통의 일상이 그렇듯, 이 여정들이 쉽진 않았다. 나천일과 최석문은 심사숙고 끝에 호프집 개업을 결심했지만, 호프집 영업 노하우를 익히는 것부터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욕쟁이 할머니’로 이름을 날리는 식당 세 곳에 찾아가봤지만, 욕쟁이 할머니 아들에게 욕만 한바탕 얻어오거나 욕쟁이인 척하는 주인 할머니에게 벙쪄있다 오기 일쑤였다.

그래서 나천일은 ‘욕받이 브라더’ 전략을 택했다. 말그대로 초인 호프에 찾아오는 이들의 욕받이가 되어주는 것. 그러나 맥주 500cc 한 잔만 시킨 뒤 몇시간이고 욕만 늘어놓는 손님에 나천일은 그날밤 베개를 눈물로 적실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나천일은 파리만 날리는 호프집을 지키면서도 “내일은 또 내일의 파리가 날리겠지만 2017년은 절반이나 남았고, 삶은 한치 앞도 모르는 거니까. 우리는 초인가족이니까”라고 생각하며 언젠간 그의 삶에 찾아올 태양을 기다렸다. 그렇게 ‘초인가족’은 이 시대에서는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초인이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종영했다.

이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애환을 소소한 에피소드로 엮어내며 공감을 샀던 ‘초인가족’은 각박한 삶에 단비같은 드라마가 되어줬다.

평범한 시청자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했던 데엔 배우들의 섬세한 현실 연기도 큰 몫을 차지했다. 월급 잔고에 울고 웃는 박혁권과 박선영은 이 시대를 열심히 헤쳐나가고 있는 부부들의 얼굴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박원균 대리로 분한 김기리는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회사에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애환을 먹먹하게 그려내며 감동을 줬다. 박희본과 호야는 사내 비밀 연애를 알콩달콩 그려내며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했다.

세기말 감성이 묻어나는 연출이나 효과음 등 아쉬운 점 또한 분명 존재했다. 그러나 ‘초인가족’은 매주 시청자들에게 위로를 전하며 마니아층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좀 더 세련된 연출과 공감 에피소드들로 ‘초인가족’ 시즌 2가 돌아오기를 기대해보는 이유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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