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전여옥 / 사진제공=채널A ‘외부자들’
전여옥 / 사진제공=채널A ‘외부자들’
‘외부자들’로 돌아온 전여옥 전 국회의원의 존재감이 상당하다.

전여옥 전 의원은 채널A 시사예능 ‘외부자들’의 고정 패널로 출연 중이다. 그는 ‘원조 친박’에서 ‘박근혜 저격수’로 돌아서며 2012년 정계서 은퇴했다. 그는 정봉주·안형환 전 국회의원, 진중권 교수와 함께 ‘외부자들’에서 소신 있는 발언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 대통령은 모두를 돌로 만드는 메두사” “반기문은 부대찌개 같은 사람” 등의 톡톡 튀는 비유뿐만 아니라 “대가를 치르더라고 위안부 합의는 파기해야 한다” 등 날카로운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전여옥 전 의원은 “지난 4년이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이 생각하고 배운 ‘압축성장’의 기간이었다”며 “정치 ‘외부자’의 입장에서 일반인의 정치에 대한 고민과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나만의 정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Q. 2012년 정계 은퇴 후 4년 만에 복귀했는데….
전여옥: 전업주부의 삶이 나름대로 바빴다. 무엇보다 아들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아들이 10대일 때 내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거의 방치되다시피 했다. 올해로 만 스무 살이 된 아들이 자동차 정비를 하겠다고 학교에 들어가며 자신의 길을 찾게 됐다. 이제 활동을 시작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Q. 오랜 만에 본 사람들은 살이 많이 빠졌다고 얘기한다.
전여옥: 국회의원 시절 새벽 5시부터 밤 12시까지 지역구 일정이 있었다. 지역구 특성상 소박한 자영업자들이 많다 보니 매일 삼겹살에 소주를 마셔 살이 찔 수밖에 없었다. 쉬는 동안 집에서 아들이랑 집밥을 먹게 되니 저절로 살이 빠졌다. 무엇보다 운동을 많이 했다. 누군가 내 근황을 묻자 한 지인이 ‘피트니스센터에서 미친 듯이 운동만 하더라’고 했다더라. 태보, 근력운동, 달리기 등 닥치는 대로 했다.

Q. 4년 만에 복귀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전여옥: 박근혜 정권 아래서 정치 관련 책은 내기 힘들 것 같아 지난해 10월 경제 서적인 ‘흙수저 연금술’을 출간했다. 그런데 10월 말 태블릿 PC 보도가 나왔다. 이 시점에서 박근혜 시대를 확실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기존의 써놨던 글을 다듬어 ‘오만과 무능-굿바이 박의 나라’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쉰 지 1년쯤 지나서는 책을 많이 썼는데 앞으로 낼 책이 네다섯 권은 된다.

Q. ‘외부자들’ 출연을 하게 된 이유.
전여옥: 패널들이 좋았다. 정봉주 전 의원의 성격이 강한 편이어도 자기의 가치를 위해서 모든 걸 던지고 바치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또 진중권 교수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다. 국회의원 시절 세미나에 패널로 초청을 했는데 흔쾌히 나와 주더라. 쉬는 동안 작심하고 진보진영 인사들의 책을 읽었다. 책을 읽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속내에 확 들어가서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정말 맞는지 들여다보고 싶었다. 의외로 두 분 다 열린 자세로 나를 받아들였다. 우리가 비록 노선은 다르나 상대에 대한 존중과 호의가 있다.

‘외부자들’ 전여옥 / 사진제공=채널A
‘외부자들’ 전여옥 / 사진제공=채널A
Q. 아직까지 예전의 독설을 보여주지 않는 것 같은데….
전여옥: 지난 번 ‘외부자들’에서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패널끼리 치열하게 논쟁을 벌였다. 그랬더니 댓글에 ‘전여옥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다’. ‘전여옥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그러더라. (웃음) 강한 정치인 이미지와 푸근한 옆집 언니 같은 모습, 상반된 두 가지 면이 내게 다 있다. 정치를 시작 했을 당시에는 보수 세력이 너무나 약했기 때문에 약자의 편에 서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고 일부러 위악적으로, 강하게 보여야 했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하지만 나를 잘 아는 친구들은 ‘진짜 네 모습이 아닌데’라며 안타까워하더라.

Q. ‘외부자들’ 출연을 계기로 다시 내부자(정치인)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는지.
전여옥: 실컷 정치를 했다. 국회의원을 두 번 해보니 남의 인생을 사는 것 같았다. 그런데 원래 정치는 남의 인생을 살아야 되는 거였다. 8년간 남의 인생 살았으면 최선을 다한 거다. 그래서 깨끗이 정리했다. 그래도 8년간 세비를 받았던 사람으로서 책임감은 있다. 일반인들의 정치 관련 고민을 들어주고 그들의 선택을 돕는 것도 나의 정치라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하루 한 시간씩 블로그를 하고 댓글도 열심히 본다.

Q. 고정 출연은 ‘외부자들’만 하겠다고 했는데.
전여옥: 한 자영업자가 장사를 하면서 내 책을 읽는 게 무척 힘들었다며 텔레비전에서 정치 얘기 좀 해달라, 그러면 자기가 올바른 투표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러더라. 그분의 말씀이 좀 충격이었다. 이제까지 정치하면서 목표로 하던 게 바로 이런 거였는데. 그렇다면 내가 현실정치를 하지 않고도 방송을 통해 이들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방송을 통해 이미지를 소모하는 건 안 좋을 거 같아 ‘외부자들’에만 고정 출연할 계획이다.

Q. ‘외부자들’ 화제의 코너인 ‘보이스피싱’에 초대하고 싶은 게스트가 있나.
전여옥: 정치인보다 정치인 부인이라든가, 정치 지망생 가운데 정치에 대해 할 말 있는 일반인을 초대하고 싶다. 정치인은 사람됨이 가장 중요하다. 정치인의 가장 사적인 부분이 정치인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를 테면 유승민 후보보다 그 딸을 섭외한다든지, 안철수 후보보다 부인을 만나보는 게 어떨까 한다.

사진제공=채널A
사진제공=채널A
Q. 최근에 불고 있는 정치 예능, 정치 토크 프로그램의 강세 어떻게 보나.
전여옥: 정치인의 속성이 연예인과 비슷하다. 항상 대중의 관심을 받고 배역을 위해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기기도 한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연예인은 대중이 사랑해도 되는데 정치인에 대해서는 엄격해야 한다. 정치인에 대한 지나친 사랑과 보호가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이런 시사 예능들을 통해 일반 시청자들이 정치가 정말 중요했구나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Q. 이번 대선에서 올바른 투표권을 행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여옥: 많은 분들에게 ‘외부자들’ 열심히 보시라고 말한다(웃음). ‘외부자들’에 나오는 패널들이 정치의 밑바닥까지 가봤던 사람이다. 다른 패널들이 정치를 보는 것과 달리 진정성이 있다. 나름대로 객관적이고 실용적인 말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문 열심히 읽고 매주 ‘외부자들’ 챙겨 보면 이번만큼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지 않을까.

Q. 마지막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여옥: 솔직히 무능한 정권이었다. 하지만 퇴진만은 유능하게, 다시 말하면 잘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 품위는 지켜줬으면 한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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