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연출한 강우석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연출한 강우석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인터뷰①에서 계속

10. 촬영 현장에서도 ‘강산자’로 불릴 만큼 고산자에게 애정을 가지셨다고 했다. ‘인간 김정호’라는 측면에서, 그의 어떤 정신과 철학을 닮고 싶었던 건가.
강우석: 반성도 많이 했고, 배우고 싶었다. ‘도대체 이 분은 무엇을 얻기 위해서 그렇게 험한 작업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를 돌아보게 됐다. 나는 지금까지 영화를 만들면서 어땠는지 반성을 했고, 고산자가 되어보자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슬레이트에 ‘감독 강산자’라고 쓰고 촬영했다.

10. 마음가짐이 남다르셨던 것 같다.
강우석: 확실히 그랬다. 나는 1년에 한 편씩 영화를 찍고, 2년에 세 편씩 찍어서 4년 연속으로 초대박을 터뜨린 적도 있다. 그런데 ‘이끼’ 때부터 나른했다. 너무 영화를 많이 찍는 듯한 느낌을 들고 ‘또 해?’라고 속으로 되묻기도 했다. 하지만 ‘고산자’를 찍고 나니 다시 에너지가 슬슬 생기더라. ‘나는 죽을 때까지 현장이다’라고 생각했다. ‘고산자’ 이전의 열 아홉 편은 기억에 안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고산자’가 내 데뷔작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10. 어떤 지점에서 그런 생각이 들던가.
강우석: ‘고산자’ 촬영이 너무 험했다. 너무 고생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영화 작업이 굉장히 신성하게 느껴졌다.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10. 배우들이 감독님은 디렉션이 명확해서 좋았다는 말을 입을 모아 했다. 애드리브보다는 정확한 대사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강우석: 정확하게 주지 않으면 편집했을 때 어색해지고, 열심히 연기했는데 잘려나가는 장면이 생긴다. 나는 모든 배우들에게 편집에서 날아갈 일 없으니 ‘찍으면 나온다’라는 생각으로 연기하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연기자들 태도도 루즈해진다. 그래서 ‘고산자’에는 편집된 신이 거의 없다. 바우(김인원)랑 여주댁(신동미)이 한 커트도 안 잘려서 이런 영화도 있냐고 묻더라.(웃음)

10. 식민사관 이슈도 있었는데.
강우석: 크랭크인 하기 전부터 식민사관 문제를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 식민사관을 쫓아갈 리 없었지. 역사 교수들이 김정호의 발자취를 해석한 것들을 찾아보니, 공통적으로 나오는 기록들이 있어서 그것을 참고했다. 정확한 사료에만 충실했다.

강우석 감독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강우석 감독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역사적인 것을 떠나, ‘고산자’에는 현실과 이어지는 유머가 돋보인다. 주연 배우 차승원의 방송 활동을 활용한 ‘삼시세끼’나 내비게이션 개그 등이 바로 그것이다.
강우석: 차승원은 사실 걱정했다. ‘삼시세끼’ 만재도 편을 찍고 1년 후에 영화가 개봉하는데 관객들이 기억을 하겠냐고. 하지만 신기하게도 올해 고창편을 또 찍으러 가더라. 그래서인지 관객 반응도 좋았다. 내비게이션 개그는 꼭 하고 싶었다. 대동여지도가 지금의 내비게이션하고 똑 같은 것이거든.

10. 그렇다면 당신에게 코미디는 어떤 의미인가.
강우석: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심각해지는 드라마를 훨씬 강렬하게 만들어주는 장치다. 코미디가 들어가지 않으면 관객들은 슬픔을 청승으로 느낄 수 있다. 막 웃고 즐기던 사람들이 죽거나 이별하게 되면 슬픈 감정이 극대화된다. 코미디는 그래서 눈물로 가는 지름길이고, 영화의 힘이다.

10. ‘고산자’가 어떤 영화로 관객들에게 다가가길 바라는가.
강우석: ‘아버지’ 이야기. 아버지들은 티를 안 내서 그렇기 딸들을 위한 마음이 깊다.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김정호에 담아내려고 했다. 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도 영화 속처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대결이 이어지지 않나. 그런 것을 보시면서 공감대도 형성하고, 가족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다.

10. 향후에도 역사적 인물이나 시대극을 연출할 계획이 있는가.
고산자: 물론, 김정호 같은 인물이 있다면. 이 이상 고생하겠나.(웃음) 일단 차기작은 코미디로 갈 예정이니, 코미디로 몸 좀 추스리고 다시 한번 도전해보려고 한다. ‘고산자’는 내게 데뷔작과도 같으니까.

10. 듣던 대로 정말 부지런하고 열정적인 것이 느껴진다. 앞으로는 어떤 꿈을 꿀 지 궁금하다.
강우석: 이승엽 야구 선수가 나이가 마흔이 넘었는데 홈런을 20개씩 친다. 그 비결이 뭘까 생각해봤더니, 그는 야구장에만 들어가면, 배트만 쥐면 가슴이 뛰는 것 같다. 그처럼 가슴이 뛰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만 둬야지. 영화를 생각하면 가슴이 뛰는 한, 나는 계속 작품을 찍을 것이다. 내가 살아있는 이유도 영화를 만드는 것 때문에 살아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