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공유 /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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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에서 계속

10.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는 벌써 네 번째 호흡이다. 거기에 들어가는 부담감 역시 상당했을 듯하다.
공유 : 처음에 작품을 제안 받았을 때는 그냥 기뻤다. ‘부산행’을 끝내놓고 이제 쉬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떡하니 ‘밀정’ 시나리오가 내게 왔다. 거기에 김지운 감독, 송강호가 적혀 있었다. 뜬금없었다. 송강호 선배와 늘 연기하고 싶었다. 연기를 한다면 ‘사도’처럼 두 배우가 큰 정서를 가지고 주거니 받거니 하는 관계였으면 했는데 ‘밀정’이 그렇다. 이제 나에게도 기회가 왔다는 생각에 좋아했다. 시나리오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시대극에 들어가고 싶은 로망이 있었다. 모든 것이 잘 맞아 떨어져서하기로 했는데 막상 하려고 하니까 죽겠더라. 내가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 선배 사이서 롤을 감당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시작부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10. 어디에서 가장 큰 부담감을 느꼈는가?
공유 : 김우진(공유)과 이정출(송강호)이 처음으로 만나는 장면을 찍었는데 그 신을 찍기 전에 잠도 자지 못하고, 힘들었다. 부담감이 가장 심했다. 내가 여기서 이정출을 견뎌내지 못한다면 이 둘의 관계는 ‘텐션’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김지운 감독님도 팔색조 연기를 주문한 상황이었다. 김우진이 이정출한테 밀리면 안 된다는 것이 내가 넘어야할 큰 산이었다. 다리가 후들후들 거리더라. 같이 촬영을 했던 김지용 촬영감독님이 나를 위로해줬다. 영화 ‘도가니’를 함께 했는데 내가 표정이 안 좋으니까 ‘이병헌 선배는 더 했어’라고 말해줬다. 내가 겪었던 부담감을 기라성 같은 선배들도 겪었다고 위로해줬다.

10. 이후 김우진이 이정출에게 정채산(이병헌)을 소개시켜주는 장면에서는 확실히 여유가 있었다.
공유 : 내가 생각했던 큰 산들을 넘기면서 조금씩 김우진이 될 수 있었다. 그 장면은 내 입장에서 즐길 수 있었다. 김우진이 이정출을 놀리는 입장이었는데 그의 반응을 보면서 김우진도 즐거웠고, 나로서도 송강호와 이병헌 선배를 볼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말로 표현하기가 너무 부족하지만 두 분이 장난으로 애드리브를 하는 모습도 멋있어보였다.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같이 했던 두 사람이 당시의 캐릭터 이름을 부르는 것도 재밌었다. 그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촬영하면서도 많이 웃고 김우진으로서도 많이 풀릴 수 있는 장면이었다.

10. 앞서 한 인터뷰에서 송강호가 무섭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공유 : 농담처럼 한 말이었다. 그렇지만 정말 무서운 배우가 맞다. 굉장히 존경하고 사랑하지만 나에게 계속에서 긴장감을 준다. 가끔 술 마시고 응석을 부르고 싶기도 한데 존재감만으로도 긴장된다. 그런데 지금은 송강호 선배보다 ‘도깨비’가 더 무섭다.

공유 /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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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김우진은 김시현 열사가 모델이 아닌가.
공유 : 그 분의 일대기를 다룬 책을 봤다. 인생의 반이 옥살이더라. 해방 이후에도 옥살이를 했다. 짧았지만 이렇게라도 공부를 하게 됐다. 영화 속 이정출과 김우진이 재판을 하는데 실화인 줄 몰랐다. 허구인줄 알았다. 정말 드라마틱하더라. 김시현 열사는 얼굴도 정말 외국 배우처럼 잘생겼다. 그 시대 의열단원들은 영화배우로 보일 정도로 옷차림도 멋스럽다. 감독님한테 이분들은 독립 운동하느라 바빴을 텐데 외모에는 언제 신경을 썼는지 물어봤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이었기 때문에 하루하루를 즐겼다고 하더라. 그 말이 슬프게 들렸다. 내일 당장 죽을 수도 있을 거라고 스스로 생각한 것 아닌가. 처연하고 마음이 쿵 내려앉게 만들었다.

10. ‘밀정’을 꼭 봐야 하는 당부의 말이 있다면?
공유 : (망설인 뒤) 사실 꼭 봐야 할 영화는 없다고 본다. 관객의 몫이고 자유다. 그런데 ‘밀정’을 보면서 자부심을 느낀 건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많았지만 같은 시대를 그리면서도 굉장히 다른 영화가 나왔다는 거다. 그 부분은 김지운 감독님에게 감사하고,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반가웠다. 김지운 감독님의 감성이나 성향이 내 취향을 저격한 부분이 있다. 과하게 정서를 강요하지 않아서 좋았다. 건조하더라도 담백한 톤의 영화가 좋다. 그런 부분을 생각하고 봐주면 좋지 않을까 한다.

10. 올 한해 열일 했다. 어떤 배우라고 평가 받고 싶나?
공유 : 일을 많이 했다. 배우 시작하고 나서 이렇게 바빴던 시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용쓰고 고생했다는 따뜻한 시선으로 봐줬으면 좋겠다. 늘 평가 받는 입장이지만 잘되든 못되든 노력했다고 봐주면 정말 좋겠다.

10. 광고계에서도 독보적인 위치에 등극했다.
공유 : 다른 배우들은 어떻게 광고를 선택하지는 모르겠는데 영화나 드라마를 선택할 때만큼은 아니지만 광고를 택할 때도 고민을 꽤 한다. 짧은 시간 안에 큰돈을 벌 수 있지만 후회하는 광고도 존재한다. 금액이 크다하더라도 원치 않는 광고는 하지 않는다. 치밀하게 고민을 한다. 그건 지금의 회사한테 감사한 마음이다. 운도 좋았던 거 같다. 어떤 광고주는 다른 광고에서의 내 이미지가 좋아서 함께 하고 싶다고 하더라. 반사작용들이 존재한다. 광고를 많이 하거나 액수가 큰 거는 둘째문제인 거 같다. 같이 ‘윈윈’할 수 있는 광고를 선택하려고 하는 편이다.

10. 마지막으로 추석인사를 전하자면?
공유 : 사실 추석 때 할 일이 별로 없다. 영화밖에 볼게 없다. 너무 상업적이었나? (웃음) 일을 안 할 때 명절을 보내면 정말 할 일도 없고 오히려 일을 했으면 할 때가 있다. 그래서 극장을 찾는 거 같다. 추석은 맛있는 음식 많이 드시고 가볍게 ‘밀정’, 아니 한국영화 많이 봐줬으면 한다. 하하.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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