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윤형빈소극장에서 ‘관객과의 전쟁: 웃긴 놈들 전성시대’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윤형빈소극장에서 ‘관객과의 전쟁: 웃긴 놈들 전성시대’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웃고 즐길 준비 되셨나요!”라는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장기하와 얼굴들의 ‘풍문으로 들었소’가 장내에 울려 퍼지고 TV 속 익숙한 개그맨들이 무대로 나왔다. 관객석에서는 열화와 같은 환호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서울 홍대가 코미디로 물들었다. 1일부터 3일까지 이경규, 김영철, 이수근, 윤형빈 등 내로라하는 개그맨들이 제1회 홍대 코미디위크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공개 코미디 부활을 위해 이들이 직접 관객들에게 손을 뻗었다.

첫째 날인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윤형빈 소극장에서 ‘관객과의 전쟁: 웃긴놈들 전성시대’(이하 관객과의 전쟁) 공연이 펼쳐졌다. 윤형빈, 박휘순, 정찬민, 박민성, 김지호, 김시우, 신윤승 등 윤형빈 소극장 개그맨들은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패러디부터 시작해 KBS2 ‘개그콘서트’ 등을 통해 볼 수 있던 다양한 개그 코너를 선보였다.

부산에서 먼저 선을 보이고 열광적인 환호에 힘입어 홍대에 상륙한 ‘관객과의 전쟁’은 2014년 연말 전국 예매율 1위와 누적 30만 관객을 보유한 윤형빈 소극장의 대표 개그 공연이다. 소품하나 없이 오로지 개그맨들의 입담과 애드리브 그리고 콩트로 관객들을 웃긴다.

‘관객과의 전쟁’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오로지 관객의, 관객에 의한, 관객을 위한 공연을 표방한다. 그날그날 관객의 적극성과 애드리브로 알찬 공연을 완성한다. 관객이 또 하나의 개그맨이 돼서 공연을 펼친다.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신인 개그맨 김시우가 먼저 공연의 열기를 끌어올렸다. 그는 가장 박수를 잘 치고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는 관객에게 선물을 가지고 ‘밀당’을 하며 웃음을 안겼다. 다소 어색할 수 있는 분위기가 웃음으로 이완된다. 그리고 몇몇 관객들의 신상을 조사했다. 이 자료들은 공연 중간 중간 생각지도 못하는 개그 소재로 이용됐다.

윤형빈소극장에서 ‘관객과의 전쟁: 웃긴 놈들 전성시대’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윤형빈소극장에서 ‘관객과의 전쟁: 웃긴 놈들 전성시대’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무엇보다 하이라이트는 이날 적극적으로 공연에 참여하는 한 관객을 선택하는 일이었다. 1일 공연에서는 ‘상암동에 사는 아디다스 티셔츠를 입은’ 한 관객이 김시우의 레이더망에 걸렸다. 이 관객은 시시때때로 무대 위에 소환됐다. 예상치 못한 콩트를 펼치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해야 했다. 그는 무대 위에서 “이럴 줄 알았으면 도망갔다”고 말했다. 이에 뒤질새래 윤형빈은 “많은 분들이 도망갔다”고 응수했다.

숨소리마저 들릴 듯 가까운 거리에서 개그맨들은 관객들을 보며 콩트를 펼쳤다. 개그맨들은 능수능란한 입담으로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하지만 때로는 관객의 짓궂은 한 마디에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박수소리가 더욱 커지는 순간이었다.

다채로운 개그와 적재적소로 관객들의 신상을 이용하며 웃음은 끊이지가 않았다. 아직 콩트가 이숙하지 않은 ‘초롱이’ 박민성은 윤형빈에게 “좀 대본 대로 해라”, “이럴 거면 리허설은 왜 하느냐”면서 실제인지 콩트인지 모를 애드리브로 윤형빈을 당황시켰다.

소극장 공연의 매력이다. 관객들은 개그맨의 숨결을 개그맨들은 관객들의 즉각적인 소통으로 공연을 이어간다. 90분이라는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윤형빈소극장에서 ‘관객과의 전쟁: 웃긴 놈들 전성시대’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윤형빈소극장에서 ‘관객과의 전쟁: 웃긴 놈들 전성시대’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모든 공연이 끝난 뒤 윤형빈은 “재미있는 것 중에 유치하지 않은 것은 없다”면서 “마음을 열고, 웃을 준비를 하고 공연을 봐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 나가서도 많이 웃길 바란다”는 훈훈한 멘트와 함께 공연이 막을 내렸다.

이후 스크린에는 개그맨들이 카메라로 찍은 객석의 모습과 함께 ‘시간 끝났으니 이제 그만 나가달라’는 메시지가 함께 나왔다. 끝까지 웃음주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날 시도 때도 없이 무대 위로 불려 나간 ‘상암동에 사는 아디다스 티셔츠를 입은’ 정찬우 씨는 공연이 끝나고 난 뒤 “내가 별로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라, 나보다 재미있는 분과 호흡을 맞췄으면 더 재미있는 공연이 됐을 텐데 아쉽다”라면서도 “개그맨들과 바로 옆에서 호흡하고 소통할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 됐다. 추억을 쌓고 가는 것 같다. 이렇게 소통하는 공연은 처음인 것 같다. 정말 많이 웃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관객과의 전쟁: 웃긴 놈들 전성시대’는 홍대 코미디위크 기간인 2일과 3일에도 무대가 이어진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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