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한혜리 기자]
배우 서현진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배우 서현진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기승전결(起承轉結). 동양의 전통적인 시작법 중 하나로, 작품 내용의 흐름을 뜻한다. 오늘날 온라인상에서는 ‘기승전XX(결국엔 XX더라)’로 변형돼 자연스러운 흐름을 강조하는 말로 활용되고 있다. 여기에 감히 ‘기승전’을 붙이고 싶은 배우가 있다.

월, 화 안방극장을 공감의 힘으로 물들이는 배우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서현진이다. tvN ‘또 오해영’ 속 ‘현실여자’, ‘제2의 삼순이’라고 불리는 ‘그냥 오해영’ 역할을 통해 시청자들을 울고 울리고 있다. 서현진이 이렇게 공감의 힘을 이끌어내는 배우가 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드라마 시작 전 그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았던 것. 그러나 서현진은 지금,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독보적인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그가 대체 불가한 배우가 되기까지는 많은 고난과 노력의 과정이 있었다.

알고 보면 서현진은 참으로 다양한 삶을 살아왔다. 2001년 SM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밀크의 메인보컬로 데뷔했지만, 선배인 H.O.T, 신화, S.E.S 처럼 주목받을 거란 예상과는 달리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후 서현진은 긴 무명생활을 겪었다. 그러나 그는 주저앉지 않았다. 노래가 아닌 연기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알렸고 자신의 존재감을 더욱 견고히 다졌다. 서현진의 꾸준한 노력은 드디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서현진이 대체 불가한 배우가 되기까지, 그의 행보를 ‘기승전결’을 통해 바라본다.

MBC ‘제왕의 딸, 수백향’ 서현진 / 사진=MBC ‘제왕의 딸, 수백향’ 방송 캡처
MBC ‘제왕의 딸, 수백향’ 서현진 / 사진=MBC ‘제왕의 딸, 수백향’ 방송 캡처
일어날 기(起) : 2013-2014 MBC ‘제왕의 딸, 수백향’ 수백향 役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드라마는 수백향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됐다. 서현진은 수백향을 통해 악역이 아닌, 서브가 아닌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이는 서현진의 ‘대체 불가’의 시작이었다. 서현진은 ‘제왕의 딸, 수백향’을 통해 주연으로서 존재감을 뽐냈고 더불어 청순 미모까지 뽐냈다. 서현진은 강단 있는 수백향의 모습부터 가슴 시리도록 애절한 눈물 연기까지 선보였고 시청자들은 서현진의 진가를 서서히 알아보기 시작했다. 비록 ‘제왕의 딸, 수백향’은 조기 종영이란 아쉬운 성적을 남겼지만, 웰메이드 사극이라 호평을 받으며 서현진이란 배우의 진가를 알린 작품으로 남았다.

tvN ‘삼총사’ 서현진 / 사진=tvN ‘삼총사’ 방송 캡처
tvN ‘삼총사’ 서현진 / 사진=tvN ‘삼총사’ 방송 캡처
이을 승(承) : 2014 tvN ‘삼총사’ 강빈 役
서현진이 또다시 사극을 통해 청순 매력을 이어갔다. 달라진 게 있다면 청순함에 ‘러블리’함이 추가됐다는 것. 서현진은 극 중 세자빈 강빈 역할로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뽐냈다. ‘삼총사’는 조선시대 무사 박달향(정용화)과 소현세자(이진욱), 허승포(양동근), 안민서(정해인)의 이야기로 달향과 삼총사의 이야기에 주력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강빈과 소현세자의 알콩달콩한 러브스토리는 ‘삼총사’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이기도 했다. 두 사람의 조선시대 러브스토리는 많은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고, 서현진은 청순한 모습과 더불어 세자빈의 ‘러블리’한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서현진은 강빈을 통해 로맨스물의 가능성을 엿보였다.

tvN ‘식샤를 합시다2′ 서현진 / 사진=tvN ‘식샤를 합시다2′ 방송 캡처
tvN ‘식샤를 합시다2′ 서현진 / 사진=tvN ‘식샤를 합시다2′ 방송 캡처
바꿀 전(轉) : 2015 tvN ‘식샤를 합시다2(이하 식샤2)’ 백수지 役
속편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법칙을 깨버린 작품. 속편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식샤2’는 많은 ‘식샤’ 폐인을 양상하며 시즌 1만큼의 인기를 얻었다. 속편에 대한 우려만큼이나 서현진이 시즌1 완벽한 ‘먹방(먹는 방송)’을 보여준 이수경의 빈자리를 완벽히 채울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도 컸다. 그도 그럴 것이 서현진은 그동안 청순한 매력으로 입지를 다져온 배우였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은 서현진이 과연 털털하고 현실 여자를 표현해낼 수 있을지 우려할 수밖에 없었던 것. 하지만 서현진은 이 모든 우려를 말끔히 없앨 수 있는 완벽한 ‘먹방’을 선보였다. 당시 서현진 표 ‘먹방’은 많은 이들의 침샘을 자극했고 더불어 서현진은 털털한 매력으로 ‘로코’계의 신성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청순’ 매력을 버린 서현진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현실 여자’의 매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tvN ‘또 오해영’ 서현진 / 사진=tvN ‘또 오해영’ 방송 캡처
tvN ‘또 오해영’ 서현진 / 사진=tvN ‘또 오해영’ 방송 캡처
맺을 결(結) : 2016 tvN ‘또 오해영’ 오해영 役
서현진의 공감을 부르는 매력 ‘현실 여자’의 매력의 정점을 찍은 작품. 서현진은 ‘또 오해영’을 통해서 공감의 매력을 넘어서 ‘마력’ 같은 힘을 뿜어냈다. 쌍코피가 터지고, 살풀이 댄스를 보이는 등 예쁜 모습을 버리고 완벽히 망가진 모습을 스스럼없이 보여줬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오해영을 표현한 서현진의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자신의 모습을 버리고 배역의 옷을 입은 서현진의 모습은 그야말로 ‘배우’였기 때문이었다. 완벽하게 역할에 빙의한 배우 서현진은 오해영 그 자체였다. 서현진은 모든 걸 버리고 완벽하게 오해영이 됐기 때문에 ‘공감’이란 힘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이로써 서현진은 대체 불가 배우임을 확실하게 입증했다.

한혜리 기자 hyeri@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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