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수정 기자]
다카시마 공양탑
다카시마 공양탑
MBC ‘무한도전’이 아니었다면, 다카시마 공양탑을 갈 수 있었을까요. 아니 알 수나 있었을까요. ‘무한도전’ 덕분입니다.

지난 12월 11일 일본 나가사키현에 위치한 다카시마 공양탑을 찾았습니다. 공양탑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으로 무참히 혹사당하고 희생하신 분들이 묻힌 곳입니다. ‘무한도전’ 배달의 무도 편에서 소개된 뒤, 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를 주축으로 가는 길이 재정비되기도 했습니다.

다카시마 공양탑을 방문하겠다고 결심했던 건, 여러 커뮤니티의 댓글들 보고나서입니다. 하시마섬이나 다카시마 공양탑 관련 글이 게시될 때마다 댓글에는 “가보고 싶다”는 내용이 참 많았습니다. 그중 “올해 안에 꼭 갈 것이다”는 결심의 댓글도 더러 있었습니다. 혹시 가는 길 재정비 이후 방문기를 남긴 네티즌이 있을까 검색을 했습니다. 그때가 아마 11월 중순이었습니다. 그런데 10월 20일 공양탑 가는 길 재정비 관련 기사 이후로 어떤 글이나 기사도 없었습니다. ‘무한도전’ 방송이 국제 앰네스티 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하며 다시 관심을 모으기도 했지만, 방문을 위한 정보나 여행기는 서경덕 교수가 유튜브로 공개한 영상뿐이었습니다.

평소 여행할 때 블로그나 기사를 통해 정보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세한 사진과 함께 정보를 기록해놓은 블로거들의 글이 여행에 큰 도움이 됐었습니다. 그래서 다카시마를 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첫 여행기를 제대로 써보자고 결심을 했습니다. 방송 프로그램이나 시민 운동가가 아닌 일반인도 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재정비된 공양탑 가는 길의 입구
재정비된 공양탑 가는 길의 입구
다카시마는 정말 외진 곳에 있었습니다. ‘삼시세끼’의 만재도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해외여행을 가면 유명 관광지를 방문하거나 쇼핑하기도 바쁜 시간에 비행기를 타고, 2시간여 기차를 타고, 또 1시간 가까이 배를 탔습니다. 오로지 다카시마 공양탑 하나를 위해 산 넘고 물을 건넜습니다. 지갑 사정은 여의치 않았으나 마음은 꽉 찼습니다. 두근두근 거리던 마음은 다카시마행 배를 타는 순간부터 뿌듯함으로 가득했습니다. 꿈만 꾸던 계획을 현실로 옮겼다는 생각에, 역사의 현장에 간다는 생각에 뿌듯했습니다. 단순히 알려진 유적지를 답사하는 것이 아니라 손을 많이 타지 않는 곳을 직접 탐방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스스로가 대견했습니다. 설?습니다.

다카시마에 도착해 버스를 타고 또 무덤가를 지나야 했습니다. 미끄러운 산길을 걷고, 공양탑을 발견하는 순간 뿌듯함과 설렘은 숙연함과 슬픔, 안타까움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자체가 외진 다카시마 안에서 공양탑은 더 외진 곳에 있었습니다. 공양탑은 볕도 들지 않는 곳에 홀로 덩그러니 외롭게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아직 풀지 못한 역사적 과제를 상징하는 것 같아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곳에 계신 분들은 얼마나 억울하고 힘드셨을까요.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더 많은 사람이, 우리의 역사를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역사를 알리는 것을 ‘무한도전’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해냈습니다. 수많은 팬, 덕후를 거느린 ‘무한도전’이기에 가능했습니다. ‘무한도전’이 조명하지 않았다면 다카시마 공양탑을 갈 수 있었을까요. 아니 알 수나 있었을까요.

다카시마의 하늘
다카시마의 하늘
사실 ‘무한도전’을 챙겨보는 편은 아닙니다. 그러나 ‘무한도전’이 국민적 영향력을 아주 유익하게 풀어내는 것을 보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무한도전’은 팬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 명불허전의 이유를 만들어냅니다. ‘무한도전’ 덕분에 하시마와 관련한 강제징용의 역사가 알려질 수 있었고, 다카시마행 여행도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바꿔 생각하면, ‘무한도전’ 같은 국민적 프로그램이 움직여야 우리가 관심을 갖는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공인 혹은 방송 프로그램이 자신들의 영향력을 제대로 활용할 때 발생하는 순기능의 시너지를 ‘무한도전’을 통해 제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예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팬들의 연예인들을 위해 기부하는 문화나 연예인들이 자체적인 문화가 공인의 긍정적 영향력을 잘 활용한 예입니다. ‘무한도전’을 비롯해 이런 긍정적 영향력이 더 커지길 바랍니다.

‘무한도전’ 덕분에 특별한 여행을 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다카시마행을 함께하고, 통역을 도와주신 분에게도.

글, 사진. 박수정 기자 sove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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