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랜드’ 앨범 커버
‘랜드’ 앨범 커버
지난 9월 21일, 정규 1집 ‘랜드’의 발매를 하루 앞두고 라이프앤타임은 재밌는 행사를 기획했다. 전시와 뮤직비디오 상영, 그리고 라이브 연주가 결합된 쇼케이스가 바로 그것. 관객들은 제법 진지한 얼굴로 뮤직비디오를 감상하고, 라이브 연주에 맞춰 몸을 흔들었으며 벽에 걸린 오브제들과 함께 라이프앤타임의 새 앨범을 즐겼다. 특히 기타리스트 진실은 앨범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위해 일일 도슨트로 변신, 각 넘버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더했다.

최근 진행된 라이프앤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도슨트 진실을 다시 한 번 소환했다. “엄청 긴데, 잘 줄여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던 그는 약 20분에 달하는 시간동안, 곡 소개와 뮤직비디오 설명을 이어갔다. 쇼케이스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진실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옮긴다.

01. 급류
로로스(진실)와 칵스(선빈), 또 재즈 씬(상욱)을 떠나서, 우리끼리 새로운 밴드를 시작할 때의 이야기다. 그래서 우리의 첫 정규 앨범 첫 트랙에 배치했다. 급류가 휩쓸고 간 자리에 새로운 풍경이 생긴다는 내용이다.

02. 마이 러빙 씨티(My loving city)
도시의 여러 부분을 비꼬는 노래다. 도시 속에서 우리들은 몸을 치장하기도 하고, 휴대전화로 서로의 얼굴/삶을 평가하기도 한다. 돈도 많이 벌어야 하고 돈으로 여러 물건들을 사기도 하지만 때로는 마음이 텅 비어버리기도 한다. 누구든 쉽게 친해질 수 있지만, 정작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런 안 좋은 모습을 비꼬고 있다. 그런데 정작 화자는 도시를 떠나지 못한다. 너무나 적응이 되어있고, 심지어는 사랑하는 경지에 이른 거지.

음악적으로도 도시의 분주함과 타이트함을 표현하기 위해 빠른 리듬의 펑크 록을 택했다. 사실 모든 곡을 타이틀로 삼고 싶을 만큼 앨범에 공을 들였거든. 그러면서도 3인조 밴드의 기술적인 자존심을 세우고 싶기도 했고. 그 때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멋진 모습이 이런 타이트한, 빠른 비트의 록이라고 생각해서 타이틀곡으로도 정하게 됐다.


김민태 감독의 작품이다. 도시의 분주한 모습을 그리려고 했고 결과물도 잘 나온 것 같다. 멤버들과 감독, 넷이서 강원도에 가서 해 뜨는 걸 보기도 했고, 차 트렁크에 카메라를 싣고서 도시 전역의 모습을 담기도 했다. 속도감 있는 연출로 완성해준 덕분에, 우리가 도시에 대해 얘기하고자 하는 바가 잘 풀어진 것 같다.

03. 꽃
이번 앨범에서 가장 사이키델릭한 트랙이다. 꽃이 빛으로 길러지고 빛으로 죽잖아. 사람의 좋고 나쁨도 한 가지 이유로 오갈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곡의 말미에서는, 빛이 다시 꽃을 피워낸다는 희망적인 결론으로 마무리된다.

04. 빛
밴드명이 라이프앤타임이잖아. 그래서 시간에 대한 노래를 쓰고 싶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 언제일까 떠올려 보니, 누군가를 사랑했던 때가 생각했다. 그런 순간을 빛에 비유해서 담백하게 표현해내려고 노력했다. 느끼하지 않게 하려고 가사도 여러 번 수정했다. 전체 트랙 중에서 대중적인 접근성이 뛰어난 노래다.

05. 숲
숲을 걸으면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가사다. 기술적으로는 드럼이 라틴 댄스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리듬은 참신하게 만들려고 노력했고, 구성은 담백하게 하려고 했다. 빛 다음으로 대중에게 접근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트랙이다.


베드필름(BEDFILM)이라는 팀의 작품이다. 출연진이 스무 명 정도 되는데, 댄서나 포토그래퍼, 디자이너 등 각 분야에서 유명한 분들이다. 이미지가 강해서 비주얼만 봐도 어떤 사람인지 유추할 수 있다. 여기 크로마키 기법을 통해 신선하고 특이한 비디오를 만들려고 했다. 로우파이로, 재미있게 보일 수 있는 화면을 만들고 싶었다.

06. 컴(Come)
힘을 최대한 빼고 칠한(Chil, 서늘하고 침착한) 느낌으로 만든 트랙이다. 담고 있는 의미는 깊지 않다. 좋고 싫음이 왔다 갔다 하는데, 그걸 편하게 받아들이자는 내용이다. 힙합에 가까운 리듬이 지속되면서 칠한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노력했다.


칠링(Chilling)한 느낌의 곡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가장 칠링한 직업이 스케이트 보더거든. 도넛츠(dooonuts)라고, 스케이트보드 필르밍 씬에서 멋진 작업을 해온 프로젝트 팀이 있다. 그들이 우리의 오리지널 스케이트 비디오를 작업해줬다. 어린 시절, 스케이트보드 필름의 BGM을 통해 좋은 음악을 발견했던 경험이 있었는데, 그 경험을 되살리고 싶었다.

07. 쉐이킹 트리스(Shaking trees)
흔들리는 나무를 보면서 내가 흔들렸던 때를 회상하는 노래다. 자신을 흔들리게 했던 주체에 대해 ‘나를 가만히 내버려둬 달라’는 내용의 가사다. 기본적으로 주제가 무겁고, 자칫 치기어린 ‘중2 병’처럼 보일 수 있어서 담백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사운드적으로도 가장 단순한 포맷을 가지고 있다. 신스도 최소한으로 하고 리듬 또한 팝(Pop)한 느낌으로 써서, 무거운 이야기를 가볍게 하려고 신경 썼다.


일본에 믹싱하러 갔을 때의 여행기를 담았다. 사실 우리 셋이서 영상을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하필 출발하는 날 상욱이의 아이가 태어나는 바람에 나와 선빈이, 그리고 하세가와 료헤이 형만 갔다. 아날로그 비디오테이프로 촬영했고, 편집은 트램퍼 랩(TRAMPER Lab.)이라는 팀이 해줬다. 타이트하고 재밌게 나왔다.

08. 랜드(Land)
지미 핸드릭스부터 이어지는, 3인조 사이키델릭 록 사운드의 계보를 이으려고 했다. 건물은 이성을, 자연은 감정을, 땅은 우리들을 의미한다. 화자로서 라이프앤타임이 움직임을 시작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09. 라이프(Life)
앨범 전체의 함축적인 얘기를 담고 있다. 국내에서 잘 구현돼지 않았던 드럼&베이스라는 장르에 도전했다. 재즈드러머 출신인 상욱이가 팀에 합류하면서, 드럼&베이스의 어려운 연주를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제목이 정말 무겁다. 우리가 고작해야 서른 살인데, 삶을 노래한다는 건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사는 최소한으로 했다. 두 줄의 가사에 ‘사람의 삶은 결국 감정과 이성으로 이뤄진 게 아닐까’라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았다. 기술적으로는, 사운드를 웅장하게 구현하려고 했던 트랙이다. 감동적이게 만들기 위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노래를 갈아엎고 다시 하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했다.


김지원이라는 아트필르머가 있다. 이 분이 예전에 아이슬란드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당시 찍어뒀던 아이슬란드 전경을 활용했다. 우리가 가장 힘주고 싶었던 라이프의 묵직하고 호흡이 긴 느낌을 영상에 담았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해피로봇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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