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어디가?’의 김유곤 PD는 가정과 일의 사이에서 늘 고민하는 이 시대의 전형적인 아빠다
‘아빠!어디가?’의 김유곤 PD는 가정과 일의 사이에서 늘 고민하는 이 시대의 전형적인 아빠다
‘아빠!어디가?’의 김유곤 PD는 가정과 일의 사이에서 늘 고민하는 이 시대의 전형적인 아빠다

MBC ‘일밤’의 ‘아빠!어디가?’를 전두지휘하는 김유곤 PD는 이제 반(半) 육아전문가가 다 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역시 한때 새로운 아빠의 역할과 누구보다 바쁜 방송국 PD라는 역할 사이에서 고민하고 갈등해야했다. 물론 그런 고민은 여전히 진행형이지만, 그는 적어도 더이상 ‘아빠교실’에 가서 아이와 놀아주는 법을 배우지 않아도 될 정도다.

육아를 연애에 비유하는 그는 연애보다 더 어렵지만 그래서 더 달콤한 순간이 있다고 말한다. 밤새 야근을 하고 오전 8시에 집에 들어와서도 아이가 반가워하며 놀아달라고 하면 오전 9시까지 한 시간을 놀아주고 잠을 자게 되었다는 그, 육아에 자신을 깎는 희생은 필요하지만 희생 끝에 오는 달콤한 열매의 맛도 알아버린 그 역시 오늘날 프렌디(친구같은 아빠, Friendy)가 되고자 고군분투하는 ‘낀세대’ 아빠들의 대표다.

김유곤 PD는 육아를 연애처럼 하라고 조언한다
김유곤 PD는 육아를 연애처럼 하라고 조언한다
김유곤 PD는 육아를 연애처럼 하라고 조언한다

Q. 프로그램 기획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아빠의 육아를 예능과 접목시키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
김유곤 PD : 세상이 점점 가족중심으로 가고 있었다. 사회적 성공이나 성취는 힘들어진 세상이 되었고 말이다. 그런 분위기 속에 아빠의 역할도 변해가고 있었다. 이제는 아버지라고 표현하지 않고 아빠라고 말하지 않나. 기존의 아버지라는 이미지, 가족을 이끄는 가장의 모습보다 아이와 친구처럼 어울리는 아빠기 부상하고 있었다. 그런 가치관의 변화, 시대의 변화 속에 가족에 대한 코드가 있다고 생각했다.

Q. 타이틀 ‘아빠!어디가?’도 새삼스럽더라.
김유곤 PD : 회의를 하는데 ‘아빠!같이가!’ 뭐 이런 것들도 나왔었다. 그중 최종적으로 채택된 지금의 제목은 중의적인 느낌이 좋았다. 집을 떠나는 아빠에게 던지는 질문이 될 수도 있고, 아이가 아빠에게 함께 가자는 뜻을 담는 질문이 될 수도 있지 않나.

Q. 프로그램에 출연한 아이들은 아빠와의 여행을 처음부터 좋아하던가. 낯설 수도 있었을 텐데.
김유곤 PD : 기본적으로 놀러가는 것이니 다들 좋아한다. 또 새로운 곳을 간다는 점에서도 무지 좋아하더라. 그리고 시골여행이라고 하면 어른들은 ‘불편하겠다’라는 생각을 먼저 하는데, 아이들은 다른 시각으로 본다. 공간도 다 넓고 우르르 뛰어다닐 수 있어 좋아한다. ‘추워서 힘들다’는 것도 전적으로 어른들의 시각이지, 아이들은 늘 뛰어다니니 추운 것도 별로 못느낀다. 프로그램을 하면서 어른의 시선과 많이 다른 아이들의 시선을 느꼈다. 그런데 어른들이 ‘춥고 지저분하고 힘들다’라고 이야기하면 아이들도 그런 시각을 좇아오게 되어있다. 하지만 그런 어른들의 시선이 주입되기 전에는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을 낯설어하고 불편해하지 않고 호기심으로 바라본다.

Q. 요즘은 친구같은 아빠 열풍이 불어서 아빠들이 먼저 나서 아이들 육아일기를 쓰고 육아휴직을 내기도 하지않나. ‘아빠!어디가?’ 출연진 들 중에는 그런 아빠는 누가 있나.
김유곤 PD : 솔직히 말해 다들 그런 성향까지는 없다. 아마도 연예인이라는 직업적 특성도 영향을 미친다. 아무래도 시선일 신경써야하는 직업이다보니 유치원 행사에 가는 것도 부담스러워한다. 아빠들이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 무엇보다 좋아했던 것도 시선이 차단된 공간에서 아이와 여행을 할 수 있는터라 자연스럽게 놀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Q. 프로그램을 통해 가장 변화가 많은 아빠는 성동일이었을 것 같은데.
김유곤 PD : 그렇다. 아이와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었다. 성동일은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이 아이의 이야기를 듣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성격이 급해 아들 준이가 천천히 대답하면 화를 내고 그러면 아이가 주눅이 들고 그랬었는데, 프로그램을 모니터하면서 그 과정이 아이에게는 대답을 생각하는 시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커뮤니케이션하는 법을 알게 된 것이고 아이의 개성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Q. 그렇게 본인의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한 덕에 시즌2격인 현재 방송분에 딸 빈이와 다시 출연을 결심하게 된 것인가 보다.
김유곤 PD : 그렇지. 한 번은 출연하던 중에 하차하려고 한 적도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와의 시간이 소중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빈이와의 시간도 가져보고 싶어했던 것 같다. 지금도 성동일 씨는 ‘준이와 작은 공간에 둘만 이야기를 했던 순간들이 참 좋았다’고 말하곤 하더라. 계속 생각이 나는 것 같다.

김유곤 PD는 8세 아들을 둔 아빠. 육아에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말한다.
김유곤 PD는 8세 아들을 둔 아빠. 육아에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말한다.
김유곤 PD는 8세 아들을 둔 아빠. 육아에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말한다.

Q. 확실히 출연자들 본인에게는 공부가 되겠다.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 스스로도 잘 몰랐던 부분을 관찰할 수 있게 되니까.
김유곤 PD : 대부분 자신의 모습을 잘 알지 못한다. 말투는 다정한데 내용은 야단을 치는 경우도 있고, 그런데도 부모는 ‘나는 다정한 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아이 입장에서는 다 똑같은 잔소리와 야단이지.

Q. 김성주도 SBS ‘힐링캠프’에서 자신의 변화를 이야기 한 적이 있다.
김유곤 PD : 김성주도 참 많이 바뀌었다. 성동일과 김성주 두 분은 모두 가부장적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김성주의 경우에는 워낙에 교육적이다. 항상 어디에 가도 ‘여기는 이런 곳이야’라며 하나라도 더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였다. 그렇지만 김성주도 친구같은 아빠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아빠!어디가?’를 통해 TV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은 좋은 아빠로 이야기한다고 생각하는데 민국이 표정이 ‘아휴, 또 시작이야’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더라.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 ‘야단을 칠 때는 쳐야하지만 평소에는 그러지 말자’ 였다고 하더라. 자신을 자세히 보니 별 것 아닌 것에는 아이를 다그치고, 막상 화를 내야하는 순간에는 마음이 약해져 화를 못낸다고 하더라.

Q. 그렇게 가장 큰 변화를 겪은 아빠들 모두가 연속 출연했다는 점은 프로그램이 미친 영향을 실감하게 한다.
김유곤 PD : 요즘 김성주 의 고민은 민율이에 대한 것인데, 민국이가 장남이고 김성주 본인도 4대 독자이다보니 온 집안의 관심이 민국이에게 쏠렸었고 차남인 민율이는 그런 형에 묻힌 감이 없잖아 있다. 그래서 민율이는 부모나 주변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성과를 내려고 열심히 하는 성향이 있다. 빨래도 열심히 하지 않았나. 그래서 김성주는 ‘너가 그렇게 투쟁하지 않아도 아빠는 널 사랑해’를 알려주고 싶어한다. 그것이 시즌2의 목표다.

Q. 반 육아전문가가 다 됐을 것 같다. 1년 넘게 프로그램을 해오면서 ‘친구같은 아빠’가 되는 비법, 터득한 것이 있다면.
김유곤 PD : 아빠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돌이켜봐야한다. 아마도 대부분이 저도 모르게 자신의 아버지를 닮아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오늘날 시대가 요구하는 친구같은 아빠는 권위적인 우리네 아버지와는 다른 모습이다. 친구같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오늘부터 친구같은 아빠가 되어야지’한다고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나를 친구로 받아들여줘야 가능한 것이다. 그러니 시간이 걸리고 시간 속에 아이와 신뢰를 쌓아야한다.

Q. ‘아빠!어디가?’의 연출자이면서 동시에 한 아이의 아빠이지 않나. 가정에서는 실제 어떤 아빠인가?
김유곤 PD : 나 역시 친구같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보통의 아빠다. 그런데 가장 어려운 것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 속에 화를 내지 않는 것이다. 대화가 쉽지 않다. 아이가 자기 의사표현을 하기 시작하면서 부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때가 있다. 어떤 경우에는 당연히 화도 난다. 특히 갓난아기부터 지금까지 육아에 참여하지 않으면 아이가 어떤 성향인지 뒤늦게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 육아에 전적으로 참여한 엄마는 아이의 모든 것을 함께 해왔기에 공감대와 유대감이 이미 형성돼있다. 그래서 어린시절의 유대관계가 중요하다. 친구같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는 정말로 친구가 되어야 하고 그러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또 중요한 것은 아이를 나의 소유물로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대등한 인격체로 대하면서 신뢰를 쌓아가고 나면 그 이후에는 야단을 칠 일이 있을 때 야단을 쳐도 아이가 엇나가지 않는다. 그런데 화를 내야하는 순간과 받아줘야하는 순간의 구분은 여전히 어렵다. 육아라는 것은 지속적인 노력과 관심이라는 점에서 연애와 닮아있는데, 아이를 인도해야한다는 점이 추가되는만큼 연애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Q. 육아 프로그램을 연출하면서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생기던가.
김유곤 PD : 아무래도 개인적으로 아이와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하게 된 편이다. 최근에도 아이와 하루 정도 여행을 다녀왔다. 워낙 바쁘다 보니 그런 시간을 잘 갖지 못하는데 피곤해도 다녀오려고 했다. 산천어축제를 갔었는데 엄마 없이 가다보니 다 챙겨줘야해서 피곤한 면도 있고 무엇보다 나도 못잡는 물고기를 아이과 같이 잡는다는 것이…(웃음). 하지만 확실히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면 아이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아이도 아빠를 더 반가워하고 좋아하게 된다.

Q. 아무래도 PD라는 직업적 특성상 집에도 잘 못들어가고, 이전에는 아이의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김유곤 PD : 와이프가 ‘아빠놀이학교’ 강좌를 수강하게 했을 정도다. 편집을 한참 하던 중에 와이프가 꼭 가야한다고 해서 갔었는데, 사실 그 강좌를 수강하는 아빠들의 표정이 다 나처럼 억지로 등떠밀려 온 얼굴이었다. 그 강좌를 들어보면 사실 별 것은 없다. 그런데 그것은 다시 생각해보면 그만큼 오늘날 아빠들이 아이와 잘 놀아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보통 핸드폰 던져주고 말지 않나.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일반적인 가정에서 아빠와 아이의 관계 가운데에는 항상 엄마가 있고, 그래서 아빠들은 막상 여행을 가서도 아이들 챙기는 것은 엄마 몫으로 두고 자신은 결국 자기 할 일만 하면서도 가족여행을 가는 것만으로 ‘나는 가정적이야’라는 착각을 하기 쉽다.

Q. 출연자 중 가장 프렌디스러운 아빠는 누구인가.
김유곤 PD : 이종혁과 송중국. 특히 이종혁은 1974년생이니 나이도 그렇게 어리지 않은데 정말 친구같은 아빠다. 신기하다. 개념도 아이와 놀아준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아이와 논다. 본인 스스로가 아이같은 구석이 있어 그런 것 같다.

Q. 새로운 시즌에서 관전 포인트는 기존 멤버들이 새로운 멤버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자신감이 느껴진다는 것이더라.
김유곤 PD : 성동일은 이제 육아전문가가 다 되었지 뭐(웃음). 그리고 새로운 아빠들은 저마다 나름의 고민들이 있고.

Q. 프렌디가 되고자 염원하는 오늘날 아빠들에게 응원의 한마디를 남겨달라.
김유곤 PD : 누구보다 내 자신이 바로 그런 아빠이기에 잘 알고 있다. 얼마나 힘든지를. 특히 40대 남자들은 치열한 환경에서 살아왔고,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은 하지만 가족들이 잘 알아주지 못하는 면도 있다. 하지만 육아는 연애처럼 사르르한 순간들이 있다. 아이와 둘만의 추억을 많이 만들어 놓으면 연애할 때처럼 많이 생각이 나곤 한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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