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가의 서]<구가의 서>, 인간이고픈 신수 VS 금수만도 못한 인간
방송화면" />MBC <구가의 서> 방송화면

“나는 사람이라고 부르는 이들 중에 금수만도 못한 이들을 수도 없이 봐 왔다. 너를 인간이라 결정짓는 것은 네 몸 속에 흐르고 있는 피가 아니라, 네가 어떤 사람으로 살고자 하느냐는 너의 의지에 달려 있는 것이니라” - <구가의 서> 12회 중 이순신(유동근)의 대사

뉴스에는 매일같이 강력범죄가 흘러넘친다.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나 부도덕한 행동도 종종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스스로 ‘갑’임을 자처하는 이들의 눈살 찌푸릴만한 에피소드도 이젠 더이상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는 세상이다.

그래서일까. 인간답지 못한 인간사회에 경종을 울리기라도 하듯 ‘죽어도 인간이고 싶은’ 반인반수(半人半獸)의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 사극 한 편이 꽤 큰 울림으로 다가오고 있다.

총 24부 중 이제 종반부를 향해 가고 있는 MBC 수목드라마 <구가의 서>(극본 강은경, 연출 신우철)는 극이 진행될수록 뚜렷한 메시지 전달에 힘을 쏟고 있다.

바로 ‘진짜 인간이 무엇인가’라는 화두다. 판타지 사극에 로맨스를 적당히 섞은 작품으로 여기고 가볍게 채널을 고정했던 시청자들은 회가 거듭될수록 묵직해지는 주제 의식에 점차 깊게 빠져들어가고 있다.

반인반수의 아픔을 지닌 주인공 최강치(이승기)가 인간이 돼 가는 과정을 그리면서 인간의 신념과 사람 사이의 관계,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은 통찰력 등을 선사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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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작 KBS <제빵왕 김탁구>에서도 보여졌듯 강은경 작가 특유의 잔잔하면서도 교훈적인 대사는 남다른 감동을 주는 요소다. 극중 이순신 장군이라는 상징적인 인물을 통해 들려주는 목소리가 드라마를 관통하는 메시지로 자리하고 있는 것.

“남들이 너를 어떻게 보느냐는 중요치 않다. 네 자신이 너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지”(12회 중) “불안한 생각은 불안한 미래를 끌어들입니다. 그저 우리가 할 일은 젊은이들의 가야할 길을 어른의 잣대로 재고 막아서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 아니겠소?”(13회 중) “신뢰라는 것은 하루 아침에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만약 사람들이 널 믿지 못한다면 네가 쌓은 관계가 잘못된 것이지 다른 이들을 탓할 게 아니라는 뜻이다”(16회 중) 같은 대사를 통해 요즘 드라마에서는 보기 힘든 여운을 선사하고 있다.

박청조(이유비) 구월령(최진혁) 자홍명(윤세아) 담평준(조성하) 조관웅(이성재) 등 조연 캐릭터들이 각각의 대립 관계를 형성하며 긴장감을 형성하는 것도 독특한 매력 요소로 자리한다. 조연 캐릭터들이 주인공의 주변 인물로 머무는 데 그치지 않고 각자의 사연과 입장을 지닌 인물을 대변하며 여러 인연이 얽히고 설킨 인간사의 복잡다단함을 보여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 내고 있는 것이다.

구월령과 담평준은 주인공 최강치의 부모 세대를 나타내는 인물로 그려지면서 대를 이어 내려 온 갈등의 요소를 보여주고 있는가 하면 절대 악인 조관웅과 조선을 지키려는 이순신(유동근)의 대결은 이 작품이 단순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에 입각한 영웅의 서사로 확장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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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순신을 돕기 위해 강치와 담평준, 4군자가 의기투합하는 대목은 이후 펼쳐질 이야기가 실제 한국사의 큰 사건인 임진왜란과 관련돼 있음을 조심스럽게 유추하게 해 준다.

주인공 최강치 역의 이승기는 <구가의 서> 기자간담회에서 “사람답게 사는 게 뭔지, 인간 관계에서 가져야하는 마음과 자세는 뭔지에 대해 스펙터클한 반인반수 최강치의 희노애락을 통해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라며 “그 안에서 갈등하는 이들의 모습도 보여주고 어떤 삶을 살아야할지 풀어내고 있는 작품”이라고 전한 바 있다.

‘인간다움’에 대한 고민을 가득 담고 출발한 작품이 영웅서사와 다양한 인간군상을 통해 보여주는 에피소드와 얽히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인기만큼 완성도 높은 드라마로 거듭날지는 이제 남은 6회에 달려 있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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