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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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잭팟’이 터졌다. 지난달 25일 종영한 MBC 드라마 <구가의 서>의 최진혁은 본인에게나 작품에나 ‘윈윈’하는 캐스팅으로 근래 보기 드물었던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시청자들에게는 아직 낯설지만 그는 방송가에서 꽤 오래 담금질해 온 시간이 있었다. 2006년 KBS <서바이벌 스타오디션>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데뷔, 그간 KBS <내 사랑 금지옥엽> <내 딸 꽃님이> MBC <파스타> SBS <괜찮아, 아빠딸> tvN <로맨스가 필요해> 등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거쳐오며 시청자들과 만나왔다. 그러나 드라마 캐릭터로 강렬한 인상을 준 것은 이번 <구가의 서>가 처음. 원래 가수지망생이었던 그는 <구가의 서> OST도 직접 불러 각종 음원 차트 1위를 석권하는 등 잠시 잊고 있었던 가수의 꿈도 이루게 됐다. “내게도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다”며 “모든 게 얼떨떨할 뿐”이라는 그가 전하는 ‘구월령의 모든 것’을 들어보았다.

Q. 촬영 당시부터 구월령 캐릭터가 이처럼 큰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나
최진혁: 글쎄…드라마가 잘 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구월령 캐릭터를 이렇게 많이 좋아해주실 줄은 몰랐다. 잘 만들어진 작품 속에 캐릭터가 녹아들어간 결과인 것 같다.

Q. 짧은 등장이었지만 존재감이 컸다. 촬영하면서 나름의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다.
최진혁: 나오는 장면마다 평범한 장면이 없더라.(웃음) 너무 욕심내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자는 생각을 했다. 욕심부리다 보면 보는 사람도 불편해지니까. 최대한 내가 편안한 상태에서 연기하자는 생각이 컸다.

Q.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하는 1~2회에 첫 등장해 단박에 화제를 모았다. 새로운 인물을 투입한다는 건 제작진에게도 적지 않은 모험이었을 것 같다.
최진혁: 나라도 그랬을 것 같다. 증명되지 않은 인물을 처음에 배치하는 건 정말 도박같은 일이니까. 특히 구월령은 캐릭터 변화가 많았는데 내 연기에서 빼고 더하는 부분을 감독님께서 많이 코치해주셔서 좋은 작품이 나온 것 같다.

최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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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1회에서 서화가 죽는 장면에서 오열하던 신은 <구가의 서>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최진혁: 현장에서 밤새 울었던 기억이 있다. 원래 나는 우는 척을 잘 못해 연기할 때도 실제로 우는 편이다. 그 때는 여덟 시간 정도를 지칠 때까지 울면서 촬영했다. 끝나고 나니 마음도 정말 아프고 두통도 심하게 와서 진통제를 먹었을 정도였다.

Q. 구월령은 중저음의 목소리도 그렇고 무게감있는 남성적인 분위기가 강했다. 실제로도 그런 편인가.
최진혁: 그동안 ‘괜찮다’는 평가를 받은 캐릭터는 대부분 인물 자체를 실제 나한테 맞췄을 때였다. 구월령 또한 최진혁의 느낌을 많이 입혔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러워 보였고 내 모습이 많았던 것 같다. 성격상 다정다감한 면도 있고 장난기도 있는데 전반적으로 무게감 있는 모습을 좋아하긴 한다.

Q. 아직도 많이 얼떨떨한가.
최진혁: 21회 방송 후 그날 밤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했는데 그런 일은 내 인생에 처음이었다. 음원차트 10개에서 1위했다고 했을 때도 무척 놀랐다. 전에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기분이라 아직 실감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Q. 예능이나 여타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섭외가 많이 왔다고 들었다.
최진혁: 특히 예능 프로그램에서 요청이 많았는데 아직까지는 출연이 조심스럽다. ‘배가 불러서’가 아니라 구월령이라는 캐릭터가 내겐 평생 잊지 못할 인물인데 시청자들의 마음 속에 좀더 머물러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도록 여운을 좀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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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디씨인사이드 갤러리나 팬 사이트도 생기는 등 인기도 좀 실감할 것 같다.
최진혁: 팬들이 내가 직접 글을 남기길 바라시는 것 같아 몇시간씩 고심해서 쓰곤 한다. 몇 줄 안되는 글이지만 내게는 엄청 큰 일이다. (손에 찬 팔찌를 가리키며) 이 팔찌도 얼마 전 팬에게 받은 건데 요즘 매일 하고 다닌다.

Q. 몇년 간 무명 생활을 거쳐온 것이 지금 연기하는 데 도움을 많이 준 것 같나
최진혁: 당연하다. 아무 어려움이 없었다면 감사한 마음도 크지 않았을 것 같다. 시행착오도 많았고 촬영장에서 혼도 나고, 울기도 하면서 배우고 조금씩 나아진 것 같다. 천천히 발전해가고 있는 모습을 스스로도 느낄 수 있어 행복하다.

Q. 얼마 전 MBC 라디오 박경림의 <두시의 데이트>에 나와 무명 시절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좀 비치기도 했었다.
최진혁: 사실 박경림 누나는 거의 엄마같은 존재다. 신인 시절부터 나를 데리고 다니며 많이 도와주셨는데 어느새 내가 경림 누나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고 있다는 생각에 울컥하고 놀라웠다. 그날 방송하면서 울지 않으려고 얼마나 허벅지를 꼬집었는지 모른다.

Q. 차기작은 김은숙 작가가 집필하는 드라마 <상속자들>로 확정이 됐다.
최진혁: 작가님이 <구가의 서> 1~2부를 보시고 바로 연락을 주셨다. 올해는 뭔가 운대가 정말 좋은 것 같다.(웃음) 극중 대기업 사장 역할인데 전부터 해보고 싶던 캐릭터라 많이 끌린다.

Q. 향후 작품에서는 다른 이미지로 변신할 계획인가
최진혁: 아직은 남자다운 역할을 좀더 해보고 싶다. 올해 아마 드라마 외에 영화를 두 편 정도를 더 할 것 같은데, 숨쉴 틈 없이 바쁠 것 같긴 하다.

글. 장서윤 기자 ciel@tenasia.co.kr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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