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뭐 봤어?]〈구가의 서〉, 이야기의 매듭은 풀렸지만 다시 제자리
방송화면" />MBC <구가의 서> 방송화면

MBC <구가의 서> 19, 20회 2013년 6월 10, 11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강치(이승기)가 자신이 버렸던 아들임을 알게 된 자홍명(윤세아)은 조관웅(이성재)의 비열한 행동에 분노해 결국 자신이 과거의 서화임을 밝히고, 갇혀있는 강치를 구해낸다. 조관웅의 행동에 분노한 서화는 조관웅을 제거하려 하지만 실패하고, 재령의 배신으로 위기에 처한다. 과거의 모든 기억을 잃고 천년악귀가 된 구월령(최진혁)은 조관웅에게 이용당해 서화에 대해 복수심을 품고, 위기에 처한 서화를 구한 강치는 구월령과 다시 마주한다.

리뷰
결국 해답은 구월령(최진혁)과 서화(윤세아), 그리고 조관웅(이성재)에게서 나왔다. 19,20회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강치(이승기)와 여울(배수지)이 아니라 구월령과 서화와 조관웅이라고 할 정도로 이들의 서사는 강력하게 이어져 나갔고, 이야기의 모든 실마리가 시작된 것이 이들인 만큼 결국 이들로부터 다시 이야기가 나아가기 시작했다. 서화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모든 기억을 잃은 구월령이 방황하지 않은 채 한 가지 목표만 향해 달려가는 지금에서야, 1,2회를 통해 쌓였던 꼬인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내 왔음에도, 이야기가 결국 도돌이표를 찍은 것 마냥 제자리라는 것이다.

냉혹하게 변해버린 모습으로 되돌아 와 조관웅과 팽팽한 대결을 펼칠 수 있을 듯 싶었던 자홍명은 아들을 구하기 위해 과거의 서화로 돌아가 평정심을 잃고 조관웅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우는 연약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에 조관웅 또한 서화에 대한 분노로 자신이 갖고 있는 수 많은 기회와 고려 사항들을 폐기 처분한다. 이에 기억을 잃고 돌아온 구월령까지. 이들은 모두 20년 만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만났지만, 결국 모든 갈등의 구조를 원점으로 되돌려 놨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가 이렇게 원점으로 되돌아오기까지 강치와 여울의 감정 외에는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 청조(이유비)와 태서(유연석)는 여전히 휘둘리거나 아니면 자신의 캐릭터를 제대로 지켜내는 데에 급급하고, 큰 의미가 없어 보이는 사군자의 과제는 ‘木’에서 막혀 이미 2주나 흘러와 버렸다. ‘구가의 서’를 찾도록 보내주겠다는 담평준의 말에도 불구, ‘구가의 서’를 향해 가고자 하는 강치의 의지는 보이지 않고 20년 만에 돌아와버린 부모의 존재에 의미 없이 휘둘리기에 바쁘다. 20년 동안 자신을 버려두었던 서화에 대한 감정 정리도, 아버지의 존재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도 없는 강치는 그저 맹목적으로 여울의 말을 따라 서화를 용서하고 담평준의 말을 따라 구월령을 해하려 한다. 적어도 강치가 이끌어 나가야 하는 이야기라면, 이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강치가 서화와 구월령에 대해 느끼는 감정에 대한 재정립이지만 <구가의 서>는 강치를 마주한 서화의 감정과 모든 기억을 잃은 구월령에 대한 안타까움에 방점을 찍으면서 극은 결국 ‘서화와 구월령의 서사’로 되돌아와 버렸다.

태풍의 중심처럼 모든 이야기들이 다시 서화와 구월령에게 맞춰지면서, 주변 인물들은 다시금 의미 없이 떠돌게 됐다. 그는 주인공인 강치와 여울 역시 마찬가지다. 급작스럽게 떠난 부모와 돌아온 부모에 대해 어떠한 감정정리도 이뤄지지 않은 채, 그들의 뜻에 따라 존재를 받아들이기에 바쁜 강치와 여울의 성장은 멈췄다. 강치는 ‘방법’과 ‘목표’는 찾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나 ‘의지’는 찾지 못했고, 맹목적인 강치에 대한 믿음을 모든 갈등의 원동력으로 삼는 여울이야 말로 ‘사랑’ 밖엔 모르는 캐릭터가 되어 버렸다.

서화와 강치의 재회, 그리고 다시금 나타난 구월령이 새로운 갈등의 시발점이 된 것은 상당히 좋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등장이 불러온 도돌이표와 서사의 중심이 원래 하고자 했던 이야기에서 벗어나 버린 것은 분명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이들의 실수다. 이제는 고작 4부 밖에 남지 않았다. 서화와 구월령, 그리고 조관웅이 황급히 정리가 된다고 하더라도 강치와 여울, 그리고 태서와 청조가 해야 할 일은 그저 뒷정리일 뿐이다. 이 드라마가 결국 ‘서화와 구월령’의 이야기로 남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이제 코 앞에 다가왔다.

수다 포인트
- 이연희가 윤세아로 바뀌었는데, 이성재 회원님은 단박에 서화라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 결국 나타난 서부관. 서부관은 또 어찌 살아 돌아왔을까요?
- 분량 안습으로 전락한 천수련과 청조, 사군자와 강치의 첫사랑은 이렇게 스러져 갑니다.

글. 민경진(TV리뷰어)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