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인터뷰서 포착한 한결같은 트로트-팬 사랑

올 가을 새 음악 예고 "기가 막힌 트로트로 찾아가겠다"
송가인 /사진=포켓돌스튜디오 제공
송가인 /사진=포켓돌스튜디오 제공
≪최지예의 에필로그≫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금요일 먼지 쌓인 외장하드에서 과거 인터뷰를 샅샅이 텁니다. 지금 당신이 입덕한 그 가수, 그 아이돌과의 옛 대화를 재미있게 풀어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송가인이어라."

특유의 운율감이 절로 떠오르는 가수 송가인의 인사법이다. 들으면 어쩐지 기분이 좋아지고, 한 번쯤은 따라해보게 되는 이 인사는 송가인의 트레이드 마크다.

최근 1년에 걸쳐 송가인을 두 번 만났다. 한 번은 지난해 추석 때였고, 또 한번은 지난 3월 화보 촬영 현장에서였다. 은은한 색감의 한복을 입은 송가인과 반짝반짝 빛나는 드레스를 소화한 송가인의 비주얼은 극과 극이었지만, '안녕하세요, 송가인이어라'라는 인사는 그대로였다.
가수 송가인. 사진 = 이승현 기자 lsh87@tenasia.co.kr
가수 송가인. 사진 = 이승현 기자 lsh87@tenasia.co.kr
송가인 '텐스타' 4월호 표지 장식./ 사진제공=텐스타
송가인 '텐스타' 4월호 표지 장식./ 사진제공=텐스타
그리고 두 차례의 인터뷰. 인터뷰를 통해 깊은 대화를 나눠본 송가인은 '감사'와 '사랑'이라는 단어를 참 많이 썼다. 구수한 사투리에 투박한 말투였지만, 그 속에서 흘러나오는 감사와 사랑은 여러 번 펄펄 끓인 곰국처럼 깊은 맛이 느껴졌다.
"트로트는 내 전부, 비욘세와 트로트 협업 무대 꿈 꿔"중학교 시절부터 판소리를 시작했던 송가인은 광주예술고등학교를 거쳐 중앙대학교 국악대에 진학했다. 재능과 실력을 인정받아 전국판소리대회 우승에 이어 문화관광부 장관상을 2회 연속 수상할 만큼 두각을 나타냈다.

트로트의 길에 접어들게 된 것은 2010년 겨울, KBS '전국 노래자랑'에 출연하면서였다. MC 송해를 만나고 무대 위 트로트의 매력을 알게 된 송가인은 관계자의 제안에 트로트 가수로 데뷔했지만, 처음부터 꽃길이 펼쳐지지 않았다.

혹독하고 길었던 무명의 시절을 거친 뒤에야 2019년 '미스트롯'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알릴 기회를 얻었다. 준비된 실력을 바탕으로 인고의 시간을 거친 송가인은 진(眞)의 왕관을 쓰면서 트로트를 향한 일편단심을 보상받았다.

"트로트는 저에게 있어 전부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를 만들었고, 저를 이 자리에 있게 만들어준 게 트로트잖아요. 아마 소리를 계속했어도 잘했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제가 이렇게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건 트로트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무명을 벗고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 트로트 가수가 되었지만, 여전히 송가인은 멈추지 않고 꿈꾸고 있었다. 특히, 'K-트로트' 열풍을 꿈꾸며 빛내던 송가인의 눈빛은 특별한 인상을 남겼다. 그것도 팝스타 비욘세를 콕 찍어 협업 무대를 희망했다.

"시대가 많이 바뀐 만큼 트로트의 매력이 널리 알려져서 세계적인 무대에서 트로트를 부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K-팝이 세계적으로 열풍인데, 트로트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힙합, EDM, 팝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해서 많은 사람들이 즐겼으면 합니다. 비욘세와 함께 무대를 꾸미는 날도 꿈꿔요."
가수 송가인 /사진 = 텐스타
가수 송가인 /사진 = 텐스타
"'AGAIN'(어게인)은 나의 존재 이유"송가인이 트로트에 대한 진한 사랑과 감사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팬과 대중을 향한 빚진 마음이 존재했다. 송가인이 언제나 어디서나, 사진과 사인을 요청하는 팬들에게 단 한 번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고 기꺼이 응하는 이유기도 하다. 때문에 송가인의 발걸음이 닿는 곳에는 예고되지 않은 '게릴라 팬미팅'이 종종 펼쳐진다.

"멀리서 저를 보겠다고 찾아와 주시는 팬분들이 제일 감동이에요. 저를 보시고 눈물 글썽이시는 팬분들 볼 때면 정말 큰 힘을 얻어요. 콘서트가 끝나면 줄 서신 팬들은 꼭 다 만나려고 하는데, 마치니까 새벽 4시인 적도 있었죠. 그래도 팬들 만나는 자리는 언제나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아쉽게 보내면 제가 너무 허전하더라고요."

첫 번째 인터뷰에서 '고척돔에서 대규모 트로트 공연을 열고 싶다'고 했던 송가인은 같은 질문을 던진 두 번째 인터뷰에서 바뀐 꿈을 전했다. 송가인은 두 인터뷰 사이 몇 개월의 시간 동안 더 많이 사랑받고, 더 많이 사랑하는 법을 깨닫게 된 듯했다.

"예전엔 정말 큰 공연장에서 공연도 하고 싶었고, 더 유명해지고 싶단 욕심도 있었는데 이젠 정말 단 하나, 팬들이 제 '꿈'이 됐어요. 물론 가수로서 더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건 당연하겠지만, 팬분들과 죽을 때까지 계속 보면서 지내는 게 꿈이에요. 제 팬이라면 제 사인을 못 받은 사람이 한 사람도 없게요."

이와 더불어 자신이 출처이자 뿌리인 국악인들을 후원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국악인들이 참 힘들어요. 제가 그걸 잘 알고 있고, 제 눈에 보인다는 건 제가 해야 할 일이란 뜻이겠죠. 좋은 방식으로 꾸준히 꼭 후원할 생각입니다."

두 번의 인터뷰 내내 송가인이 입 아프게 말했던 감사와 사랑의 대상은 오로지 두 가지였다. 트로트와 팬들. 이것이 송가인을 감사하게 하고, 사랑하게 만드는 원천이고 원동력이었다.

송가인은 지난해 12월 26일, 두 번째 정규 앨범 '몽 (夢)'을 발표했다. 이 앨범은 엄청난 히트를 친 것은 아니었지만, 실험적인 시도와 중독성 넘치는 트로트 사운드, 송가인의 탁월한 가창력이 시너지를 내며 호평받았다.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인 '트로트가 나는 좋아요'는 KBS 2TV '트롯 전국체전'의 공식 주제가로도 사용되며 인기를 누렸고, 또 다른 타이틀곡 '꿈 (夢)'은 트렌디한 트로트 사운드에 송가인의 구성진 목소리가 더해져 새로운 시도였단 평이다.

"이미자, 나훈아 선배의 뒤를 따라 '국민 트로트 가수'가 되고 싶다"는 송가인은 오는 가을 또 한번 새로운 앨범을 예고했다. 송가인은 "신선한 날씨가 됐을 때 기가 막히는 곡으로 여러분을 찾아가겠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트로트와 팬에 대한 감사와 사랑으로 가득 찬 송가인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팬들을 위해 트로트를 부른다. '멀리 보는 새가 높이 난다'는 속담과 잘 어울리는 송가인은 최근 몇 년간 불어닥친 '트로트 열풍'이 지나가도 건재할 경쟁력을 갖춘 가수임에 틀림 없다.

'트로트 열풍'과는 상관 없이 그 존재로 '트로트 퀸'을 입증하고 있는 송가인이 '국민 트로트 가수'로 롱런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그가 "안녕하세요, 송가인이어라"라는 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앞으로도 오랫동안 보고 싶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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