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 '걸스플래닛', 과거 흥행 공식 답습 말아야

식상한 '악마의 편집'에 눈살
새로운 포맷-편집점 필요

글로벌 아이돌 탄생에 총력 다해야
사진제공=Mnet
사진제공=Mnet
≪최지예의 찐담화♪≫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가요계의 '찐'담화를 주도합니다. 무분별한 정보 속에서 표류하는 이슈를 날카롭게 보고 핵심을 꼬집겠습니다.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걸스플래닛999 : 소녀대전'(이하 '걸스플래닛')이 지난 6일 첫 방송됐다. '걸스플래닛'은 서바이벌 명가로 이름을 날리던 엠넷이 '프로듀스', '아이돌 학교'로 투표 조작 물의를 일으킨 뒤 처음 내놓은 야심작이다.

투표 조작으로 대 국민적 분노를 사고, 담당 프로그램 PD들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로 곤두박질친 엠넷은 '걸스플래닛'을 통해 명예를 회복하고, 이전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포부다.

뚜껑을 열어본 '걸스플래닛'의 첫인상은 그리 신선하진 않다. 한국·중국·일본 각 33명의 소녀들이 모여 서바이벌을 펼친다는 것 외 전체적인 포맷은 '프로듀스' 시리즈와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유닛을 이뤄 등장한 한·중·일 세 명의 소녀들이 차례로 등장해 자리를 잡고, 특징이 있는 참가자를 부연해 설명하는 방식, 미션을 통해 베네핏을 얻고 서바이벌에 우위를 차지하는 룰 등은 기존 엠넷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갖고 있던 특징이다.

물론, 이는 엠넷만이 갖고 있는 고유의 색깔이고, 이를 통해 성과를 이뤄냈으니 기존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조금씩 발전해 나가겠단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걸스플래닛' 1회는 기존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기시감이 너무도 짙고 평이하게 느껴진다. 세트 구성을 비롯해 서바이벌 무대의 카메라 앵글이나 편집 구도 면에서 특별히 달라진 게 없어 '어디서 본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사진 = 엠넷 '걸스플래닛' 방송화면 캡처
/사진 = 엠넷 '걸스플래닛' 방송화면 캡처
특히, 이른바 '악마의 편집'이라고 불리는 엠넷 특유의 편집술은 식상함을 배가시키는 일등공신이다.

그룹 CLC '헬리콥터'를 미션 무대로 선택한 중국팀은 '걸스플래닛'에 참가한 CLC 최유진과 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원곡보다 잘 할 자신 있다'고 도발하는데, 이를 난감해하는 최유진과 당황하는 여러 참가자들의 얼굴이 차례로 비췄다.

이는 전형적인 '악마의 편집'. 수도 없이 본 진부한 전개에 고개가 절로 흔들어졌다. 과거에는 눈을 번쩍 뜨이게 하며 보는 이의 심장 박동을 높였던 '악마의 편집'은 더 이상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게다가 방송 말미 예고편에서 전파를 탄 최유진의 '오열 눈물' 역시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았다.

'걸스플래닛'이 시대에 뒤떨어진 흥행 공식을 반복하고, 똑같은 편집 및 포맷을 계속하는 이유로는 초창기 서바이벌 프로그램 기획하고 흥행을 견인했던 특출난 PD들의 이탈을 꼽을 수 있다. 즉, 현재 엠넷에는 기획력을 갖춘 인재풀이 고갈됐단 뜻이다.

'프로듀스' 시리즈 시즌1 격인 '프로듀스 101'을 기획 총괄했던 한동철PD는 엠넷을 떠나 1인 제작사 '펑키 스튜디오'를 차렸고, '프로듀스 101' 시즌2, '프로듀스 48', '프로듀스 X' 등을 맡았던 김용범 CP와 안준영 PD는 투표 조작 혐의로 징역형을 살고 있다. '아이돌 학교'의 김태은 CP 역시 1심서 실형을 받아 구속 상태다.

'걸스플래닛'은 MBC 출신의 신정수 국장의 총괄 아래 윤신혜 CP가 기획하고 김신영 PD가 연출을 맡고 있다. 윤CP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기획이 전무한 인물이고, 김PD는 리얼리티 예능을 주로 맡아 연출해 왔다. 최근 빅히트뮤직과 손잡고 서바이벌 프로그램 '아이랜드'(I-LAND) 맡았으나, 역시 흥행 면에서 좋은 성적을 내진 못했다.

이 같은 조합의 결과일까. '걸스플래닛' 첫방 시청률 역시 처참하다. 0.461%(닐슨코리아 케이블 기준)을 기록했는데, 이는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중 역대 최저 수준. 심지어 포털사이트 네이버 '걸스플래닛' 페이지에는 시청률 분류가 빠져있어 시청률을 확인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걸스플래닛999'
'걸스플래닛999'
그러나 아직 1회밖에 방송되지 않은 만큼 모든 상황을 비관하기엔 아직 이르다.

기존의 장점에서 새로운 시도를 가미하고, 편집점을 비틀어 잡는다면 프로그램의 완성도와 흥행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기존 프로그램 성공 방식을 답습하는 것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필요하다.

핵심적으로 '걸스플래닛'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포인트는 대중을 사로잡을 만한 매력적인 스타 발굴이다. '걸스플래닛'을 통해 글로벌 팬덤을 끌어모을 만한 화력의 아이돌을 탄생시키는데 총력을 다해야 한다. 그룹을 이루는 것은 멤버들일테니, 각 참가자의 매력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해서도 깊이 고심해야 한다.

정상의 자리에서 군림하다 많은 부침을 겪은 엠넷이다.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나락에 떨어지긴 했어도, 엠넷의 저력과 K팝의 발전에 기여한 성과까지 무시할 수 없다. 엠넷은 과거의 과오를 통렬하게 반성하고, 열정과 새로움의 초심으로 돌아간다면 이전의 명성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