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빅마마 / 사진제공=카카오엔터테인먼트
그룹 빅마마 / 사진제공=카카오엔터테인먼트


≪우빈의 리듬파워≫
목요일 아침마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알려주는 흥미진진한 가요계 이야기. 모두가 한 번쯤은 궁금했던, 그러나 스치듯 지나갔던 그 호기심을 해결해드립니다.

가창력이면 가창력, 소울이면 소울, 내적 열창을 유발하는 미친 하모니로 2000년대 음악 시장 판도를 바꾸고, 18년이 지나도 여전히 레전드로 꼽히는 빅마마(박민혜, 신연아, 이영현, 이지영). 빅마마의 제작자는 대체 누구길래 한 명도 아니고 어떻게 4명이나 보컬 끝판왕을 모았을까.

빅마마의 시작은 놀랍게도 빅뱅, 블랙핑크 등 K팝 대표 '아이돌'을 제작한 양현석이다.

"우리나라에서 노래 제일 잘하는 여자 4명을 모아 그룹을 만들면 어떨까."

양현석과 YG 사단 엠보트 대표 박경진은 어느날 문득 여성 보컬 그룹을 떠올렸다. 두 사람은 상상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 당시 노래 좀 한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멤버를 모으기 시작했다. 국내 최고 코러스 그룹 빈칸채우기 출신 신연아, 동덕여대에서 노래 고수로 소문난 이지영, 실력파 가수들도 혀를 내두르던 이영현, 동덕여대 실용음악과를 노래로 씹어 먹었던 박민혜가 2003년 4인조 여성 R&B 그룹 빅마마로 데뷔했다.

2000년대 초 가요계는 1990년대 말부터 이어진 댄스 음악의 열품이 지속되고 있었다. 노래보다는 외모와 춤이 우선이었고, 가창력이 없어도 보기에 좋고 화려하면 스타가 되는 아이돌 전성시대였다. 립싱크 가수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던 시절.

걸그룹이면서 멤버 누구 하나 날씬하거나 눈에 띄는 미모가 아니었던 빅마마의 출연은 무모해 보이기까지 했다. 꽃비처럼 예쁘고 요정 같은 아이돌 사이 오직 가창력과 음악성에 승부를 걸었던 빅마마는 폭포수였다. 신연아의 고급스러우면서 파워풀한 보컬, 허스키한 목소리에 폭발적인 소울을 가진 이지영, 이영현의 풍부한 성량과 높은 음역대, 깊은 감성, 맑고 평화로운 음색으로 교과서적인 발성을 가진 박민혜가 만들어낸 하모니는 대중의 귀를 때렸고, 마음을 울렸다.

빅마마는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들은 보는 음악에서 듣는 음악으로 흐름을 바꿨다. 데뷔곡 '브레이크 어웨이(Break Away)'는 음원 차트에서 9주 연속 정상을 지켰고, 립싱크 가수를 조롱하는 파격적인 뮤직비디오는 그해 뮤직비디오 대상을 차지했다.

'노래 정말 잘하는, 10년이 지나도 명곡을 남길 가수'라는 반석 위에 세워진 빅마마는 명곡만 쏟아냈다. 1집의 타이틀곡이었던 '브레이크 어웨이(Break Away)'와 '거부', 이영현의 솔로곡 '체념'은 18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성들의 노래방 애창곡이면서 여성 보컬리스트들의 커버 1순위다. 이후에 낸 앨범들도 여전히 명반으로 꼽히며 '여자' '소리' '배반' 등 수많은 명곡들이 우리의 귀를 호강시켜주고 있다.
그룹 빅마마 / 사진제공=카카오엔터테인먼트
그룹 빅마마 / 사진제공=카카오엔터테인먼트
빅마마의 성공은 비주얼이 필수조건이었던 가요계에 돌을 던졌다. 이들은 음반시장의 불황 중에도 42만 장의 판매하며 대히트를 쳤고, 2003년 여성그룹 음반 판매 1위를 기록했다. 가수가 노래만 잘해도 대중에게 어필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최초의 사례가 됐다.

뿐만 아니라 빅마마 이후 가비엔제이, 브라운 아이드 걸스, 마마무 등 이들을 표방한 실력파 걸그룹이 등장하며 대중가요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빅마마는 탄생부터 지금까지 레전드가 아닌 적이 없었다. 지난 24일 9년 만에 낸 신곡 '하루만 더'도 발매와 동시에 전 음원차트 상위권에 올랐고 여전히 전 차트 30위 권내에 자리를 지키며 명성을 뽐내고 있다.

귀와 마음을 울리는 빅마마의 노래를 듣고 있으니 새삼 양현석에게 고맙다는 마음이 든다. 그가 여성 보컬 그룹을 상상하고 기획하지 않았더라면 빅마마의 노래와 소울을 들을 수 없었을 테니까.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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