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원동력은 아이콘 멤버들" 과거 인터뷰 발언
불과 6개월 후 '천재가 되고 싶어 마약한다' 메시지

법의 판단 받기도 전에 가수 복귀로 빈축
'영향력, 사회 보탬 되기를' 자의적 복귀 방식 문제
[최지예의 에필로그] '마약 혐의 기소' 비아이, 아이콘이 원동력이라며?
≪최지예의 에필로그≫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금요일 먼지 쌓인 외장하드에서 과거 인터뷰를 샅샅히 텁니다. 지금 당신이 입덕한 그 가수, 그 아이돌과의 옛 대화를 재미있게 풀어드립니다.

그룹 아이콘 '지못미' 티저 /사진 = YG엔터테인먼트
그룹 아이콘 '지못미' 티저 /사진 = YG엔터테인먼트
"저에게 가장 큰 원동력은 가족과 멤버들입니다."

2015년 11월 16일, 비아이(25·김한빈)는 그룹 아이콘 디지털 싱글 '지못미' 발매 기념 인터뷰에서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가족과 멤버들을 꼽았다. 당시 아이콘의 리더였던 비아이의 든든한 목소리에 묵직한 책임감마저 느껴졌다.

"다른 멤버들은 특별한 원동력을 갖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 가장 큰 건 가족과 멤버들입니다. 서로 의지하면서 힘이 되고, 자극을 받는 거 같아요."

비아이는 아이콘에 있어 절대적인 존재였다.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과 같은 역할을 담당했다. 비아이는 지드래곤처럼 아이콘의 모든 음악을 만드는 데 직접 참여하며 팀의 색깔을 구축했고, 전면에 나서 팀을 이끄는 대표적 멤버이자 리더였다.

그러나 비아이의 말은 빛을 잃었다.

비아이는 그로부터 6개월 후, 2016년 4월 연습생 출신 한 모 씨(26·여)와의 메시지 대화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최지예의 에필로그] '마약 혐의 기소' 비아이, 아이콘이 원동력이라며?
"난 천재가 되고 싶어서 (마약)하는 거임. 나는 하나만 평생 할 거야. 사실 매일 하고 싶어. 근데 비싸."

아이콘 멤버들과 의지하며, 자극을 받는다는 비아이의 인터뷰는 거짓이었다. 비아이는 가족, 멤버들이 아니라 마약에 기대고 있었다. 마약을 하는 이유로 '음악적 천재가 되고 싶다'고 한 비아이는 아이콘 음악의 순수성마저 훼손시켰다.

비아이의 마약 파문은 그의 원동력이었다는 아이콘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
아이콘 /사진=YG엔터테인먼트
아이콘 /사진=YG엔터테인먼트
2019년 6월 해당 사건이 뒤늦게 터지자 비아이는 아이콘을 탈퇴했고, YG와 전속계약을 해지했다.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었다. 한순간에 리더이자 핵심 멤버를 잃은 아이콘은 방황할 수밖에 없었다. 사건 이후 아이콘이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건 굳이 짚지 않겠다.

자신의 잘못으로 아이콘 멤버들과 팬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친 비아이는 그 이후 자숙의 방식까지 제멋대로라 빈축을 샀다.

무적 상태로 약 2년여간 자숙의 기간을 가진 비아이는 배우 고현정 소속사 아이오케이 산히 레이블 131LABEL에서 새롭게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사내이사라는 빛 좋은 감투까지 썼다.
사진제공=아이오케이컴퍼니
사진제공=아이오케이컴퍼니
비아이가 대중 앞에 나서며 처음으로 빼들은 카드는 '기부'와 '봉사활동'이었다. 슬그머니 발매한 신곡으로 음원 수익금 기부하고, 연탄 배달 봉사활동도 했다. 쌍방울 그룹과 손잡고 추운 날씨와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이웃들을 위해 여러 물품을 전달했고, 보도자료도 여러 차례 냈다.

다음 수순은 가수 복귀와 새 앨범 발매로 이어졌다. 비아이는 지난 1일 첫 솔로 정규 앨범 'WATERFALL'(워터폴)로 '마약 파문' 이후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일부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순탄하게 진행되는 듯했으나, 비아이는 지난달 28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되며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혐의 종결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복귀부터 하고 본 비아이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비아이의 성급했던 행보에 소속사 아이오케이도 장문의 공식 사과문을 내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변명을 덧붙였다.

"그저 복귀나 자숙의 모습을 위한 행위가 아닌 아티스트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영향력이 조금이라도 사회에 보탬이 되는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희망했습니다."

비아이는 사적으로 친구에게 잘못한 게 아니다. 엄연히 법의 영역에서 범법을 저질렀다. 법의 판단 아래 주어진 처분을 달게 받고, 그를 통해 비로소 자숙이 시작되는 것이다. 눈물 젖은 통회의 반성을 하고, 거대 규모의 선행을 해도 법의 허락 없이는 범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의적 판단 아래 선택한 자숙의 방식은 말만 번지르르할 뿐 무의미하다.

특히, 마약의 힘을 빌려 음악적 천재가 되고 싶어 했던 비아이가 '아이콘 멤버들이 원동력'이라고 말했던 것은 두고두고 생각해도 진정성이 없어 괘씸하다.대중-팬과의 소통을 통해 영향력을 주고 받는 가수의 이면은 추악한 기만이 자리해 배신감만 남겼다.

한편, 비아이는 자신의 마약 혐의를 제보한 한 씨를 사주해 진술 번복을 하게 한 혐의의 양현석(51) YG엔터테인먼트 전 대표와 나란히 기소돼 내달 9일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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