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오왠./ 사진제공=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싱어송라이터 오왠./ 사진제공=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부산의 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던 청년은 이제 ‘고막남친’이 됐다. 음악하는 것을 꿈꾸며 버스킹을 하다 2016년 첫 미니 앨범 ‘When I Begin’으로 데뷔한 오왠의 이야기다. 철도운전학과를 자퇴하고 버스킹을 시작했던 터라 음악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었지만 데뷔 앨범의 타이틀곡 ‘오늘’을 비롯해 ‘Picnic’ 등은 4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오왠은 드라마 OST 및 015B 리메이크 앨범 ‘Anthology Part.3’ 가창, SBS 음악 경연 ‘더 팬’을 비롯한 라디오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는 등 활동도 다양하게 해왔다. 오왠이 부른 015B의 ‘세월의 흔적 다 버리고’도 폭넓게, 꾸준히 사랑받는 곡이다. 이처럼 빛바래지 않는 음악을 하는 오왠이 지난 24일엔 미니 3집 ‘사랑했던 날부터 이별했던 날까지’를 선보인다. 타이틀곡은 ‘붙잡을 수가 없잖아’이며, ‘Love You’‘같은 사람’‘Lonely’까지 네 곡이 수록됐다. 전부 오왠의 자작곡이다. 신보 발매를 앞두고 그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만났다.
오왠 EP '사랑했던 날부터 이별했던 날까지'./ 사진제공=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오왠 EP '사랑했던 날부터 이별했던 날까지'./ 사진제공=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붙잡을 수가 없잖아’는 상대를 더 이상 붙잡을 수가 없어 놓아줘야 할 때 느끼는 슬픔을 노래한 곡이다. 전주 없이 오왠의 보컬로 바로 시작돼 흡입력이 더욱 짙다. 오왠도 이 점을 ‘붙잡을 수가 없잖아’가 좋은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첫 소절부터 귀에 꽂히는 멜로디가 나오는 게 매력이에요. 스케치는 2~3년 전에 해놓은 곡이에요. 원래는 잔잔한 건반으로 조금은 뻔하게 시작했는데 편곡자와 상의 후 확 바뀌었어요. 후렴구처럼 곡이 시작하죠. 처음엔 저도 어색했는데 지금은 만족스러워요. 여태 했던 방식과 다르기도 하고요.”

‘요즘엔 다들 내가 제일 힘드니까 / 답답해 어디에도 말할 곳이 잘 없어서 / 같은 사람 어디 없나요’라고 노래하는 3번 트랙 ‘같은 사람’도 공감을 자아낸다. 오왠은 길을 걷다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걸 우연히 느껴서 곡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붙잡을 수가 없잖아’는 힘이 들 때, 혼자 남겨졌을 때 듣기 좋은 앨범이에요. 이별한 사람들이 제일 공감을 많이 할 것 같고요. 마음이 힘든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앨범입니다.”
싱어송라이터 오왠./ 사진제공=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싱어송라이터 오왠./ 사진제공=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오왠이 앨범 형태의 작업물을 발표하는 것은 지난해 7월 공개한 정규 앨범 ‘ROOM O’ 이후 약 1년만이다. ‘ROOM O’ 이후엔 ‘너의 노래를 들려줘’‘동백꽃 필 무렵’‘트래블러-아르헨티나’ 등의 OST 가창에 참여했고, 지난 3월 이번 앨범 수록곡이자 선공개 싱글인 ‘Lonely’를 냈다. 2월 초엔 서울 벨로주 홍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2월 23일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기 전으로, 이후엔 코로나19 여파로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오왠은 “백수가 된지 꽤 됐다. 다시 공연할 생각을 하면 떨린다. 그렇지만 이젠 그만 놀고 싶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2월에 한 단독 콘서트는 제가 데뷔 전 기타 하나 들고 버스킹을 했던 때를 콘셉트로 잡아서 연출했어요. 무대를 집처럼 꾸몄죠. 실제 집에 있는 토이스토리 장난감, 어렸을 때 찍었던 사진, 팬 분들이 주신 사진 등 소품들을 가져왔어요. 또 항상 연주자들과 함께 무대에 서다가 기타만 들고 혼자 나선 건 처음이었어요. 매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앞으로 또 공연을 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 임할 예정입니다.”
싱어송라이터 오왠./ 사진제공=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싱어송라이터 오왠./ 사진제공=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올해 데뷔한 지 4년이 된 오왠은 아직도 부산에 가면 예전에 자신이 버스킹을 했던 장소들을 찾아가본다고 말했다.

“버스커들이 제가 버스킹을 했던 장소에서 제 노래를 커버해서 부르고 있는 걸 보면 신기하고 희한했어요. 상경하면 최소 3년은 고생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버스킹을 했던 기억도 나고요. 막연하게만 생각하다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버리면 어떡하나 고민도 했었어요. 그런데 서울에 온 지 벌써 4년이나 됐네요.(웃음) 이젠 좀 더 능숙한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시 신곡 작업을 하고 있으니 올 하반기도 기대해주세요.”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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