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사진제공=E채널
조엘./ 사진제공=E채널
E채널에서 방송 중인 음악 예능 ‘K-POP도 통역이 되나요? - 탑골 랩소디(이하 ’탑골 랩소디‘)’에서 유독 눈에 띄는 탈락자가 나왔다. 바로 가수 심신의 ‘오직 하나뿐인 그대’를 부른 미국 국적 조엘이다. ‘탑골 랩소디’는 해외 각국에서 온 외국인 참가자들이 가요로 승부를 보는 ‘K팝 서바이벌’이다. 발음조차 어려웠을텐데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곡을 해석한 참가자들의 무대는 진풍경의 향연이다.

조엘이 90년대 활동 당시의 심신처럼 선글라스를 끼고 통이 넓은 바지를 입고 등장했을 땐 ‘미국 심신’ 같다는 감탄을 이끌어냈다. 준수한 비주얼과 노래, 랩 실력까지 마음껏 보여준 조엘은 2014년에 아이돌 그룹 BTL(이하 비티엘)로 데뷔를 했으나 갑작스러운 해체 통보를 받았다고도 밝혔다. 이젠 도약할 때가 됐다는 그를 만났다.

조엘은 1992년생으로 올해 나이가 서른이다. 비티엘로 데뷔했을 당시에도 스물셋이었기 때문에 아이돌치고는 나이가 많은 편에 속했다. 그렇지만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가수 테이와 같은 소속사였던 키로이컴퍼니에서 데뷔를 하게 됐고, K팝도 즐겨 들었던 터라 열심히 활동했다.

“어머니는 한국인, 아버지는 미군이라 혼혈이에요. 미국에서 고등학생 1학년 때까지 살다가 아버지를 따라 한국으로 넘어왔어요. 미국에서 지낼 땐 연기를 하고 싶었고 가수로 데뷔할 생각은 해보지 않았어요. 그런데 한국에서 지내게 되면서 한국이 좋아졌고, 친구 소개로 양정승 작곡가님이 제작하는 비티엘로 데뷔하게 됐죠.”

그러나 조엘의 아이돌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조엘은 ‘넌 외국인이고 노래도 못하지만 잘생겼으니 뒤에서 시크하게 서있어’와 같은 타박을 수시로 들었다고 했다.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탑골 랩소디’에서 떨어진다고 해도 제 힘으로 무대를 멋있게 해내서 그렇게 말한 사람들을 후회하게 만들고 싶었죠. 그때 저를 무시했던 사람들에게 당신들은 내 가능성을 몰라봤던 것 뿐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탑골 랩소디’에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이기도 했고요. 결과는 만족스럽습니다.”
조엘./ 사진제공=E채널
조엘./ 사진제공=E채널
비티엘로 활동했을 당시 2집으로 컴백하는 일만 남았으나 한 행사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 ‘오늘이 마지막 무대’란 통보를 받았었다는 조엘. 가족들이 다 미국에 있어 혼자 한국에 있던 조엘은 그룹 숙소도 없어져 통보를 받은 다음날부터 고시원 생활을 해야 했다. 고시원 생활은 1년 반 가량이나 이어졌고, 조엘은 힙합 레이블 AOMG 카페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을 꾸려갔다.

“지금은 국제 행사 MC, 성우 등 다양한 일을 병행하고 있어요. 아이즈원의 권은비(이하 은비), 김민주도 영어를 가르쳐주고 있고요. 은비가 걸그룹 예아 멤버로 활동했을 때 저랑 같은 소속사여서 알고 지낸 기간이 꽤 되거든요. 은비가 먼저 저한테 영어를 배우고 싶다고 해서 3개월 정도 알려주고 있는데 많이 늘었습니다. 하하.”

조엘이 출연한 ‘탑골 랩소디’ 회차에선 그룹 뉴이스트의 아론이 조엘을 응원하는 영상 편지를 보내주기도 했다. 아론은 영상 편지에서 “조엘 형은 저의 가장 친한 형”이라며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형이라 꼭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 저도 끝까지 응원하겠다”며 시청자들에게 조엘을 향한 응원을 당부했다.

“아론이 ‘탑골 랩소디’ 출연을 고민하고 있을 때 이 프로그램 나가면 좋을 것 같다고 해줬어요. 출연을 결정한 후 심신 선배님의 ‘오직 하나뿐인 그대’ 퍼포먼스를 연습할 때는 조언도 아끼지 않고 해줬고요. 무대를 본 후엔 잘했다고 칭찬해줘서 힘이 났습니다.”

조엘은 아론과 권은비가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을 보며 새로운 출발을 꿈꿨다. 조엘에게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을 물으니 행복한 표정으로 여러 꿈들을 털어놓았다.
조엘./ 사진제공=E채널
조엘./ 사진제공=E채널
”다니엘 헤니, 줄리엔 강 선배님들의 계보를 이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탑골 랩소디’를 통해 오랜만에 무대에 서니까 노래하는 것, 랩하는 것이 진짜 재밌다고 느껴졌어요. 샘 오취리처럼 예능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고요. 좋은 소속사를 찾아서 신인의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하고 싶습니다.(웃음)“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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