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무엘./ 사진제공=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
서사무엘./ 사진제공=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


서사무엘이 지난 11일 새 EP ‘D I A L’을 발매했다. 힙합, 알앤비, 재즈 등을 넘나들며 장르의 구속을 벗어난 지 오래된 그는 이번 앨범에서도 또 다른 시도를 했다.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비트를 받아 작업했고 호평을 받았던 정규 앨범 ‘The Misfit’과도 방향을 달리 했다.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노력형 천재의 결과물은 이번에도 산뜻하고 매력적이었다. 그는 내내 재미와 배움이라는 말을 자주 썼는데 이 단어들을 말할 때면 눈이 빛났다.

‘D I A L’에는 타이틀곡 ‘개나리 (Feat. 백예린)’를 비롯해 ‘D I A L’‘DAMN THINGS (Feat. 이태훈)’‘DYE (Feat. 담예)’‘RED (Feat. 허아민)’까지 다섯 트랙이 수록됐다. 모든 곡의 작곡과 편곡을 서사무엘과 신예 ‘archeformw’가 공동으로 했다. 서사무엘은 archeformw이 메일로 보낸 데모 트랙을 듣고 바로 협업을 제안했다고 했다.

“archeformw는 1996년생 신인이에요. 비트를 가지고 논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하더라고요. 작년 10월 31일에 정규 앨범 ‘The Misfit’을 내고 11월부터 archeformw와 작업을 시작했어요. 그때 만든 곡이 이번 앨범에 수록된 ‘DAMN THINGS’에요. 내가 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다른 쪽으로 배운 게 많았죠.”

이는 ‘The Misfit’과는 완전히 다른 작업 방식이다. 서사무엘은 ‘The Misfit’을 꽉 채운 18곡의 작편곡은 물론 악기까지 대부분 혼자 도맡아서 해냈다. 이 앨범으로 2020 제17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 부문을 수상했다.

“‘이때 아니면 못해보는 걸 해보자’란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비트를 썼죠. ‘Misfit’을 만들 땐 앨범으로 상을 받지 못하면 슬럼프를 극복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있었어요. 심리적으로 보상이 필요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내가 얼마나 하는지 한번 봐라’란 마음으로 3집을 만들었어요.(웃음) ‘Misfit’을 만들고 나니까 이젠 화를 도구로 쓰는 방법을 알겠더라고요. ‘D I A L’엔 그렇게 내려놓은 화가 묻어난 앨범입니다.”



‘D I A L’의 타이틀곡 ‘개나리’는 가수 백예린이 피처링했다. 몽환적이면서도 따뜻한 분위기가 봄날을 닮은 곡이다.

“원곡 비트에서 백예린 씨의 목소리가 들려서 바로 연락해서 얹어달라고 했어요.(웃음) 마음에 개나리가 필 때 우리 다시 만나자는 추상적인 뜻을 담았고요. 함께 작업해 본 백예린 씨는 마치 고양이 같았어요. 차분하고 나긋나긋하게 상대를 배려하는 성격을 가졌는데 의견을 낼 때는 적극적으로 개입해줘서 고마웠죠. ‘내가 예린 씨의 나이에 저렇게 할 수 있었다면’이란 생각을 많이 하게 했어요. 나이에 안 맞는 농염함을 지녔더라고요.”
서사무엘./ 사진제공=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
서사무엘./ 사진제공=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
서사무엘은 백예린 뿐만 아니라 이번 앨범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이들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D I A L’에서 서사무엘의 스스럼없는 면모를 느낄 수 있는 이유다.

“위아래의 경계를 허무는 걸 좋아해요. 친구처럼 지냈을 때 더 와닿고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배우지 않으면 재미가 없어요.”

서사무엘은 새로운 것을 아는 것이 제일 재밌다고 했다. 싫어하는 건 음악이 감투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음악을 한다는 것도 직업인데 신제품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되죠. 이번 앨범도 수면 시간을 제외하고는 평균 19시간 정도를 작업해서 만들었어요. 그렇게 꾸준히 해야 조금씩 발전하니까요. 작업을 해도 내가 너무 게으르게 살았다, 조금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더 깊이 들어가야겠다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서사무엘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알았다. 그가 꾸준하고 단단하게 자신의 음악 세계를 확장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는 래퍼로서 처음 뮤지션의 길을 시작했을 때를 떠올렸다.

“제가 절 냉정하게 봤을 때 ‘래퍼 서사무엘’의 가능성은 안 보였어요.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돌파구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죠. 경쟁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무기는 이미 준비가 돼 있습니다. 내년에 확인하실 수 있을 거에요. 래퍼로 시작했으나 싱어송라이터로 지금까지 왔고, 이젠 일흔 살에 열 월드투어만 바라보고 살고 있어요.”
서사무엘./ 사진제공=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
서사무엘./ 사진제공=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서사무엘은 정규 앨범을 패션 브랜드가 선보이는 컬렉션에 비유했다.

“다음 컬렉션을 준비할 때까지 싱글이든 피처링 참여든 ‘레디 투 웨어’를 발매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아직 테크노, 덥 장르 쪽을 해보지 않았는데 언젠간 제가 다 컨트롤을 해보고 싶어요. 누군가를 프로듀싱해서 유럽에서 성공시켜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앞으로의 20년이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 같아요. ‘D I A L’은 앞으로 낼 ‘서사무엘 캡슐 컬렉션’의 첫 번째 시리즈고요. 제가 흘러가는 길을 지켜볼 만한 재미가 있을 겁니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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