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천하' 이룩한 '미스터트롯'
'흥생흥사' 김수찬·황윤성·노지훈
3인방이 전하는 '미스터트롯' 비하인드
'미스터트롯' TOP7 /사진=TV조선 제공
'미스터트롯' TOP7 /사진=TV조선 제공
이 정도면 가히 '트로트 시대'라 할 만 하다. TV조선 '미스트롯'에서 시작된 트로트 열풍이 '미스터트롯'을 만나 더 기세등등해졌다. 특정 연령대에서만 집중 소비되던 트로트 장르는 이제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시청률 35.7%. '미스터트롯'은 종합편성채널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전 국민적 인기를 입증해냈다. 트로트, 종편, 무명의 가수들까지 눈 앞에 놓인 수많은 한계들을 모조리 격파하며 '미스트롯'의 후광 효과를 넘어 '미스터트롯'만의 색깔을 냈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물론 엄마, 아빠, 자녀들까지 TV 앞에 모여 참가자들의 목소리에 울고, 울었던 약 두 달간의 뜨거운 '트로트 대통합의 장'이었다.
◆ 한국의 '흥' 제대로 일깨운 '미스터트롯'
'미스터트롯' /사진=TV조선 제공
'미스터트롯' /사진=TV조선 제공
'미스터트롯'은 듣는 재미 만큼이나 보는 재미가 상당했다. 경연 초반 참가자들은 대디부, 대학부, 신동부, 현역부, 직장인부, 유소년부, 아이돌부, 타장르부로 나뉘어 도전에 나섰다. 다양한 곳에서 모인 사람들과 사연들이 프로그램의 단단한 주춧돌이 됐다. 참가자 개개인의 이야기들이 한 데 모여 트로트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하나로 이어지면서 경연 내내 진한 웃음과 감동을 만들어냈다. 일주일에 한 번 방송되는 예능프로그램에서도 드라마와 같은 흐름이 중요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서바이벌 특성 상 다수의 참가자로 시작해 점차 인원이 줄어들기 때문에 후반부 다양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스터트롯'은 초반부터 참가자들의 다채로운 소스에 주목해 이를 광범위하게 이끌어내는데 주력, 경연의 전개 역시 흥미롭게 유지할 수 있었다.

정통 트로트부터 퍼포먼스가 가미된 무대까지 '미스터트롯' 참가자들이 보여준 가능성은 무궁무진했다. 방송 초반부터 '세상에 이렇게 많은 끼쟁이들이 있었나'라는 반응을 이끌어내더니, '트로트가 이렇게도 표현될 수 있구나'라는 극찬에 이르기까지 했다. 실제로 '미스터트롯'에서는 방송 내내 눈과 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무대의 향연이 이어졌다. 한이 깃든 깊은 감정 표현을 토대로 트로트의 진면목을 느껴볼 수 있는 무대가 있는가 하면, 몇 가지 손동작으로만 대변되던 트로트 퍼포먼스의 편견을 타파하는 흥미 요소들이 가미되기도 했다. 트로트가 지니고 있는 흥과 한의 매력을 모두 충족해냈다. 태권도, 성악, 비트박스, 마술, 에어로빅, 난타, 폴댄스 등 상상도 하지 못했던 분야가 트로트와 접목돼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 김수찬·황윤성·노지훈 '흥생흥사' 3인방을 만나다
'미스터트롯'을 들어다놨다 한 참가자들을 꼽으라면 단연 퍼포먼스형 가수들을 빼놓을 수 없다. 흥에 살고, 흥에 죽는다. 유쾌한 에너지로 시청자들을 들썩이게 했던 '흥생흥사' 3인방을 직접 만나 이들의 매력을 낱낱이 파헤쳐봤다.

- 김수찬 "0점이라니 충격이었죠. 그래도 다시 고르라면 임영웅 형입니다."
지금은 트로트 시대…한국의 '흥' 제대로 일깨운 '미스터트롯' 김수찬·황윤성·노지훈
트로트와의 인연 9년째. '미스터트롯'을 통해 얻은 별명은 '끼수찬', '프린수찬' 등 다양하다. 흥이 넘쳐나는 참가자 중 하나였던 김수찬은 '나야 나'로 첫 등장부터 "역시는 역시다"라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후 '노래하며 춤추며'로 혹평을 받았고, 다시금 '나팔바지' 무대로 레전드 무대를 만들어냈다.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그는 "김수찬 주식을 산 우리 팬들만 아주 심장을 졸였다"며 웃었다.

Q. 이미 트로트 가수로 활동 중이었는데 '미스터트롯'을 나간 이유가 무엇인가요?
A. 밀릴까봐 그랬어요. 이미 트로트 장르는 '미스트롯' 송가인 누나를 중심으로 부흥이 일어나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 내가 현역이라는 이유로, 자존심 때문에 '미스터트롯'에 나가지 않으면 과연 나를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더라고요. 무대가 좋아서 가수를 하는데 설 자리가 없게 될까봐 나갔어요.

Q. 본인만의 필승 전략은?
A. 뷔페 같은 무대를 준비했어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자고 생각했거든요. 이전에는 '가요무대', '전국노래자랑', '아침마당' 등에 주로 출연했기 때문에 제 노래가 아닌 이미 흘러간 전통 가요를 부르는 경우도 많았어요. 그래서 제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었고, '김수찬한테 이런 면이 있었구나'라는 말을 듣는 게 목표였습니다. '리틀 남진'이라는 타이틀이 정말 좋지만 김수찬으로서의 가능성을 선보일 수 있는 자리였어요. 저만의 독특한 소화력으로 프로 가수 김수찬의 다양한 매력을 보여드렸죠.

Q. 준결승전 임영웅과의 대결을 빼놓을 수가 없다.
A. 정말 0점을 받을 줄은 몰랐죠. 하지만 다시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전 임영웅 형을 골랐을 거에요. 정말 후회 없이 연습했어요. 팬들이 많이 아쉬워했지만 저는 충분히 제 무대를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사실 제 자신과의 싸움이었거든요. 다만, 0점을 받고 나니 남진 선생님 눈치가 보이더라고요. 너무 죄송해서 먼저 연락도 못 드렸어요. 근데 나중에 연락을 하셔서 너무 잘했다면서 대견하고, 기특하고 자랑스러웠다고 말해주시더라고요. '미스터트롯'을 하면서 남진 선생님의 제자로서 그분의 안목이 맞았다는 걸 대중들한테 인정받고 싶었죠.

- 황윤성 "수업 같았던 '미스터트롯', 하면 할수록 트로트가 좋아졌어요"
황윤성 /사진=후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황윤성 /사진=후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트로트와의 인연 이제 막 시작 단계. 그룹 로미오의 멤버로 아이돌 활동을 했던 황윤성은 '미스터트롯'을 계기로 트로트를 시작하게 됐다. 예선전에서 '사랑 반 눈물 반'을 부르고 올하트를 받은 그는 예상치 못했던 결과에 눈물을 쏟았다. 훈훈한 외모, 깔끔한 가창력을 바탕으로 '누나들의 원픽'이었던 황윤성은 프로그램 내내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온 끝에 최종 11위로 경연을 마무리했다. 본인이 꼽은 가장 인상 깊은 무대는 흥을 최대로 이끌어냈던 '자옥아' 무대였다.

Q. 아이돌로 데뷔했는데 갑자기 트로트 가수가 됐다.
A. 아이돌로 활동할 때는 방송도 나오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에요. 직접 PC방에 가서 '미스터트롯' 지원서를 작성했는데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지원했어요. 빨래통에 빨랫감이 맨날 꽉 차 있을 정도로 죽기 살기로 연습했어요. 그런데 막상 100인 예심 장소에서 다른 사람들이 목 푸는 소리를 들으니 그냥 도망치고 싶더라고요. 김광진 선배님 노래 편지의 가사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가 떠오르더라니까요. 내가 여기 왜 왔나 싶었죠.

Q. 트로트는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결과가 좋았어요
A.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였던 것 같아요. 댓글을 보면 '이 악물고 하네'라는 글도 있고, '내가 25살 때는 저렇게 기를 쓰고 했었나'라는 글도 있었어요. 심지어는 '간절함을 넘어 처절하다'라는 말도 있더라고요. 이렇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좋아해주신 거라 생각해요. 항상 일곱 명이 무대를 하다가 덩그러니 혼자 춤 추고 노래하려니 감이 안 잡혔어요. 전 사실 춤을 그렇게 잘 추는 멤버가 아니었거든요. 군무를 할 때도 항상 사이드에 서곤 했는데 마치 발가벗은 기분이었어요. 그걸 보여주기 싫어서 더 악착같이 했던 것 같아요.

Q. 앞으로 트로트 가수 황윤성 기대해봐도 되겠죠?
A. 그럼요! '미스터트롯'을 하면서 다른 참가자들한테 의지도 하고, 트로트를 잘 모르니 많이 배우기도 했어요. 초반에는 정말 부족했어요. 형들이랑 같이 경연하고 노래하면서 많이 성장했어요. 재게는 정말 좋은 수업이었어요. 무엇보다 형들의 무대를 보면서 트로트가 정말 멋진 장르라는 걸 알게 됐죠. 저도 하면 할수록 더 좋아지더라고요. 트로트를 반드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르면서도 흥이 나는데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더 구성지게 부르기 위한 연습을 꾸준히 해야할 것 같습니다.

- 노지훈 "'미스터트롯'으로 틀 깰 수 있었죠"
 노지훈 /사진=빅대디엔터테인먼트 제공
노지훈 /사진=빅대디엔터테인먼트 제공
트로트와의 인연 2년째. 축구선수, 솔로 가수를 거쳐 트로트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멋지고 섹시한 매력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노지훈은 아이가 있는 '애아빠'로 반전을 더했다. 대디부로 참가한 그는 '오늘 밤엔', '홍도야 우지마라', '빗속의 여인', '사랑만은 않겠어요' 등 다채로운 무대로 선보였다. 특히 레전드로 남은 무대는 아내인 레이싱모델 이은혜를 떠올리며 부른 '당신', 그리고 현란한 고관절 댄스를 선보인 '어쩌다 마주친 그대'다.

Q. '미스터트롯' 이후 달라진 인기 실감하시나요?
A. 확실히 반응이 달라졌어요. 친구 어머님들과 영상통화도 했는데 연령대가 높은 분들한테는 제가 마치 효도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어머님들이 굉장히 소녀 같은 모습으로 수줍게 미소를 지으시는데 쑥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어요. 다음 앨범도 더 빨리 준비해서 적극적으로 소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Q. 아내 이은혜의 반응은 어땠나요?
A. 너무 좋아했어요. 같이 장을 보러 갔는데 어머님, 아버님들이 많이 알아봐주시고, 사진도 같이 찍어달라고 하니 '우리 남편이 이 정도구나. 뿌듯하다'라고 말하더라고요. 특히 아내는 '미스터트롯'을 하면서 힘들 때마다 저를 잘 잡아줬어요. 아내가 정신적으로 중심을 지켜줘 고마웠죠. 잘해서 기분이 좋을 때도 너무 붕 뜨지 않도록 적당히 눌러주고, 반대로 힘들어 할 때면 너무 축 쳐지지 않도록 힘을 북돋아줬어요. 내 정신적 지주입니다.

Q. 노지훈에게 '미스터트롯'이란?
A. '어쩌다 마주친 그대' 무대를 하기 전에 제작진들이 제게 '멋있는 건 알겠는데 틀이나 유리 같은 게 있다'면서 '이걸 보여주면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어요. '내가 이걸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죠. 곰곰히 생각하던 끝에 결국 무대에서 보여드렸죠. 틀을 깨기 위해 많은 걸 내려놓고 한 무대였어요. 그런데 무대를 하고 나니 정말 그런 틀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더라고요. 그 전까지는 제게 틀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무대를 하고 나니 '아 이걸 부쉈어야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쾌하게 재밌게 봤다는 분들이 많은데 스스로도 좋았던 무대였어요.
◆ 미다스의 손 서혜진 국장, 그리고 '트롯맨들'
'미스터트롯' 서혜진 국장 /사진=TV조선 제공
'미스터트롯' 서혜진 국장 /사진=TV조선 제공
'미스트롯'으로 대박을 내더니 연달아 '미스터트롯'까지 히트시키니 서혜진 예능국장은 단연 '미다스의 손'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인물이다. 종편 역사를 새로 쓴 '미스터트롯' 시청률에 대해 묻자 서혜진 국장은 "결과가 나오면 다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감사한데 과거의 기록일 뿐이다. 또 어떻게 올려야 하는지의 고민이 시작된다. 기쁨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숫자였다. '나 30% PD야' 이럴 순 없는 거다. 그 다음엔 또 '다시'였다"고 했다.

서혜진 국장이 '미다스의 손'이 될 수 있었던 근간에는 단연 고퀄리티의 무대를 만들어낸 참가자들이 있었다. 시청자들의 뜨거운 지지 속에서 '미스터트롯' 진, 선, 미는 각각 임영웅, 영탁, 이찬원이 차지했다. 4위는 김호중, 5위는 정동원, 6위는 장민호, 7위는 김희재였다. 서혜진 국장은 "7명 모두에게 투표를 다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가 바라보는 진, 선, 미는 어떨까.

"임영웅 씨는 존경해요. 그는 장인이에요. 호흡을 어떻게 쉴 지 수천 번의 연습을 한 사람이에요. 앞 소절, 첫 마디로 모든 걸 초토화 시키는 명확한 음정과 호흡을 갖고 있어요. 그게 소름이 끼칠 때가 있죠. 저는 '막귀'에요. 그럼에도 그 첫 소절을 만드는 데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알겠더라고요. 자기가 가진 장점을 더욱 확장시켜서 진이 된 것 같아요."

"영탁 씨는 R&B로 시작해서 각종 장르를 다 돈 사람이에요. 전 기억하지 못했는데 제가 '스타킹'을 할 때도 출연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오래오래 돌아서 온 사람이라 자기 걸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해요. 그래서 저희끼리 '리듬탁'이라고 불렀죠. 그런 부분을 오디션에서도 잘 보여준 것 같아요."

"이찬원은 그냥 놓아둬야 하는 사람이라고 말해요. 어떤 틀에 놓아두는 순간, 에너지가 감소되는 것 같아요. 폭발하는 에너지,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면을 보여주는 게 매력이더라고요. 이것이 때묻지 않고 계속 가져갈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김수영 기자 swimki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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