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소프라노 조수미가 23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새 음반 ‘마더(Mother)’의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 조준원 기자 wizard333@
소프라노 조수미가 23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새 음반 ‘마더(Mother)’의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 조준원 기자 wizard333@
“원래 제 꿈은 수의사였어요. 성악가를 꿈꾼 어머니는 꿈을 이루지 못한 걸 원망하며 사셨죠. 어린 시절 저에게 늘 ‘대단한 성악가가 돼 세계를 돌면서 노래를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하루에 두세 번은 그 말씀을 들으면서 컸어요. 그런 어머니를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설거지를 하는 어머니의 뒷모습이 초라해보이더군요. ‘엄마’가 아니라 ‘여자’로 보였어요. 내가 어떻게 하면 저 여자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성악가를 꿈꾸게 된 아주 특별한 저녁이었습니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가 떠올린 여덟 살 때의 이야기다. 조수미가 2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새 음반 ‘마더(Mother)’의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2015년 가요 음반 ‘그.리.다’ 이후 4년 만에 내놓는 새 음반이어서 더욱 주목받았다.

지난 18일 발표한 조수미의 이번 음반에는 13곡이 담겨 있다. 타이틀곡이자 영화 ‘웰컴 투 동막골’ OST인 ‘Kazabue(바람이 머무는날)’, 경쾌한 분위기의 폴란드 민요 ‘마더 디어(Mother Dear)’, 아일랜드 민요를 해금과 오케스트라 연주로 담백하게 편곡한 ‘워터 이즈 와이드(The Water is Wide)’, 타이스의 ‘명상’을 근간으로 한 ‘아베 마리아(Ave Maria)’, 엔니오 모리코네의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Once upon a time in the west)’의 주제곡 ‘유어 러브(Your love)’, 유럽의 신예 기타리스트 겸 테너 페데리코 파치오티(Federico Paciotti)와 함께 부른 듀엣곡 ‘이터널 러브(Eternal Love)’ 등을 새로 녹음해 이번 음반에 담았다.

듀엣곡 ‘Fiore(꽃)’는 팝페라 테너 알렉산드로 사피나(Alessandro Safina)와 함께 불렀다. 해외에서 이미 발매됐으나 국내에는 발표되지 않은 곡으로, 특별히 이번 음반에 들어가게 됐다. 이 외에도 ‘그.리.다’에 수록하기 위해 녹음했으나 넣지 못한 ‘가시나무’, 조수미의 어머니가 좋아한 드보르작의 ‘Songs My Mother Taught Me(어머니가 가르쳐 주신 노래)’ 등의 명곡들도 수록했다. 보너스 트랙으로는 작곡가 윤일상이 만든 ‘아임 어 코리언(I’m a Korean)’이 수록됐다. 지난 2월 28일 3.1절 100주년 전야제에서 직접 불렀으며, 싱글 형태로도 발매했던 곡이다.

이번 음반에는 최영선이 지휘하는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강은일(해금), 송영주(재즈 피아노), 김인집(기타), 신동진(드럼) 등 실력파 음악인들이 힘을 보탰다.

조수미는 이날 간담회에서 “이번 음반 ‘마더’는 어머니처럼 따뜻하고, 어머니를 늘 그리워하는 듯한 분위기다. 지나치게 클래식에만 치중되지 않고 여러 장르의 음악이 섞여 있다”며 “우리 어머니에게 선물하고 싶고,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께 드리는 음반”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어떤 음반보다 사랑받길 바란다. 오랫동안 준비했고, 어버이날에 선물하기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프라노 조수미. / 조준원 기자 wizard333@
소프라노 조수미. / 조준원 기자 wizard333@
음반 제목을 ‘마더’라고 짓고 어머니가 좋아한 곡을 수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묻자 조수미는 몇 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 이야기를 꺼냈다. 아버지의 장례식 날, 조수미는 프랑스 파리 콘서트에서 노래를 불렀다. 실황 DVD를 찍는 날이어서 그 장면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마지막 앙코르 곡이 ‘아베마리아’였다. 그날 콘서트는 자연스럽게 아버지를 위한 콘서트가 됐고 DVD 제목도 ‘포 마이 파더(For My Father)’로 정했다.

조수미는 “어머니가 ‘아빠는 음악으로 기억하는데 나에 대해서도 기억할 수 있는 뭔가를 해주면 좋겠다’는 말을 스치듯 하셨다”며 “당시에는 ‘엄마는 공연을 직접 보러 오시면 되지’라고 했는데, 어머니가 치매 증상을 보이면서 나를 못 알아보시고, 점점 멀어지는 게 느껴졌다. 이제는 어머니를 위해서 음반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음반은)우리 어머니만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을 위해서 만들었다. 자신의 꿈을 비롯해 모든 걸 희생하고 자식들을 위해 살았던 이들을 위한 음반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마더’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조수미는 오는 24일 어머니를 만나 새 음반을 들려드릴 계획이라고 한다. 그는 “귀국한 지 이틀 됐는데 곧바로 공연 준비를 하느라 내일 찾아뵈러 간다. 뿌듯한 기분이다. 어머니는 내가 누군지 못 알아보는 상태지만, 좋아하는 음악이니까 손을 잡고 다독거려 주실 것 같다”고 했다.

조수미에게 ‘마더’는 어머니 외에 조국도 포함된다. 보너스 트랙에 ‘아임 어 코리안’을 실은 이유다.

“단 한 번도 한국 사람이라는 걸 잊어 본 적이 없어요. ‘아임 코리안’은 자랑스러운 표현이에요. 제 이야기도 되지만 해외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교민들, 한국에서 열심히 사는 이들에게 같이 손을 잡자는 이야기예요. 3.1절 행사 때 특별히 초대돼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감사했습니다. 누군가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을 때 ‘프롬 코리아(from korea)’라고 떳떳하게 답할 수 있도록, 젊은이들을 위한 노래이기도 하죠.”

조수미는 ‘마더’ 발매와 더불어 국내 공연도 펼친다. 오는 5월 8일 서울 신천동 롯데콘서트홀에서 단독 콘서트 ‘마더 디어(Mother Dear)’를 연다. 이후에도 쉴 틈이 없다. 국내 콘서트 이후 일정을 묻자 조수미는 “한국 콘서트를 마치고 바로 영국 런던으로 가서 콘서트를 펼친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연이다. 이후에도 일본 오사카, 카자흐스탄에서 콘서트를 연다. 올해는 레오나르드 다빈치의 서거 500주년이어서 기념 공연도 잡혀 있다. 노르웨이에서 열리는 세계국제콩쿠르에서 심사도 맡는다”고 설명했다.

“10년 전에는 오페라를 해서 제 이름을 알렸고, 이름이 알려진 뒤에는 단독 투어 콘서트를 열었어요. 언젠가부터는 늘 하고 싶었던 장애인 어린이들을 위한 콘서트 등 사회 활동을 하고 있어요. 콩쿠르 심사위원 제안도 계속 들어오죠. 이제는 젊은이들을 위해 도움을 줘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스스로에게도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조수미는 “한국 음악과 예술이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면서 “한국은 음악적으로 수준 높은 나라다.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음악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나라도 없다. 우리는 음악적인 면에서는 막강한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 역시 음악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더불어 ‘마더’가 아주 오랫동안, 따뜻하게 뭔가를 전해주는 음반으로 남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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